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술을 통해 나의 삶을 돌아보고 느끼다. - '예술과 나날의 마음'[도서]

'코로' 화가의 작품을 향유하며
글 입력 2020.05.1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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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간 속에 예술을 넣어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해보다.


 

요즘 들어서인지 예전부터 그래왔던 것인지 사실 명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요새는 빠른 템포의 음악보다는 느린 템포의 음악이 좋고, 진한 색상보다 파스텔톤이 좋고,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기보다는 소수의 사람들과 있거나 혼자서 무언가를 골몰하는 시간이 좋다. 이 책을 읽게 된 것도 그러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따뜻한 파스텔톤과 ‘코로‘의 작품으로 채워진 표지(앞표지는 ‘코로’의 <푸른 산책길>, 뒷표지는 ‘코로’의 <보배의 아침>)는 구름 한 점 없는 햇살 좋은 날 혼자 공원을 거니는 것과 같이 평온하고 마음 한 구석이 차분해지는 느낌을 주었다.


더불어 예술과 나날의 마음을 소개하는 글에서 보았던 ‘예술을 통해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한다.’는 말은 어쩌면 나의 삶 안에서 혼자 골몰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혹은 미처 알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조금 더 넓은 관점으로 안내해 줄 것 같은 분명한 마음이 들었다.



“하루를 산다는 것은 24시간에 할당된, 일정하면서도 무한히 펼쳐진 풍경들을 만나는 일이다.”

 

“우리가 만나는 풍경에서 우리는, 그것이 그림이든 책이든, 음악이든 철학이든, 그 풍경이 나를 감싸고, 나를 끌어주며, 내가 그 풍경으로부터 위로받을 수 있는, 그래서 좀더 크고 더 깊으며 더 넓은 무엇을 보고자 애쓴다.“


- 8p


 

 

『예술과 나날의 마음』을 열어보다.


 

『예술과 나날의 마음』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 1장 「문화와 야만 사이」는 참혹함과 비참함을 느끼게 하는 인간의 역사 속에서 예술은 무엇을 보여주고 어떻게 존재했는지를, 제 2장 「평범한 것들의 고귀함」은 항상 기쁘지 만은 않은 때론 우울과 고독으로 칠해진 하루 속에서 평범한 일상들을 매일 같이 살지라도 그 나날은 소중하고 가치로우며, 고귀하다는 메세지를 담고 있다.

 

제 3장 「시와 미와 철학」은 철학자의 말과 예술가의 예술 작품을 빌려 ‘예술적 진실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살펴본다. 또한, 제 4장 「사라진 낙원을 그리다」는 사라진 낙원에 대한 상실감을 표현한 예술 작품을 통해 더나은 세상에 대한 꿈 그리고 시적 비전이 인류에게 어떠한 동력을 주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문광훈 작가가 선정한 다양한 예술 작품에 대한 미학에세이이다. 단순한 에세이가 아닌 미학에세이라는 점은 작가가 자신의 생각과 더불어 예술가의 생애와 작품과 관련한 에피소드 그리고 작품에 대한 해석을 통해 익숙한 작품은 또 다른 관점에서, 생소한 작품은 책을 통해 익숙하게 바라보도록 이끌어주는데 있다.


 

 

눈길을 끈 화가 '코로', 작가가 바라본 그의 삶과 예술을 적다.


 

가장 처음 이 책에 이끌려 보게 되었듯이 결국 나는 ‘코로’라는 화가의 그림에 눈길이 갔다. 작가가 바라본 코로와 그의 예술과 생애 등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작가와 공통적인 부분은 나는 ‘코로’의 작품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점이다. ‘코로’라는 화가를 존경하고 흠모한다는 작가가 이러한 이유를 그림이 가져오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과 같이 나 또한 그랬다. ‘코로’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의 평온함과 안정감을 느끼고 과거의 좋았던 한 폭의 추억들이 스쳐 지나가는 기분 좋은 느낌을 경험한다.


사실, ‘코로’라는 화가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지만 앞으로 꽤 그에 대해서 찾아볼 것만 같다. ‘코로’의 그림 세계를 보는 장으로는 마지막 4번째 장이다. ‘코로’에 대한 보여주는 작가의 애정과 같이 책의 상당한 부분은 ‘코로’와 관련되어 소개되고 있다. 특히, 작가는 ‘코로’의 그림이 지닌 비밀과 매력 그리고 작가의 마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소개하며 독자들로 하여금 ‘하나의 심미적 경험’으로 다가오도록 한다.


