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몸을 몸으로만 말하지 않기로, 몸의 언어 [도서]

몸으로 사랑을 표현한 그림과 글
글 입력 2020.05.03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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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말하는 관계, 몸의 언어


 

문과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단어인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Non-verbal Communication)'은 언어 이외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한다. 눈빛, 표정, 제스처, 몸동작 등 몸을 활용한 의사전달을 포함해, 의상, 분위기까지 포함된다. 기호라는 범주 안에서 사람의 신체로 표현되는 것들 중 언어를 제외한 기호들이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일지도 모른다.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은 몸으로 말하는 언어, 몸의 언어다.


몸의 언어는 복잡한 규칙이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잖아'라는 가사처럼, 몸의 언어는 짧은 순간에도 많은 정보를 전달한다. 정보가 어떻게 전달되는지는 정확히 모른다. 그래도 특별한 합의 없이 의사소통이 가능하단 건, 사람들 사이에 특정한 규칙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처럼 몸의 언어는 섬세한 의사소통을 짧고 간단하게 표현한다.


몸의 언어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언어다. 관계의 거리는 몸의 거리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몸은 가까워지고 몸의 언어는 많아진다. 사랑할수록 가까이 갈 수 있고, 더 많은 표현을 주고 싶기 때문에 몸의 언어는 늘어난다.


가까운 관계가 오래될수록 몸의 언어는 복잡해진다. 처음 잡은 손은 설렘이지만, 항상 잡던 손은 자연스러운 신뢰다. 같은 말을 반복하는 건 의미의 변화를 가져온다. 그만큼 몸의 언어는 항상 같은 의미를 지닐 수 없다. 관계의 변화는 항상 몸의 언어를 조금씩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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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의신 작가의 <몸의 언어>는 연인 사이의 이야기를 몸으로 표현한다. 연인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자세히 그려내고 풀어쓴다. 연인의 만남, 헤어짐, 사랑과 고통까지 다루고, 그 상황 속의 몸을 그린다.


<몸의 언어>가 몸을 앞세우는 이유는 연인의 상황이 몸에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연인 사이의 사랑이 깊을수록 몸은 가까워진다. 하지만 마음에 거리가 생긴다면 그 거리만큼 몸은 멀어지고, 서로 드러내지 않으려 한다.


<몸의 언어>의 그림은 관계에 따라 변화하는 몸의 모습을 그린다. 가까워질 수록 허물은 없어지고, 몸은 가까워진다. 반대로, 멀어질 수록 이 그림들은 단순히 살결이 많이 노출된 그림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야기와 마음이다.


몸은 언어다. 몸을 단순히 몸이라고만 생각한다면 서로의 상황과 마음은 없어지고 만다. 마음 없이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는 몸은 사람의 육체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몸은 마음보다 가볍지 않아야 하며, 섬세하고 신중해야 한다. <몸의 언어>는 몸으로 말하는 마음의 섬세함을 담아낸다. 섬세한 말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듯, 몸의 언어 또한 마찬가지다. 몸을 몸으로만 말하지 않아야 한다. 몸은 우리의 마음이며, 몸의 표현은 마음이 담긴 언어다.


<몸의 언어>는 사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작품의 표현 방식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몸을 앞세운 표현 방식은 몸이란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몸의 언어>는 몸은 곧 마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책을 읽고 나서, 몸을 몸으로만 말하지 않기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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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일러스트와 시적인 문장으로 독자의 마음을 훔쳤던 나른 작가의 사랑 에세이. 연재 시 먼저 일러스트에 시선을 사로잡혔던 독자들은 그림에 더해진 시적인 글에 더욱 큰 공감을 표했다. 섹슈얼한 그림으로만 알았던 이들에게 나른 작가가 들려주는 감각적이고 문학적인 사랑의 단상은 깊은 울림을 준다.
 
여느 사랑 에세이와 달리 『몸의 언어』에는 아름다운 사랑의 장면만 담겨 있지 않다.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의 설렘과 열정, 익숙해짐에서 오는 편안함, 편안해짐에서 오는 갈등, 갈등에서 오는 이별, 그럼에도 새로 시작하는 사랑….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들이 거칠 수밖에 없는 '보통의 연애' 과정이 과감한 그림과 시적인 문장으로 유려하게 표현되어 있다.
 
나른 - 글 쓰는 일러스트레이터. 그리는 일만큼이나 쓰는 걸 좋아합니다. '사랑'이라는 테마를 때로는 직설적이면서도 낭만적으로, 때로는 귀여운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몸의 언어』가 그에 해당하는 첫 책입니다. 이 책이 사랑의 시작과 끝 사이의 어느 지점, 혹은 사랑의 외부 어느 곳을 배회 중일 우리 모두에게 한 조각 위로를 건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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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언어
- 보통의 연애 -
 
 
지은이 : 나른

출판사 : 플로베르

분야
에세이

규격
165×210mm

쪽 수 : 184쪽

발행일
2020년 04월 10일

정가 : 16,000원
 
ISBN
979-11-962227-7-2 (03810)
 

[김용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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