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가 함께한 바다 - 어드리프드

41일동안 바다에 표류하다
글 입력 2020.05.2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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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서바이벌, 바다에서 살아남기 



나는 서바이벌, 생존 이야기를 좋아한다. 어린 시절 사막, 바다, 무인도 등 다양한 극한 상황을 설정해두고 그곳에서의 서바이벌 지식을 알려주는 <살아남기> 시리즈를 그렇게 열심히 봤던 기억이 있다.


인간은 누구나 생존에 대한 욕구가 존재한다. 그렇기에 제한된 공간과 자원 속에서 아이디어를 발휘해 역경을 헤쳐나가는 내용은 많은 이들로 하여금 흥미를 자아내기 마련이다. 생존 이야기는 극한 상황으로 치달을수록 흥미가 배가 된다.

 

그중에서도 해양 표류기에 대한 소재는 공간과 물자가 모두 극히 제한적으로 제공되기에 손끝에 땀을 쥐게 하는 요소가 많다. 몇 해 전 관람했던 영화 <47m>를 예로 들자면 익스트림 스포츠인 상어 체험을 위해 케이지에 올라탄 자매가 불의의 사고로 인해 심해 47미터로 추락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인간의 심해에 대한 공포를 자극한 덕에 큰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몸이 자유롭지 않은 물속이라는 공간에서 겪게 되는 비상상황은 헤쳐나가는 데에 단기간 초집중의 능력이 요구되며 그 상황 속에서 인간은 폭파적인 지혜로움을 발휘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바다 위에서 41일 동안


본 책은 ‘41일간의 표류, 태평양 한가운데서 살아남은 강인한 여성의 이야기’라는 슬로건으로 한 줄 설명이 가능하다. 1983년 10월 어느 날 요트 ‘하자나’를 타고 타히티에서 샌디에이고로 가던 중 예기치 못한 허리케인과 맞닥뜨린 주인공 태미는 생각지 못했던 ‘바다에서 살아남기’ 생존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함께 떠났던 연인인 리차드는 물에 빠져 실종되어버리는데 사랑하는 이를 잃고 홀로 난파된 당사자의 감정선이 절절하게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장소는 태평양. 주변에 넉넉한 물자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바다 한가운데다.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에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는 법. 운 좋게 멀쩡하게 남은 육분의를 이용해 태양의 위치를 관측하며 시간을 파악하고, 경도와 위도를 체크한다. 부족한 항해 지식을 한데 모아 지혜를 발휘하다 결국 살아남는데 성공한다.

무려 장장 41일을 통조림으로 버텨내다 하와이에서 구조된 것인데 그 과정은 너무나도 치열하고 고되었으나 얻은 것도 많은 값진 경험임을 깨달았기에 태미는 이러한 자신의 이야기를 모아 훗날 많은 사람들을 위해 강연을 다니며 항해의 꿈을 전파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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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버린 리차드를 정리하다


책의 많은 부분이 연인 리차드를 추억하며 과거의 일을 떠올리는 내용에 할애되어 있다. 현재와 과거를 오고 가며 감정 선의 교차를 보여주고 있는데 가끔은 아름답고 아련하게, 때로는 서글프게 상기되는 기억들이 너무도 생생하고 처연하다.


그와 함께 만났던 사람들과의 추억, 시시콜콜한 대화 등은 회상할수록 마음속에 깊이 각인되어 가며 더욱 선명하게 머릿속에 남아 그녀를 끊임없이 괴롭힌다. 하지만 결국 돌이킬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건이었음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자신을 다잡는 모습은 본문 중 가장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었다.

 


“내 얼굴을 타고 가슴으로 흘러내린 눈물은 정화의 눈물이었다. 애도의 눈물이자 치유의 눈물이 떨어져 한 몸이 되었다. 나는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조금씩 치유되고 있었다. 저미는 슬픔을 삼키며 내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조금씩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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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믿어, 태미


모든 표류기가 그렇듯 본책도 쳇바퀴 굴리듯 돌아가던 현대사회에서는 느끼지 못한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 자급자족하는 삶, 인생에 대해 다시 돌아보며 세상의 진리를 깨닫게 되는 교훈으로 끝이 난다.


하지만 종전까지의 이야기들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주인공 태미는 자신의 소중한 이를 잃은 것에 대한 상실감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전달한다. 그래서인지 간혹 이 책을 로맨스 테마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는데 이 책의 본질은 ‘단단한 마음을 먹는 자세’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나이에 너무나도 큰일을 겪었고 사랑하는 이를 잃은 그 마음을 감히 짐작 키는 어려우나 이 과정 속에서도 분명 얻은 것이 있었으며 굴하지 않고 타인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파하러 다니는 그녀가 참 멋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리차드 역시 지속적으로 회자되며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보인다.

 

“그는 너무도 이른 나이에 생을마감했지만 내 인생에 그토록 소중한 사람으로 남았고, 평범한 일상에 견인줄을 단단히 고정시키고, 모험을 찾아 자유로이 항해하는 법을 내게 일깨워주었다. 리차드는 언제까지나 내 영웅이자 내가 영원히 사랑할 사람이다. 그 덕분에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그가 내게 가르쳐주었던 것처럼 하루하루를 열정적으로 살고, 바다를 사랑하며, 가장 어두운 시간에도 빛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 p.306

 

 

<출판사 리뷰>

끝도 보이지 않는 바다 한가운데에 홀로 있다고 상상해보자. 나를 도와줄 사람은커녕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만 들려올 뿐이다. 좌절감, 패닉, 상실감, 무력감으로 온통 휩싸여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41일간 홀로 바다 위에서 표류하며 직접 배를 몰아 2,400킬로미터를 항해했다.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자신을 다잡고, 자신을 믿으며 조금씩 항해하기 시작했다.

 

배고픔, 적막함, 외로움 모두 태미를 힘들게 했지만, 무엇보다 내일을 알 수 없다는 막막함이 가장 힘들었을 것이다. 수많은 고비를 겪으며 '나를 구할 수 있는 건 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계속 항해했다. 항해 41일 째에 드디어 하와이 힐로에서 구조되었다. 살아남은 자는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하루하루를 열정적으로 살고, 여전히 바다를 사랑하며, 자아 어두운 시간에도 불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토록 사랑하는 바다 위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41일간 홀로 표류하며 신이 혹은 절대자가 내게 끊임없이 전해준 유일한 메시지는 우리 모두 각자의 운명이었다는 것이다. 신의 뜻은 우리가 감히 헤아릴 수 없다. 이것이 내 신념이자 인생이란 바다를 향하는 나의 방향이다." 태미는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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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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