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베토벤의 깊이를 만나는: 앙상블 더 브릿지와 함께 하는 성경주 바이올린 리사이틀

글 입력 2020.04.1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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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앞.jpg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오랜 기간동안 예술의전당을 방문할 수가 없었다. 손꼽아 기대했던 수많은 공연들이 다 취소되었다. 코로나 전염 상황이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으니 무리를 감수하며 공연을 개최하기에는 주최 측도 부담스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 1분기에는 신년 초 음악회를 다녀왔던 것 외에는 일절 공연장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사이사이에, 눈여겨보며 이 공연만큼은 취소되지 않기를 하며 바랐던 것들조차 떠나보냈다. 아쉬움이 가득해지던 와중에,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다소 감소한 요즘 다시금 눈에 들어오는 공연이 생겼다. 바로 앙상블 더 브릿지와 함께 하는 성경주 바이올린 리사이틀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성경주의 리사이틀인 듯한데, 왜 앙상블 더 브릿지가 함께 무대를 꾸미는 걸까 궁금했다. 의문은 손쉽게 풀렸다. 바로 바이올리니스트 성경주가 바로 앙상블 더 브릿지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앙상블 더 브릿지의 예술감독인 성경주를 필두로 하여, 이번 무대에는 앙상블 더 브릿지 단원인 바이올리니스트 문지원, 비올리스트 이신규, 첼리스트 장우리가 함께 무대에 선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무대의 프로그램은 현악 사중주 프로그램 구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성경주 리사이틀에는 피아니스트 김재원까지도 무대에 선다. 왜일까? 그 해답은 프로그램에 있다.

 

 



PROGRAM


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Sonata for Piano and Violin No. 5 in F Major, Op. 24 


Piano Trio in D Major Op. 70-1 “Ghost”


String Quartet No. 11 in f minor, Op. 95 “Serioso”

 


 

 

이번 성경주 바이올린 리사이틀의 메인은, 당연히 바이올린이다. 그래서 바이올리니스트 성경주는 그 바이올린의 매력을 다양하게 보여주고자 이번 무대를 기획한 듯하다. 그는 바이올린 소나타, 피아노 3중주 그리고 현악 4중주의 형태로 바이올린을 필두로 하는 앙상블을 다양하게 보여주기 위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그것도 모두 베토벤의 작품으로 선곡해서 골랐다. 일요일 오후에 듣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이라니, 벌써부터 기대되지 않는가.


이번 리사이틀의 가장 첫 곡은, 성경주가 선곡한 프로그램 중 가장 대중적인 레퍼토리다. 4월의 마지막 일요일에 듣기에 딱 좋은 작품, 바로 베토벤의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5번 < 봄 >이다. 1악장의 도입부에서부터 바이올린이 아름다운 주제를 먼저 연주해나가며 분위기를 주도하는 이 작품은 봄의 포근하고 기분 좋은 느낌이 그대로 형상화된 듯한 곡이다. 봄이라는 별명을 베토벤이 붙인 것은 아니지만, 누가 붙였는지는 몰라도 정말 칭찬해주고 싶다. 이 작품이 내포한 달콤하고 사랑스러움을 집약한다면 봄이라는 한 글자와 너무나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만개한 유채꽃들이 불어오는 바람 따라 부드럽게 일렁이는 듯한 1악장을 지나고 나면, 유려한 아다지오로 풍부한 2악장이 기다리고 있다. 1악장이 생동감과 활기로 가득한 것과는 사뭇 다르게 2악장은 부드러운 봄의 정경을 관조하는 듯이 사색적인 느낌이 한결 강하다. 그 끝에 맞이하는 3악장의 스케르초는 리듬감이 넘친다. 스케르초에서 마지막 론도로 넘어가는 대목은 쉼없이 사실상 바로 이어지기 때문에 곡을 모르고 듣는다면 악장이 바뀌는지 놓칠 수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론도는 주제를 다시금 다채로운 리듬감으로 변형하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스케르초의 통통 튀는 리듬감과는 다른 재미를 느끼며 감상할 수 있다.


*


이어서 선곡된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3중주 < 유령 >이다. 이 작품 역시 봄과 마찬가지로, 유령이라는 별칭을 베토벤이 붙인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별명이 붙게 된 것은 이 작품의 2악장 라르고가 그만큼 을씨년스럽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1악장을 들을 때까지만 해도 유령이라는 부제에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1악장은 리듬감 있는 도입부를 지나 D major답게 우아한 피아노 반주에 바이올린과 첼로가 서로 선율을 주고 받고 교차하면서 점차 아름답고도 에너지 넘치는 격정을 향해 달려간다.


그러나 2악장은 1악장의 느낌과 완전히 다르다. 라르고에서는 아주 섬약한 현악 소리에 피아노가 조심스러운 터치를 얹으며 시작된다.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을 마주한 사람이 담담히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듯한 어두운 분위기가 서서히 드러난다. 그리고 피아노의 격정적인 터치는 그 불길한 예감이 원치 않는 현실로 다가온 것을 그려내는 듯하다. 시린 현실로 마음 속 깊이 퍼져가는 우울감을 직면하기 위해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는 한 인간의 고뇌가 느껴지는 악장이다. 이 작품을 작곡하던 당시 귓병을 앓고 있었던 베토벤의 그 내면이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유령의 2악장이 더욱 피부로 와닿을 것이다.


