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 그게 대체 뭔데? - 몸의 언어

글 입력 2020.05.0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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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 작가가 그리고 쓴 ‘몸의 언어’ 는 감각적인 사랑 에세이다.


대담하고 섹슈얼한 그림과 감성적인 짧은 글들이 짝을 이뤄 함께 하는데, 누군가는 과감하지만 동시에 담담하고 차분한 그림을 더 마음에 들어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나는 글이 더 좋았다. 모호하고 복잡하고 때로는 거친 감정들을 정제된 언어로 뽑아내 다듬고자 한, 그리고 여전히 일렁이는 듯한, 그런 느낌이 있어 좋았다.


큼직한 감상은 이러한데, 사실 책을 처음 보았을 때엔 다소, 약간, 좀 많이 당혹스러운 감이 없잖아 있었다. 일종의 난관에 봉착했다고나 할까. 이걸 어쩌지. 나 이런거 별로 안좋아 하는데.

 

오해하지는 말아달라. 개인의 선호가 그렇다는 거다. 사랑 에세이라는게 너무나도 멀어서 그렇다. 누가 물어보면 농담처럼 ‘나는 나랑 연애한다.’ 그렇게 말하고 살았다. 누군가 다가오면 특별한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지만, 연락을 주고받으면 ‘음, 이렇게 관계가 시작되는군.’ 그 이상이랄 것이 있었나 싶다.


단 둘이 술을 마신다거나, 어디 좋은데 놀러간다거나, 그런 모든 것들이, 친구랑 가든 누구랑 가든 재밌기만 하면 그만 아니야? 특별한 사람이랑 가면 더 좋긴 하겠지만, 그건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거잖아, 싶기도 했다. 누군가는 네가 아직 어려서 모른다 했고, 그래서 들었던 수많은 질문들이 있었다. 우정과 사랑, 그 말 뜻을 내가 구별하지 못하는 걸까?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말이 길어 이곳에 다 적을 수는 없고.


어찌되었든 돌고 돌아, 결국 내 앞에 선택지가 늘어 났을 때 아, 나 에이로맨틱인가봐. 불변하리라 할 순 없지만 일단은 그렇게 땅땅 정의해 버렸다. 그러니까, 사랑 에세이... 너무 멀다.

 

물론, 당연하게도 사랑이라는 것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꺼리는 건 아니다. 생각해보자면 얼마나 멋진 감정인지. 완전히 타인이었던 두 사람이 만나 서로에게 의지하고, 특별한 감정을 공유하며 신뢰와 애정을 쌓아나간다는게 아름답지 않을 리가 없다. 여기에 환상같은 맹목적임을 첨가하면, 그래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이야기와 사랑노래가 끊임 없이 쏟아지나보다.


특히 그 어찌보면 합리적이지 못한 열중이, ‘사랑해서 그래, 어쩔 수가 없어.’ 라는 진부하지만 멋진 말이, 가장 이해하기 어렵지만 동시에 어딘가의 누군가의 어느 순간에는 분명히 존재할 특별한 어쩔 수 없음이. 그렇게 무감, 거리감, 어쩌면 약간의 호기심을 가지고, 한 걸음도 아니고 다섯 발자국쯤 떨어져서 ‘몸의 언어’를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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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사랑이라는 감정 아래 서로 마주한 사람들, 그 중에서도 몸을 마주한 사람들을 써내리고 그려낸다. 첫장부터 펼치기 전에 언뜻 넘겨본 그림들의 수위가 생각보다 높아서 굳이, 왜 하필 짙은 스킨쉽인가 하는 의문이 잠시 들었다.


그런 의문들이 나만은 아니었던 모양인지,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깊고 진한 스킵십은 그 자체로 어떤 메시지가 된다고 생각한다.’ ‘몸을 마주하는 이들 사이에 흐르는 어떤 언어가 있다’고 적는다. 어쩌면 이 두 문장이 이 한 권의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앞에서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기는 했지만 사실 난 로맨스 소설은 꽤 잘 읽는다. 그런데 ‘몸의 언어’는 사랑 소설이 아니라 일종의 에세이다. 어찌되었든 가상이 아니라 현실이고, 누군가가 느꼈고 누군가는 느끼고 있을 진짜 감정이다. 그래서 걱정했지만 그래서 괜찮았다. 만남과 사랑, 결핍과 이별의 과정을, 사랑을 이루는 순간들을 누락하지 않고 담았다는데 그래서일까, 때로는 환상같고 때로는 덧없고, 영원하지도 완벽하지도 않은 다양한 모습들이 범람한다.


좋았던 부분을 꼽자면 챕터들마다 붙어있는 인트로다. 한 쪽을 가득 채우는 섹슈얼한 이미지와 감각적인 짧은 문장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준다. 솔직하고 현실적인 긴 문장들이 좋았다.


책장을 넘기면서 생각한다. 아무튼간에, 이것 참 멋지긴하다. 완전한 타인이 특별한 감정으로 몸이 닿는 관계가 된다는 거, 사랑으로만 특별해 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사랑으로 특별해 질 수 있다는거. 그리고 그런 관계 속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맞닿아 소리 없이 대화한다는 거. 보통의 사랑과 연애, 그 단어에 담긴 의문은 잠시 치워두고 이런 사람과 감정이 실존한다는 것을 마주하며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랑이란 말은 교묘해서

우리를 헷갈리게 하고

실제로 꽤 많은 우리를 속여 왔다.“

 

p.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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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언어
- 보통의 연애 -


지은이 : 나른

출판사 : 플로베르

분야
에세이

규격
165×210mm

쪽 수 : 184쪽

발행일
2020년 04월 10일

정가 : 16,000원
 
ISBN
979-11-962227-7-2 (03810)



 

 


[김민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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