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금의 일상을 헛되지 않게. [문화 전반]

글 입력 2020.05.19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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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상반기. 벌써 5월도 끝나가고 있다. 올해, 나는 대학 생활의 절반이나 끝내버린 3학년이 되었고 친한 고등학교 친구들은 각자의 꿈을 향해 휴학을 선택했던 반면, 나는 그냥 생각 없이 5학기를 지내게 되었다.


정신 좀 차려서 열심히 살겠단 생각으로 월급용 적금도 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4연강을 듣고 공강날에 알바를 할 것이라는 당찬 포부로 3월을 기다렸는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지금 5월까지 학교에 못 가고, 강제 백수가 되었다.

 

 


사라진 일상


 

내가 꿈꿨던 바쁘고 알찬 3학년생의 모습은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잠시 기분도, 마음도 가라앉기도 했다. 좋아하는 취미생활도 제대로 못 하고 집에만 있는다는 게 이렇게 우울한 일인지 몰랐다. 처음에 개강 후 몇 주 정도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겠다고 했을 때는 체력적으로 힘든 등하굣길을 반복하지 않아서 너무 좋다고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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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계속해서 집에서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일주일 중 6일을 인천과 서울을 오가는 지하철에서 시간을 보냈던 게 약간씩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아침에 수업 들으러 가서 학식을 먹고 공부하다가 극장으로 향하고 밤 열 두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들어가는 그런 일상을 간절히 바라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당연히 집순이라고 생각했는데 집보다는 나가서 활동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런 일상을 보내지 못하는 지금, 이제는 새로운 변화를 즐겨보기로 마음먹었다.


주어진 상황에 좋은 점들을, 긍정적으로 가꿀 수 있는 모습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의 일상을 소중히, 경계를 풀지 않는 대신, 맘껏 내 시간으로 채워나가고자 다짐했다.

 

 

 

시간의 가치; 등하굣길의 일상


 

학교와 집이 멀어서 제시간에 학교에 도착하기 위해선 무조건 수업 3시간 전에는 일어나 준비하고 나가야 한다. 지하철에서만 보내는 시간이 하루에 4시간 정도 되었는데 그 시간에 다른 걸 해보니 시간이 나를 가꿀 수 있는 최고의 자원이라는 걸 깨달았다.


수업을 듣기 위해선 3시간이 필요했는데 지금은 10분이면 충분하다. 노트북을 켜서 로그인하고 실시간 화상 강의 페이지만 열면 수업 준비 완료다. 그래서 나는 일상과 똑같이 7시에 일어나서 등교 준비를 하는 대신, 아침 산책하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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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집 주변 공원을 걷다 보면 까치와 참새 소리, 빨간 꽃, 하얀 꽃, 초록, 평화로운 아침을 맞을 수 있다. 마스크를 끼다 보니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 답답함은 아침 출근 열차의 답답함과는 비교할 수 없다.


그렇게 산책을 하고 간단히 아침을 먹고 뉴스 기사를 좀 보거나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수업 시간이 되어 수업을 듣는다. 부랴부랴 학교 가기 바쁘고 사람들에 끼여서 아침을 보냈던 지난날들과는 다른 처음 해보는 ‘일상’이라 하루하루가 색다르고 여유로운 일상을 꿈꿨던 로망이 하나 이루어진 것 같다!


하굣길의 일상 시간은 운동으로 채워나간다. 매일 허리와 다리 아프게 지냈던 하굣길의 일상을 홈트레이닝으로 체력 단련에 쓰고 있다. 2월의 당찬 포부로 헬스 정기권을 결제했지만, 잠정 휴업이 계속되고 있어 요즘 같은 시기에 적절한 유튜브를 통한 홈트레이닝을 시작했다.


집에서 땀 흘리며 겨우내 찌운 살들을 태우다 보면 2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집에 도착하면 배가 고파서 폭식하고 다음 날 후회하는 일상이 이젠 약간의 배고픔과 건강한 땀 흘리는 운동을 즐기는 일상으로 변화했다.

 

이것저것 많은 학교 활동으로 집에 오면 밤 11시가 부지기수였다. 지쳐서 야식으로 배를 채우면 당연히 졸려와서 제대로 된 복습이나 공부를 하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그래서 대학교에 다니고 나서 책상이 깨끗하게 정리된 적이 거의 없었다. 차근차근 학습보다는 시험 기간에 닥쳐서 공부를 했으니 결과가 좋을 리가 없었다.


이제는 여가가 생기고 사이사이 공부를 할 수 있는 짬이 많아졌다. 지금은 너무나 이 일상이 적응되어 익숙해졌고 온라인 강의의 장점들도 잘 이용하며 실제 오프라인 수업 때보다 계획적으로 공부가 진행되고 있다.

 

 

 

슬럼프 극복하기


 

이런 지금의 일상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다. 내가 지냈던 일상이 망가지고 있음을 받아들이기가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 전의 일상은 7시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이것저것 학교 활동을 하고 공연을 보면 이미 하루를 넘겨서 집에 도착해 씻고 정리하다 보면 몇 시간 눈 붙이고 다시 학교에 가는 바쁨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알바와 더해 주말엔 친구를 만나거나 취미생활을 하거나 카페에서 밀린 후기나 문화 리뷰를 쓰다 보면 정작 내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도 나는 이 바쁜 생활이 나를 채워주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런 일상이 갑자기 없어진 나는 3월까지만 해도 공허한 기분이 너무 커서 힘들었다. 그런 바쁜 일상이 최고,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일상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 이 상황을 거부하고 싶었다. 휴학한 친구들은 나름대로 이 상황 속에서 자신의 라이프를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은데 괜히 생각 없이 학교를 계속 다녀서 내 중요한 이 시간들이 헛되이 지나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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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고 내가 보냈던 일상의 시간보다 더 가치 있는 현재의 일상을 만들어나가고자 마음먹었다. 지금 돌아보면 너무 급하게 이것저것 모두에 욕심이 나서 채우기에만 급급했고 정작, 나는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다 담지 못한 채 과부하로 지쳐갔던 것 같다. 그래서 더 여유로운 일상을 바라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내 마음을 가꿀 수 있는 시간들로 내 2020년을 보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물리적으로 사회와 거리를 두고 제한이 많이 생긴 지금, 나는 최대한 긍정적인 모습으로 일상을 지내기 위해 소확행을 찾으며 즐기려고 한다. 벌써 익숙해진 일과, 일상이 지루해질 법하면 방의 구조를 바꾸고 책상을 꾸미는 등 소소한 변화를 주며 일상을 환기한다. 강제로 바뀌어 버린 일상에서 주체적으로 일상을 끌어나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잘살고 있다고, 지금 일상을 나중에 돌아보면 뿌듯할 거라고 칭찬해주자. 가끔 그 전의 일상이 그립기도 하지만 난 지금의 일상에서도 경계를 잃지 않고 마스크 속 웃는 모습으로 잘 지낸다!


이렇게 지낸 지 벌써 2달이 넘어가면서 변화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일어나기 힘들었던 아침 7시가 이젠 괜찮게 웃으며 일어날 수 있게 되었고 나름 뿌듯하게 힐링도 하고, 공부도 하고 제약 아래서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며 잘살고 있다. 더 부지런한 사람이 되었고 진정으로 내가 온전히 나의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내가 생각하는 대로 시간의 가치를 펼쳐 삶의 한 조각을 채워나가고 있음을 지금의 일상에서 모순적으로 많이 느낀다. 혼란스러운 시기에 나름 잘 지내고 있는 우리의 일상들로 상황이 빨리 정리되어 새롭게 채워 나갔으면 좋겠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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