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윤희에게

글 입력 2020.04.26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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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포함

 

"윤희에게, 잘 지내니?"


윤희에게 온 한통의 편지를 새봄(김소혜)이 읽게된다. 이후 새봄은 엄마 윤희(김희애)에게 여행을 가자고 제안한다. 윤희도 자신에게 온 편지를 읽게 되는데, 20년 전 친구 쥰(나카무라 유코)에게 온 편지였다. 편지를 쓴 쥰의 마음도, 그걸 읽는 윤희의 마음도 모두 그리움이 느껴진다. 새봄과 윤희는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되고, 새봄은 윤희 모르게 쥰과의 만남을 계획하고 있다.
 
윤희가 쥰이 사는 오타루에 오기까지는 주변 인물의 도움이 있었다. 윤희의 곁에는 새봄이, 쥰의 곁에는 고모가 그 존재다. 새봄은 아빠에게 찾아가 엄마와 헤어진 이유를 묻고, 아빠는 윤희를 '사람을 외롭게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새봄은 윤희에게 본인이 엄마와 살고 있는 이유는 윤희가 더 외로워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빠에게 윤희는 본인을 외롭게 만든 존재였지만 새봄에게 윤희는 외로워보이는 존재였던 것이다.

아마 쥰의 편지를 통해 엄마의 외로운 원인을 알게된 새봄은 사진 속에서 활짝 웃는 어린 윤희의 모습처럼 엄마가 다시한번 웃기를 바랬을지도 모른다. 여행, 쥰이 사는 곳에서 새봄은 쥰을 찾아내어 두 사람을 만나게 한다.

한편 쥰의 고모는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쓰는 쥰을 대신해서 윤희에게 보낸 인물이다. 윤희를 사랑했고 그리워하는 마음을 알고있는 고모는 쥰의 버팀목이다. 새봄과 고모는 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고 있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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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는 윤희와 쥰의 사랑, 애틋함을 그린 여성 퀴어영화다. 한국영화로는 드문 소재이고, 그보다 더 인상적인 점은 내 세대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라는 것이었다.
 
새봄의 시선을 통해 윤희를 더 가까운 존재로 인식 할 수 있었다. 윤희는 우리의 엄마이자 한국 중년 여성이다. 늦은 밤, 퇴근하고 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윤희는 지나가는 행인을 보고 몸을 돌린다.

윤희는 대학을 가지 못했다. (새봄이 사용하는 필름카메라는 윤희가 대학을 못 간 대신 받은 것이다) 윤희가 쥰을 사랑한다고 했을 때도 가족들은 윤희를 정신병이라 생각했으며 결국 가족에 의해 억지로 결혼까지 하게 된다. 윤희의 오빠는 20살 딸을 둔 윤희의 직장을 알아봐 준다고 한다. 담담하게 표현하는 윤희(김희애)의 모습을 통해 그 세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눈이 언제쯤 그치려나"


쥰은 고모의 말이 필요 없는 소망이라 생각했다. 항상 많이 내리는 눈이고, 그치려면 멀었음을 알기 때문이었다. 고모의 말에 쌓인 눈이 익숙한 쥰은 소망을 말하기 보다는 눈을 치우기 바쁘다.

이렇듯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자신을 숨기며 '이성적'으로 살아왔는데 윤희를 다시 만난 이후, 쥰은 펑펑 내리는 눈을 보며 고모와 같은 대사를 한다. 나는 이 말이 쥰의 변화를 보여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눈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 그대로, 생각나는 대로 표현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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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많이 내리는 오타루의 풍경 때문인지, 영화의 분위기는 고요하다. 모든 배우들의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주지만 특히 윤희(김희애)의 감정은 특별하게 다가왔다. 작은 동작 하나하나 윤희가 느끼는걸 전달하는 김희애라는 배우가 주는 힘이 좋았다.
 
나는 이 영화가 무엇보다 윤희와 쥰의 성장을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했다. 서로에 대한 애틋한 마음 뿐만아니라 스스로를 털어버리는 성장영화. 그걸 담담하고 고요하게 비춰주는 영화 '윤희에게'가 좋았다. 함께 감정을 느끼고 힘이 된 영화였다.
 
겨울이지만 따뜻했던.
 
추신, 나도 네 꿈을 꿔
 

[나정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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