책에서는 ‘코로’의 자연의 풍경화와 인물의 풍경화를 나온다.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자연에 대한 풍경화는 자연에 대한 물리적, 지리적 현상만이 아닌 그와 더불어서 작가의 정신 또한 담겨있다. 단순히 자연의 가시적이고 물리적인 풍경 만을 담은 것이 ‘외면 풍경화’라면, 화가의 내면 풍경까지 담은 것이 ‘내면 풍경화’라 할 수 있다.


‘코로’의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그의 그림을 ‘내면 풍경화’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정취 있는 그림 혹은 정취 있는 풍경화’로 불리며, 자연을 담은 그림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느낌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에서 그렇다.


 

 

'코로'의 작품을 향유하다 1 - <모르트퐁텐의 추억(1864)>


 

책에서 소개된 여러 풍경화의 작품 중 나의 마음을 가장 끌게 한 것은 <모르트퐁텐의 추억(1864)>과 <고독, 비센의 회상(1866)>이다. 마음을 끌게 한 공통적인 점은 코로의 말년작이라는 점과 개인적으로는 무언가를 회상하게 하고 작품을 관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우선, 첫 번째 작품은 ‘코로’의 말년작이라 할 수 있는 <모르트퐁텐의 추억(1684)>이다. ‘코로’는 화가를 시작했던 20대 부터 자연을 자주 직접 눈으로 보기위해 야외로 나가 자연과 사물을 관찰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그의 풍경화가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50~60대 사이였다고 한다.


그의 자연 풍경 작품은 성서적 또는 신화적 장면의 배경이 아닌 ‘모르트퐁텐의 추억’은 자신이 추억했던 어린 시절의 모르트퐁텐에서의 추억을 자연의 근본형식과 모티프를 발견하여 그려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던 그의 유년시절처럼 그가 그린 유년시절의 추억은 상당히 평화롭고 고요하며 동화같은 분위기를 담고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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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보면 가장 눈에 보이는 것이 두 그루의 나무일 것이다. 왼쪽의 나무 한 그루는 나뭇가지가 부러진 듯 꼭대기가 잘려져 있으며, 그에 비해 오른쪽 나무 한 그루는 풍성한 잎사귀와 가늘고 길게 뻗은 나뭇가지로 울창한 나무가 보인다. 작품을 처음 보고 난 후 든 생각은 두 그루의 나무는 균형적이게 보이지는 않지만 전반적인 인상은 균형적이라는 것이다.


울창한 나무 대신 나뭇가지만 있는 나무 아래 무언가를 나무에서 따는 한 여인과 바닥에서 무언가를 줍고 그것을 올리는 듯한 모습의 두 명의 아이들을 그려내 균형감있게 보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잔잔한 호숫가와 내리앉은 안개는 작품의 분위기를 더해주기도 한다.


작품 속 배경에 대해 덧붙이자면, 안개로 인해 작품이 전반적으로 희미하게 보이기도 한다. 이에 대해 작가는 ‘코로’의 작품이 가진 특징적인 것을 설명한다. 즉, ‘코로’의 풍경화에서 볼 수 있는 시적인 것은 단순히 몽상가적인 희미하고 모호성을 띄는 것이 아닌 안개로 희미하게 보이지 않는 배경 안에서도 나무를 표현함에 있어서 사물의 윤곽을 잃지 않고 형태를 유지하며 그렸다는 것이다.


 

“'코로' 풍경화의 시적 성격은 대상을 무화시키지 않는다. 나무와 그 잎의 정교한 세부에서 드러나듯이, 사물은 분명한 윤곽을 지니기 때문이다. 색채는 흩뿌린 듯이 번져 있지만, 선은 어느 정도 유지된다. 그리하여 선과 형태는 높은 수준에서 '상호균형'을 이룬다.”


- 264p


 

 

'코로'의 작품을 향유하다 2 - <고독, 비센의 회상(1866)>


 

한편, 두 번째 작품은 앞서 소개한 작품에 2년 뒤에 완성한 ‘코로’의 <고독, 비센의 회상(1866)>이다.  이 작품 또한 나무와 잔잔한 수면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큰 나무들 사이로 바닥에 앉은 여인의 모습도 보인다.


고요하고도 잔잔한 수면을 바라보며 무언가의 생각에 잠겨 보이는 듯한 여인의 모습과 바람 한 점 없는 듯한 나무 주변의 모습들은 마음의 평온함과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그것을 유심히 보고 있노라면, 나 또한 어떠한 생각 속에 잠기는 듯 했고 또 저 곳은 얼마나 평온하고 고요할 지도 상상해보게 했다.

