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클래식은 처음이라 - 소설처럼 아름다운 클래식 이야기 [도서]

글 입력 2020.04.1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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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말하면 나는 클래식과는 거리가 멀다.


어릴 적 피아노 학원에서 주 1회 클래식 감상을 하는 시간을 가졌을 때, 오페라 '마술피리'의 장면이 강하게 기억에 남았을 뿐 클래식을 즐겨 듣지는 않는다. 아 또 하나 있다. 제목은 잘 모르겠는데 마우스와 컴퓨터가 나오는 애니메이션 비디오를 자주 봤었다. 클래식에 맞추어 마우스와 컴퓨터가 그에 맞는 에피소드를 보여주는 형태였다.


이제 끝. 정말 클래식과의 연은 없다.


 

클래식이야기 표지 입체.jpg

 

 


1. 클래식은 처음이라


 

책을 읽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소설이나 수필 등 다른 주제의 책은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쌓여 있고, 나만의 읽는 패턴이 형성되어있기에 집중해서 읽어야 할 부분과 훑고 지나갈 부분을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생소한 내용이기 때문에 한 글자 한 글자 정성 들여 읽을 수밖에 없었다. QR코드로 딸린 음악도 들어야 하고 말이다.


그렇게 정성 들여 책을 끝까지 다 읽었을 때 기분은 마치 클래식 전공 수업을 들은 것 같은 으쓱함이 생겼다.


책은 나처럼 클래식이 생소한 사람도 편하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눈높이 교육을 해주고 있다. 교향곡이 무엇이고, 소나타가 무엇이고 등등 음악 관련 용어들을 역사를 따라 차근차근 풀어주며 단순히 용어의 뜻을 알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그 용어가 생겼는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깨닫게 해 준다.


'바로크'를 예로 한번 들어보자. '바로크'의 어원은 ‘일그러진 진주’라는 뜻의 포르투갈어에서 유래했다. 17세기 무렵 유럽은 종교의 권위가 강하던 시절이었기에, 음악 또한 전형화된 틀에 맞춰져 있었다. 이에 반하여 17세기 유럽의 바로크 풍은 르네상스 시대의 특징인 질서와 균형, 조화와 논리성과 달리 우연과 자유분방함, 기괴한 양상 등이 강조된 예술 양식을 발달시켰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예술, 건축 등 예술 분야에서 '바로크'라는 단어는 형식을 깨는 자유로움으로 일컬어지는 대명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사실 클래식보다는 재즈를 좋아한다. A파트 연주하면서도  A', A''로 미묘하지만 확연하게 다른, 그렇다고 음악의 구조를 흩트리지도 않는다. 반대로 음악의 구조를 흐트러뜨리는 듯하면서도 기본 틀은 지켜나간다. 각각의 악기가 합을 이루어나가면서도 치열하게 경쟁하며 아슬아슬한 변주를 한다. 그러면서도 솔로 파트에서는 해당 악기를 묵묵히 뒷받침해주는 누구보다 든든한 백업이 된다. 이렇게 서로 경쟁하면서 조화롭게 음악을 만들어나간다.

 

클래식도 마찬가지이다. 하이든은 청중들이 2막에서 졸기 시작하자 일부러 점점 잔잔해지도록 같은 파트를 반복 연주한다. 그리고 막바지에 이르러 악기들이 동시에 강하게 연주하여 악센트를 준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꾸벅꾸벅 졸다 깜짝 놀라고 마는 것이다. 교향곡에서는 이렇게 반복을 하여 지휘자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기도 한다. 1악장에 썼던 구성을 4막에 다시 사용하면서 마무리를 짓는 것처럼 말이다. 일종의 수미상관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처음의 분위기에서부터 절정에 치닫고 다시 처음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을 표현한다. 이런 섬세한 표현이야말로 음악을 '언어'라고 칭할 수 있는 근거라고 생각한다.

 

 

 

2. 그 시절의 대중가요 '클래식'



솔직히 말하면 클래식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없다면 어떤 음악을 들어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면 내가 그렇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많이 들어본 '왕벌의 비행', '운명'처럼 인트로가 강렬한 음악을 제외하면 끝까지 들은 음악도 별로 없다. 수업 시간에 들었던 사계가 유일할 정도. 아무래도 클래식은 노래 길이도 길고 음악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간다는 모호한 감정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반면 요즘 나오는 가수들의 음악은 인트로 5초만 들어도 어떤 음악인지 알아맞힐 정도까지 빠삭하게 알고 있다.


그렇다. 지금의 음악이 대중음악인 것처럼, 그 시절 대중가요는 오페라, 교향곡과 같은 '클래식'이었다. 텔레비전도 인터넷도 없던 시절 마땅한 문화활동이라고는 그림, 음악, 연극과 같은 부분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오페라가 주는 종합예술적 성격의 문화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시나리오부터 시작해서 무대 연출, 배우, 음악까지 당대 최고의 재능 있는 사람들이 모여 꾸민 작품이 바로 오페라인 것이기에 신분을 막론하고 모두가 즐기고자 했다. 이와 같은 엄청난 흐름에 따라 작곡가들도 오페라를 경쟁적으로 내기 시작하며 음악의 황금기가 열리게 되었다.


참 재미있는 부분이다. 지금 우리가 듣는 음악들이 언젠가 'classic(고전)'이라 불리며 회자될 시대가 온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3. 처음이기에 어렵지만, 처음이니까 재미있다.


 


이 책은 클래식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해설서가 아니다. 인생의 굽이굽이를 돌아온 한 남자가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해 준 음악가들과의 만남, 그 축복의 순간들을 하나하나 정리한 글들이다.


저자의 말대로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음악 취향도 모두 다르다. 그중 클래식은 좀 유난스러운 면이 있어, 쉽게 다가가기도, 들으며 열광하기도, 듣고 난 후 이해하기도 어려운 장르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우리의 일상은 클래식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것일까? 얼마 전 TV에서 한 외국인이 이렇게 얘기하는 걸 들었다.


"한국에 와서 놀란 게, 슈퍼에서 음료수를 사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더니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더라고요!"


생각보다 클래식 음악은 우리 삶의 곳곳에, 무척 가깝게 존재하고 있다.


- 출판사 서평



출판사 서평이 말해주듯 책은 단순히 우리에게 클래식이 어떤 것이다. 지식을 쌓도록 해주는 교양서적이 아니다. 중학교 때부터 음악을 사랑하고 베토벤을 동경하던 소년은 이제 본인이 느꼈던 음악의 기쁨을 누군가에게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소년은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과 연관 지어 이야기하듯이 조곤조곤 전할 수 있게 되었다.


클래식은 재미없어요. 너무 진부해요. 공감한다. 내가 그랬으니까. 그렇다면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음악에 대한 역사적 배경부터 구성까지 책이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또 하나 더. 어찌 감히 음악을 텍스트로만 느낄 수 있을까. 작가는 직접 선별한 음악을 친절하게도 시대 흐름에 맞게 동봉 CD가 아닌 QR코드로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작가가 얼른 드세요 하고 밥상 다 차려서 숟가락에 밥, 반찬 다 얹어준 상황인데, 어찌 안 먹어볼 수 있을까!


우리는 그냥 씹기만 하면 된다. 생각은 나중에, 일단 먹어보자.

 


 

컬쳐리스트 명함.jpg

 


[김상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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