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문학가들의 사랑지상주의 - 「문학으로 사랑을 읽다」 [도서]

글 입력 2020.05.06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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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문학은 대부분 사랑에 대해 다루고 있다. 가만 보면 우리가 평소 즐겨듣는 음악도 사랑에 관한 가사가 대부분이다. 어쩌면 사랑은 우리 삶에서 가장 흔하지만 그만큼 무언가로 정의할 수 없는 가장 신비로운 개념이기 때문일 것이다.

「문학으로 사랑을 읽다」는 ‘명작으로 배우는 사랑의 법칙’이라는 부제를 통해 세계의 여러 문학으로 사랑을 읽어보고자 시도한다. 사랑에 대해 예찬하는 사람만을 넘어 회의적인 사람, 관심이 없는 사람, 인식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사람 모두 어떻게 보면 사랑지상주의자로 묶을 수 있다는 어딘가 설득력 있는 논리를 주장하면서 말이다.

대문호들의 사랑에 대한 사상은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첫 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마음에 드는 몇 구절은 메모해가기도 하면서.


 
카사노바의 『나의 인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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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에 굴복할 뿐 사랑을 정복하지 않는다.”


- 37p

 


바람둥이를 뜻하는 대명사 ‘카사노바’는 실존 인물이다. 몰랐던 사실이었다. 사실 카사노바는 이성을 홀리고 다니는 매력적인 유혹자이기도 하지만 열두 살에 대학에 입학해 논문을 쓰고 열일곱의 나이로 박사 학위를 받았던 천재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유혹한 대상들을 전부 진심으로 사랑했다. 자신이 사랑했던 대상에게는 전부 예의를 갖췄다. ‘삶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살 자격이 없다’라는 명언에 가까운 말도 남겼다. 후대 사람들이 그를 ‘가벼운 사랑만 하는 바람둥이’라는 뜻으로 그의 이름을 쓴다고 생각하며 꽤나 억울해 할지도 모른다.


카사노바가 생전 쓴 『나의 인생 이야기』는 그가 쉰 살이 되기 전까지의 생애를 다룬다. 카사노바가 어떻게 130여 명의 여성을 유혹했는지 상세히 적혀져 있다. 프랑스어로 쓰여진 이 책은 혁신적인 프랑스어 사용으로 프랑스의 국보급 문헌으로 인정되었다.

그의 책은 18세기 유럽 풍속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소중한 문헌으로 남았다. 특히 사진 같은 그의 기억력은 놀랍게도 매우 정확한 편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단순히 유혹서라고 불리기엔 아까운 책이다.

 


 

구약성경의 『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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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은 전 세계의 책 중 단연 꾸준하게 팔리는 베스트셀러다. 기독교의 중심 사상은 뭐니뭐니해도 ‘사랑’이니, 사랑을 다루는 문학 중 빠질 수 없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그 중 『아가』는 다소 외설적인 구절이 많아 서양문학사에서 가장 에로틱한 시로 손꼽힌다고 한다. 성경과 에로라는 단어는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리워라, 뜨거운 임의 입술, 포도주보다 달콤한 임의 사랑. 임의 향내, 그지없이 싱그럽고 임의 이름, 따라놓은 향수 같아 아가씨들이 사랑한다오. 아무렴, 사랑하고말고요. 임을 따라 달음질치고 싶어라. 나의 임금님, 어서 임의 방으로 데려가주세요. 그대 있기에 우리는 기쁘고 즐거워 포도주보다 달콤한 그대 사랑 기리며 노래하려네. (공동번역 1:2~4) - 70p

내 사랑하는 자는 내게 속하였고 나는 그에게 속하였도다. (개역개정 2:16) - 77p

 


현대의 진보적인 학자들은 대체로 『아가』를 종교와 무관한 사랑 노래 모음집으로 해석한다. 전통적인 해석은 상징을 통해 그리스도와 인간의 사랑을 비유한 것으로 해석한다.

어느 것이 맞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누군가에겐 신의 사랑으로, 누군가에겐 인간의 사랑으로 다가올 것이다. 다만 『아가』가 전하는 교훈은, 확실한 것은 육체적 사랑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고, ‘부적절한 육체적 사랑’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랑에도 기다림이 필요하고, 우여곡절이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신성하게만 여겨지던 성경에도 적나라한 사랑에 대한 묘사가 있고, 육체적 사랑인 성욕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 새삼 놀라웠다.

어쩌면 번갯불에 콩 볶듯이 빨리 진행되는 사랑이 운명같은 단 하나의 사랑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멀리 돌아가더라도 은은하게 곁에 남아있는 사랑이 더 많다는 사랑의 이치를 설명한 것은 아닐까.
 

 
니체의 '아포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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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철학자 중 하나인 니체의 사랑관에 대해서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신은 죽었다”와 같은 반그리스도교적인 발언도 했지만, 그리스도 문화권에서 태어나고 자란 탓인지 사랑을 중시하는 친기독교적 성향도 지니고 있었다. 사랑을 단일 주제로 삼은 책은 없지만, 그의 저작에선 여기저기 사랑에 관한 구절이 나온다.

흔히 니체는 우리에게 다른 차원의 세상, 초인 사상을 주장한 철학자로 여겨진다. 그의 사랑관은 이런 사상과 밀접했다.
 

 

사랑은 사람 안에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을 계속 주시하려는 눈을 가지고 있다. 사랑은 사람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이끌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아침놀』)


- 131p

 


또한 그는 사랑은 자기애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며, 우리가 우리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고독하다고 주장했다. 사랑은 결국 우정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한 그는 사랑과 우정에 대해 많은 말을 남겼다. 사랑도 결국 길게 보면 우정에 가까운 감정으로 존재할 것이라는 그의 사상이 잘 드러난다.
 

  

“불행한 결혼의 원인은 사랑의 결여가 아니라 우정의 결여”

“친구로서 최고인 남자가 최고의 아내를 얻는다. 좋은 결혼은 우정에 필요한 재능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 1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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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사랑을 읽다
- 세상의 모든 사랑은 운명적이다 -


지은이 : 김환영

출판사 : 싱긋

분야
인문

규격
133*203mm 양장

쪽 수 : 296쪽

발행일
2020년 02월 14일

정가 : 15,000원

ISBN
979-11-90277-25-9 (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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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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