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 여름(The Summer) [도서]

글 입력 2020.04.3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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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문학


 

최근 한국문학은 ‘페미니즘’과 ‘퀴어’가 중요한 두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윤리적 성찰과 소수자 문제의 최전방에 서 있는 퀴어를 이야기하는 것은 문학이 응당 해야 하는 일이다.


최은영, 김봉곤, 황정은, 천희란, 박민정 등이 퀴어적 인물과 목소리가 등장하는 작품들을 발표했다. 이들이 현재 한국문학의 최전선에 위치한 작가들임을 감안하면 퀴어적 상상력이 더 이상 예외적인 것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2018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 추천 리스트’를 보면 『여름, 스피드』와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와 같은 퀴어 소설이 인기를 끌었음을 알 수 있다.

 

레즈비언 딸과 엄마의 갈등과 화해를 정면으로 다룬 『딸에 대하여』는 지난해 출간되어 많은 호평을 받았고, 『여름, 스피드』의 김봉곤 작가는 스스로 커밍아웃을 해 성소수자가 서사의 대상이 아닌 보다 적극적인 발화자가 되어 퀴어문학의 새로운 성취를 보여주었다. 또한 큐큐나 움직씨 같은 퀴어 전문 출판사가 등장해 퀴어 작품들을 기획하고 발굴하고 있다.

 

 

“퀴어문화는 사회의 진보성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무지개색이 드러나는 사회가 건강하다. 무지개색의 선명도는 퀴어문화, 퀴어문학, 퀴어출판의 발전으로 나타날 것이다.”

 

고봉준, 「퀴어, 낯선 새로움」, <기획회의> 475호(2018.11.05)

 

 

 

작가 소개


 

최은영은 1984년 경기 광명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국문과에서 공부했다. 2013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쇼코의 미소」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쇼코의 미소』가 ‘소설가 50인이 선정한 2016년의 소설’에 선정되었고, 「그 여름」으로 제8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최은영은 등단 초기부터, “선천적으로 눈이나 위가 약한 사람이 있듯이 마음이 특별히 약해서 쉽게 부서지는 사람도 있는 법”이라고, 전혀 짐작할 수 없는 타인의 고통 앞에 겸손히 귀를 열고 싶다고 말한다. 또한 “자기 자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 쪽에서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 소수자라는 이유로 배제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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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 이경과 수이의 이야기


 

열여덟의 여름에 이경과 수이는 만난다. 수이가 찬 축구공이 이경의 얼굴에 가격하면서이다. 이경의 안경테가 부러지고 코피를 쏟으면서 함께 병원을 다녀온다. 그 주 내내 수이가 이경에게 딸기우유를 들고 가면서 둘은 가까워졌다.

 

수이는 자동차 경비를 배우기 위해, 이경은 대학교를 다니기 위해 서울에서 산다. 이경은 레즈비언 바에서 친해진 친구들과 있다가 수이가 레즈비언 바로 간다. 이경은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러닝화를 신고 있는 수이의 옷차림이 무성의하다고 생각한다. 이경의 친구들이 수이에게 말을 걸어도 수이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다. 이경은 수이가 이경의 친구들에게 무례하다고 생각해 수이에 대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이경은 그 부끄러움을 인정하기 싫어서 수이를 탓하지만, 수이를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판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한다.

 


“수이는 이경이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한 사람이었고, 다른 사람에게는 그 비슷한 감정조차 느껴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이경은 은지에 대한 자기 감정을 이해할 수 없었다.”


 

레즈비언 바에서 한 번 만났던 은지를 이경은 기억하지 못했으나 은지가 이경에게 말을 먼저 걸면서 둘의 사이는 가까워진다. 은지는 이경이 만난 새로운 사랑이다. 이경은 수이 외에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과 그럼에도 은지에 대한 생각을 그만둘 수 없는 자신을 괴로워한다.

 

이경은 은지에게 끌리는 마음을 부정하려 했지만 결국 그 마음을 굴복하고 만다. 결국 은지에 대한 생각 때문에 고열에 시달려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병원까지 찾아온 은지를 보고 이경은 수이가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 말하며 은지를 설득시켰다. 그러나 은지에게 설득시키기 위해 했던 말들을 생각하며 이경은 자신의 말이 진실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은지의 존재가 이경이 숨겨둔 자신의 마음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것이다. 퇴원 후 이경은 수이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수이와 헤어진 후 이경은 은지와 만났지만 둘의 연애는 일 년이 되지 못하고 끝났다. 십삼 년 후 이경은 은지와 만나게 된다. 은지는 이경에게 수이에 대해 물어보지만 이경은 이별 후 수이를 만난 적이 없다.

 

이경은 수이와 같이 자랐던 고향 집에 들렀다. 스쿠터를 타고 다리로 가면서 이경은 수이에 대해 추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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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의 ‘그’ 여름


 

왜 하필 ‘그’ 여름일까. ‘그’ 여름이란 ‘어느’ 여름과는 다른 여름이다. 특정한 시간과 장소를 가진, 다른 모든 여름과는 구별되는 여름이다. 수이가 찬 공이 이경의 얼굴을 가격했을 때부터 둘의 사랑은 시작된 것이다. 열여덟의 이경과 수이가 사랑을 시작이었음에도 「그 여름」속의 화자는 서른네 살의 이경이다.


서른네 살의 이경에게 그 여름이란 이미 특정하게 완결된 여름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바깥에서 사랑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어쩌면 후일담의 형식을 빌어서 그 여름을 다시 더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소설 속의 ‘그 여름’은 이미 끝난 사랑의 한때이다. 이 소설에서는 어떤 사랑이 있었다는 과거의 형식으로 그 사랑을 보존하고 있다.

 

「그 여름」은 이미 완결된 사랑의 한때다. 이경의 심리묘사가 대부분이며 사랑의 대상인 수이의 내면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사랑의 변질을 경험한 이경의 심리는 길고, 가끔은 너무 장황하고 구차하게 느껴지기까지 하지만 수이의 내면은 알려지지 않는다. 게다가 헤어짐 이후 이경은 수이와 모든 연락이 끊긴다.


이경이 한때 만났다가 헤어진 은지와 다시 연락하게 된 것과는 다르다. 이는 다시 만날 수 없기 때문에 수이와 이경의 사랑이 끝내 변질되지 않음을 뜻한다. 사랑에 대한 이경만의 편향된 서술은 사랑의 신비함을 보존하기 위한 장치이자, 사랑의 내밀함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다.

 

「그 여름」에서 나타나는 이경과 수이의 사랑과 이별에 얽힌 감정과 혼란은 보통 연인들 대부분이 겪는 것들이다. 수이와 사귀면서 이경이 느꼈던 부끄러움, 자신에게 의지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섭섭함과 같은 감정들은 모든 연인들이 한 번은 떠올렸던 생각들이다. 어쩌면 너무나도 일상적인 것들이라 소설 속의 사건들이 특별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수이와 이경의 사랑은 소설로 쓸 만큼의 이야기라고 생각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일상적으로 쓰인 이유는 동성 간의 사랑을 다루면서 이 사랑도 이성 간의 사랑과 전혀 다르지 않음을 용기 있게 보여주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참고 문헌

양윤의, 「‘그’여름이라고 말할 수 있을 때」, 2017

 

 



[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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