그 사색의 끝에서 만난 3악장 프레스토는 다시금 완전히 분위기가 전환된다. 아주 빠른 박자 속에 강약의 완급조절과 경쾌한 리듬감, 다시금 긍정하는 선율의 색채감 이 모든 것이 녹아들어 있다. 절정을 향해 끝없이 발전되어가는 프레스토의 여정은 고난이 현실이 되어 무력감을 느꼈던 한 인간이 결국 그 고난을 벗어나 새로이 인생을 긍정하며 살아가겠다는 결의라 느껴진다. 전형적인 베토벤의 고난에서 환희로의 여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럴 지도 모르겠다. 2악장과 3악장의 대조로 인해 더욱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앙상블 더 브릿지와 함께 할 성경주의 연주가 기대된다. 새로운 이해의 지평을 열 기회가 될 것이다.


*


마지막 곡은 베토벤의 현악 4중주 11번 < 세리오소 >다. 이쯤 되면 바이올리니스트 성경주의 프로그램 선곡 의도가 명확해진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번 무대를 통해 심화되어 가는 베토벤의 내면을 그의 손끝에서 그려내고 싶었던 것이다. 이름처럼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가 가득한 이 작품은 1악장의 도입부에서부터 격렬한 총주로 시작하고 있다. 비장하기도 하고 다소 비정하기도 한 듯한 1악장은 분량이 매우 짧다. 보통의 1악장이 어느 정도 길이감을 가지는 편인데 세리오소는 유독 1악장이 짧다. 그러나 나쁘지 않다. 2악장이 확실히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다.


2악장은 알레그로의 긴장감은 다소 완화된 상태로 선율이 시작된다. 그러나 사실상 내면의 소용돌이는 더욱 발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2악장은 치밀한 푸가형식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2악장의 조성에서 느껴지는 비장미는 여전히 진지하다. 그리고 이는 3악장에 이르러 더욱 고조된다. 바로 이 3악장의 빠르기 지시어에 세리오소가 들어간다. 그래서인지 3악장은 2악장에서 치밀하게 쌓아올린 내면의 고뇌가 엄숙하고도 진지하게, 날카롭고도 처절하게 분출된다.


마지막 4악장은 한 악장 내에서 세 번 빠르기가 바뀐다. 처음의 서주는 라르게토로 부드럽고도 비장미 넘치는 선율로 시작한다. 그리고 여기서 알레그레토로 넘어가는 대목은 아주 자연스럽다. 그러나 치열한 고뇌의 정서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제는 담담하게 그리고 담백하게 그 격렬한 정서를 풀어내는 듯하다. 그러다 말미에 이르러 빠른 주제로 고조되면서 순식간에 절정에 다다른 뒤 끝난다.

 

 

Violin.jpg

 

 

솔로이스트이자 실내악 연주자, 앙상블 더 브릿지의 예술감독이자 강원대학교 부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성경주는 이번 무대를 통해 더욱 더 깊어지는 베토벤의 내면과 음악 세계를 하나 하나 차례대로 보여줄 예정이다. 이 여정에 그와 함께하는 앙상블 더 브릿지 단원들과 피아니스트 김재원은 그와 함께 아름다운 앙상블을 보여줄 것이다.

 

이에 더하여 인상적인 것은 바이올리니스트 성경주가 이번 무대에 진행자를 세운다는 점이다. 이번 성경주 리사이틀의 진행자는 바로 나성인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에서 독문학 박사까지 수학하여 그 역량을 바탕으로 독일가곡 음반 번역과 독일 공연 번역 자막 제공 등을 통해 음악계에서 활동해왔다. 그리고 리더라이히, 무지카미아, 음악저널 렉처콘서트를 기획하고 강의하며 지평을 넓혀왔고 지금은 음악저널의 예술감독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풍월당 아카데미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 강의 활동까지 병행하고 있어, 이번 리사이틀의 주요 관람 포인트들을 쉽게 이해하도록 잘 짚어줄 것이다.

 

뛰어난 연주자, 그와 함께 할 앙상블, 그 기대감을 키우는 베토벤 선곡에 해설을 해 줄 진행자까지 섭외한 것을 보면 이번 성경주 바이올린 리사이틀은 클래식에, 그것도 실내악에 관심이 있었지만 무대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관객에게도 아주 친절한 무대가 될 것이다. 베토벤의 내면을 깊이감 있게 만날 이 날의 무대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2020년 4월 26일 (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앙상블 더 브릿지와 함께 하는

성경주 바이올린 리사이틀


전석 2만원

약 110분 (인터미션 15분)


입장연령 : 8세 이상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주    최 : 조인클래식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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