 

여인이 있는 곳의 자연의 향기는 어떠할까, 몸으로 느껴지는 온도는 어떠할까, 주변의 새소리는 들리지 않을까 등 다양한 생각들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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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홀로 있을 때 좀더 조용해지고, 이 조용함 속에서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며, 이 회상 속에서 마침내 평화를 얻는다’는 작가의 말처럼 나 또한 그 말에 대해 동의하는 바이다. 작품 속 여인이 그러했듯 삶을 살아가다보면 나만의 시간, 혼자서 고독을 경험하며 지난 날을 회상할 시간들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나는 가끔씩 작품 속 여인과 같이 홀로 있는 시간을 좋아하고 의도적으로 라도 그러한 시간을 만들고자 한다. 자신을 성찰하고 회상하는 삶은 내면 속 고통으로 칠해진 것들을 정화시키고 본래의 나의 모습을 찾게 해줄 뿐만 아니라 더 나은 내일로 향하게 하기 때문이다.


 

“코로의 그림에서 모든 것은 조용하고 내밀하면서도 풍성하게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눈앞의 나무와 숲과 잎사귀들처럼, 끝없이 성장해가는 듯하다. 나무든 강이든, 사람이든 빛이든, 자연의 모든 정경은 더없이 평화롭다. 그림의 서정적 성격은이 평온함에서 온다. 평온한 풍경에 힘입어 우리 감정도 평온해진다.”


- 271p



책에 소개되어 있는 ‘코로’의 인생에서 어느 시기에 해당될 지 살펴보니 공교롭게도 모두 그의 말년기에 완성한 작품이었다. 이러한 작품들은 전문가가 아닌 내가 보아도 알 수 있듯 그의 초기 작품과 비교해서 보았을 때 자신이 포착한 자연의 모습을 그리기 위한 노력을 얼마나 해왔는지 뚜렷하게 보였다.

 

화가의 인생을 살면서 그가 주변의 영향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한 폭의 그림으로 담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기에 작품은 가치롭게 느껴졌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자연에 대한 세밀한 관찰 표현을 통해 마치 그 곳에 있는 듯한 상상을 하게 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자신의 오래된 과제였던 빛과 색채의 가치를 포착해내는 회화적 과제를 성공한 것이다.


더불어, 그의 인간성은 그가 그린 작품의 인상을 더해주었다. 안정감과 평온함을 느끼게 하는 그의 그림처럼 닮은 인품을 가진 그는 관대함 마저 지닌 사람이었다. 그는 생전 가난한 이웃을 위해 돈을 기부하고 탁아소를 지원했으며, 주변 여러 예술가에게도 살 집을 마련해준다든지, 죽은 예술가의 아내가 자식 양육에 힘을 쓸 수 있도록 돈을 주기도 하며 베풀었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자신의 그림은 주변 지인 또는 친척에게 넘기고 친구에게는 그냥 주기도 했으며, 복사판을 허락하기도 했으며, 이러한 이유로 그의 그림을 모티프로 한 모조품이 상당히 많다고 한다. 자신의 성공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복지와 행복을 중시하고 스스로도 이를 원했던 사람이기에 나는 그의 작품만큼 그의 인간성 또한 더욱 높게 살 수 밖에 없다. 나는 앞서 왜 작가가 '코로'라는 화가를 좋아하고 존경까지 하는지에 대해서 알 것 같았다.



“코로의 초연함과 관대함은 현실에 대한 거리감에서 생겨났을 것이다. 덕분에 그는 높은 마음의 균형 상태에 도달할 수있었다.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며 절제할 수 있었기에 주변 사람들에게 관대할 수 있었고, 자연에 더 가까이 갈 수 있었으며, 이런 겸허에도 불구하고 예술적 자부심으로 가득 찰 수 있었을 것이다.”


- 303p


 

 

예술을 통해 다시 일상적 에너지를 얻다



무엇인가 허전한 마음이 들고 지나간 생각을 돌아보며 나를 다잡는 시간을 갖던 요즘이었다. 이러한 생활 속에서 이 책은 나에게 더욱 내일의 힘을 이끌게 해주게 했고, 여러 예술 작품은 일상을 살아갈 에너지가 되어 주었다.


‘예술 없이 삶이 나아질 수 있겠는가.’라는 작가의 말처럼 무언가에 고민에 빠지고 복잡한 감정들로 마음이 복잡할 때 편안함을 찾기 위한 방법으로 예술을 보고 느끼는 것만큼 더 한 것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술은 나날의 생활 속에 있고 나날의 마음 속에 자리하며 더욱 깊이 있는 삶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예술과 나날의 마음

- 예술로 삶을 사랑하는 방식 -



지은이 : 문광훈


출판사 : 한길사


분야

인문

미학/예술철학


규격

148*210mm 양장


쪽 수 : 344쪽


발행일

2020년 02월 28일


정가 : 19,000원


ISBN

978-89-356-6338-5 (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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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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