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물다섯의 너에게 [사람]

애정하는 오월에 너를 향해 쓴다
글 입력 2020.05.1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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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일을 맞아 너무나도 많은 사람에게 짧고도 긴 편지를 받은 탓에 나도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나에게. 그토록 멀도록 느껴졌던 25를 받아들이게 된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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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안녕이란 말은 참 신기해. 이렇게 편지를 쓸 때나, 영상을 시작할 때나 매번 ‘안녕’이란 말로 처음을 시작하게 되는데 하나도 지겹지 않고 이를 대체할 말이 도저히 생각이 안 나. 그래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안녕이란 말로 이 편지를 시작해봐.


2020년에도 어김없이 네가 좋아하는 오월이 다가왔다. “오월, 오월, 오월 …” 단어에 울림소리가 잔뜩 들어가서 그런지 아니면 단순히 내가 오월에 태어난 사람이라 그런지, 이를 몇 번 정도 입 밖으로 읊조리고 나면 이유 없는 편안함을 느끼곤 해.


한 책에서 ‘오월을 닮았다’는 표현을 배웠던 거 기억나? 상대방에게 단순히 ‘사랑해요’라는 말로 마음을 전하는 것보다 깊게 다가온 비유법이라 한창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불러달라고 얘기하고 다녔는데 말이야. 그 이후로 몇 년이 지나 벌써 새로운 그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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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너는 무언가에 금세 적응하고 싶어 했잖아. 유달리 잘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된 배경 또한 존재하지. 부모님의 기대를 듬뿍 받는 첫째 딸로 자라났기도 했고, 그런 기대를 쉽게 저버리지 못하는 소심한 너의 성격 탓도 있고.


그래서인지 무언가를 잘하지 못한다는 건 곧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게 참 미성숙해 보여서 싫더라. 되게 약해 보였거든. 난 그렇게 보이고 싶지도 않았고 지고 싶지도 않아서 매 순간 자신에게 자존심을 부려가며 끝나지 않는 기대와 실망의 루트를 반복하며 살아왔던 것 같아.


그래서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이 참 좋았다. 내가 이렇게 갖은 힘으로 버텨가며 노력하지 않아도 그때가 되면 아니 그 나이가 되면 저절로 성숙해져 있겠다고 기대했거든. 반복되는 실수를 안 하고, 모든 것을 능숙하게 처리하고, 더는 불안해하지 않겠지. 공부이건, 인간관계이건, 미래에 대한 걱정이든 간에… 그냥 그런 거 있잖아. 분명 나를 둘러싼 그 모든 게 너무 좋아서 나를 성장시키는데도, 가끔은 너무 버거워 한 번에 무너지게 할 수 있는 그 사소한 것들 말이야.


그런데 스물 중반의 중간을 넘어가고 있는 지금도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미성숙한 존재로 느껴져. 죽기 전에 이 감정을 한 번도 안 느끼는 날이 있긴 할까? 과거와 대상만 달랐지 똑같은 문제로 괴로워하고 있는데 나는 별안간 스킬 없이 똑같이 힘들어하고 있더라. 그리고 또 다른 중대한 문제로 앞날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끙끙대며 의지할 사람을 찾고 말이야, 스스로 강해지면 될 것을.


그래도 한 가지 확실히 성숙해졌다고 느끼는 점은 있어. 과거의 너를 이해해. 네가 했던 모든 선택과 행동 그리고 생각을 진심으로 이해해. 가끔은 너를 자책하곤 했거든. 대체 왜 그런 짓을 해서 지금의 나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것인지 많이 미워하기도 했는데, 그때의 너도 여전히 너였더라.


지금으로선 너무나 무모해 보이는 도전일지라도 그 시절의 너는 충분히 신중했었고 정말 너다웠다. 하고 싶은 건 다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너를 지금의 내가 과거로 달려간다고 해도 너를 막을 수 있을까. 온갖 조언 또한 잔소리로 들리겠지. 아쉬움과 후회는 분명 다른 감정이니 후회한다는 말은 하지 않을래. 괜히 과거를 자책하며 그때의 감정과 선택에 죄책감 드는 것도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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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제는 ‘열린 결말’이라는 걸 참 좋아하게 된 것 같아. 이렇게 나 하나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달라지고 세상은 실시간으로 변해가는데 어떻게 함부로 확신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어떠한 결정에 번복하는 걸 치 떨리게 싫어할 정도였는데 나도 꽤 많이 변했다. 확실히 나이가 들수록 내 안에 유연함이 조금은 늘어난 것 같기도 하네. 그렇다고 내가 모든 걸 감당할 수 있는 성인(聖人)이라는 말은 또 아니고…


재작년부터 나이가 주는 무게를 슬슬 체감하고 있는 것 같은데, 23의 너는 전혀 다른 네가 되고자 본래 너의 성향을 많이 바꾸기도, 그에 따른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 24의 너는 온전하지는 못해도 나름대로 너를 달래며 힘껏 나아갔다. 25의 너는 생각보다 너 자신을 잘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최고의 상황들이 연속으로 일어나는 건 진짜 아닌데, 4월까지는 최악 중 최악을 갱신하는 해였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해내고 있네. 이게 해탈인지 체념인지 명확히 정의할 수는 없으면서도 지금 5월은 그래도 행복하니깐. 하강을 준비하며 다시 우울할 너를 위해 칭찬 한번 해주려고. 그래서 이 편지를 쓰고 싶었어. 너 정말 부러울 정도로 사랑받고 있고 너의 이름처럼 빛나고 있다. 지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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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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