[Review] 생각에 집중하게 하는 힘,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전시]

나의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보여지는 것보다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 르네 마그리트
글 입력 2020.05.24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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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면서 머릿속은 온통 “왜?”라는 질문이 가득했다.


왜 키스를 나누고 있는 두 사람에게 하얀 천을 덮었는지 〈연인들, 1928〉, 왜 파이프 그림 아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혼란스러운 문구를 남겼는지 〈이미지의 배반, 1929〉, 왜 한낮의 밝은 하늘 아래 어둠을 감싸 안은 밤의 풍경을 그렸는지 〈빛의 제국, 1948-67〉 등의 의문이 생겼다.


 

이미지의 배반, 1929, 캔버스에 유채.jpg

<이미지의 배반>, 1929, 캔버스에 유채, 60cm x 81cm

©2020 C.Herscovici / Artist Rights Society (ARS), New York



전시는 친절하게도 나의 모든 의문에 답을 준비해두었다.


〈연인들, 1928〉에 대한 궁금증은 자살한 어머니의 시신에 덮여있던 잠옷이 남긴 어린 시절 트라우마라는 설명으로, 〈이미지의 배반, 1929〉은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실제 파이프가 아닌, 파이프 그림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독창적인 사고의 해석으로, 〈빛의 제국, 1948-67〉은 낮과 밤의 대조를 통해 공존 불가능한 시공간의 논리가 사라진 보편성의 몰락이라는 해석으로 풀이해 주었다.

 

그리고 이 모든 해석은 곧 마그리트의 가치관으로 이어졌다.


“나의 작품에서 중요한 것은

보여지는 것보다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르네 마그리트는 데페이즈망(Depaysement) 기법을 사용하여 자기만의 독특한 회화세계를 구축하였다. 데페이즈망은 ‘전치’ 혹은 ‘낯설게 하기’로 번역되는 초현실주의 기법으로, 어떤 물체를 본래 있던 곳에서 떼어내는 것을 가리킨다.


의식과 무의식의 자유로운 사고를 즐겨 표현해왔던 마그리트는 어떤 오브제를 전혀 엉뚱한 환경에 위치시키거나 다른 요소들과의 조합을 시도했다. 기존의 체계를 거부하고 말과 사물, 언어와 사고 사이의 일탈을 유도한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그가 의도한 ‘생각’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아들, 1964, 캔버스에 유채, 116x89cm.jpg

<사람의 아들>, 1964, 캔버스에 유채, 116cm x 89cm

©2020 C.Herscovici / Artist Rights Society (ARS), New York



르네 마그리트는 보이지 않는 것, 보이지만 감추어진 것, 그리고 확연히 보이는 것에 대한 개념을 탐구했다. 이것이 가장 잘 반영된 작품이 바로 <사람의 아들>이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사과이지만, 우리는 사과 뒤에 남자의 얼굴이 있음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보는 대상은 항상 어떠한 것의 뒤에 감추어져 있다는 것을 나타내며, 뒤에 가려져 있다고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또 다른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

우리는 항상 우리가 보는 것이

어떤 것을 숨기고 있는지 보고 싶어 한다."


- 르네 마그리트

 


자신의 작품을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 시각적 이미지'라고 표현한 르네 마그리트.


작품을 본 사람들이 "무엇을 의미하느냐?"하는 질문에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라고 답변한 그는 작품을 본 관람객에게 생각의 자유를 던져줌과 동시에 그들의 무의식의 세계를 끌어낸다.


 

전시사진-1s_35.jpg

〈리스닝 룸, 1958〉을 재현한 전시 공간

 


이번 특별전은 마그리트가 이미지를 창조해 나가며 의도한 바를 그대로 담아놓은 전시였다.


〈빛의 제국〉 연작을 영상으로 담아낸 공간에서는 낮과 밤, 명암의 대비를 통해 작품에 깊이 다가갈 수 있었고, 거대한 파이프 〈이미지의 배반, 1929〉나 사과로 가득한 방 〈리스닝 룸, 1958〉에서는 물체가 지니는 본래의 용도, 기능, 의미에서 벗어나 상식을 깨는 예술적 상상력을 발휘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전시 막바지에 다다라서는 마그리트가 데페이즈망 기법을 사용한 이유를 이해하게 되니, 자연스레 단순히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을 넘어 그림과 미술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게 되었다.


 


 


르네 마그리트 특별전

- Inside Magritte -



일자 : 2020.04.29 ~ 2020.09.1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8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7시 20분)


*

휴관일 없음


장소

인사센트럴뮤지엄


티켓가격

성인(만19~64세) : 15,000원

청소년(만13~18세) : 13,000원

어린이(만7~12세) : 11,000원

미취학아동, 만65세 이상 : 6,000원


주최

크로스미디어

지엔씨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천지혜.jpg

 


[천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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