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람이 책에, 책이 사람에게 더 가까워지도록 - 출판저널 516호 [도서]

변화 속에서 출판의 가치를 실천하는 사람들
글 입력 2020.04.10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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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 515호를 리뷰한 지 한 달 후, 다시 516호를 마주했다. 내가 기고한 515호 리뷰가 실린 것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과 또 출판 및 책과 관련된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으로 기다렸다. 책을 받은 후, 가장 먼저 내 리뷰가 담긴 부분을 확인했다. 부족하게 적어낸 내 글을 확인하니 쑥스러우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함께한다.

 

이틀에 한 번 정도 들렀던 도서관이 무기한 휴관을 선언한 지 한 달째, 내가 그곳을 참 좋아했다는 것을 매일 깨닫고 있다. 다양한 책이 자리한 곳에 머문다는 것 그 자체가 내게 위로가 되고 일상에 평안을 주는 과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지금, 익숙한 것의 소중함을 다시금 떠올리며 출판저널 516호의 장을 넘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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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호는 출판의 본질에 대한 고찰이 담긴 칼럼으로 시작해 2019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으로 이어진다. 성인의 경우 종이책 독서율 및 독서량이 감소했으며 전자책 독서율은 소폭 증가해 디지털 환경에서의 매체 이용 다변화가 독서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지역독서 활성화를 위한 지자체별 특화 프로그램 개발 및 고령화 시대를 대비한 독서기반 마련 정책이 추진되어야 할 필요성을 언급한다.

 

디지털 기기의 등장 및 이용으로 종이책 또는 인쇄물의 이용률이 감소한 현 상황에 대한 분석 칼럼을 넘기면 1903년 미주 초기 이민자들의 신문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1905년 도산 안창호가 조직한 공립협회의 기간지인 공립신보는 1909년 신한민보라는 이름으로 재간행됐는데 당시 이민자들에게 정보, 소식지일 뿐 아니라 소통의 창구이자 계몽지의 역할을 했다. 일제의 탄압 아래서도 신문을 내기 위한 노력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면 해당 칼럼에서 인용한 종이와 인쇄가 있었던 곳에 혁명이 있었다는 토마스 칼라일의 어구가 분명히 다가온다.
 
변화하는 세상에 맞추어 출판에도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는 해당 호에서도 담겨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발맞추어가는 인물로 팬덤북스 박세현 대표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출판사를 설립한 후, 무슨 책을 만들 것이냐 보다는 누구에게 무슨 책을 팔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박세현 대표는 트랜스미디어 시대에 출판콘텐츠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말한다.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 낼지에 대한 방법과 경우의 수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그러나 박세현 대표는 대중의 손에서 책은 멀어지고 스마트 기기가 자리하는 한 디지털 콘텐츠의 출판 큐레이션 작업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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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을 읽을 때 내가 가장 기대하는 것이 서재 및 책방에 대한 부분이다. 516호에서는 독자들에게 대전의 작은 책방, “버찌책방”을 소개한다. 왜 “버찌”책방일까. 책방지기는 버찌 씨로 사탕을 사려던 꼬마 손님의 순수함을 지켜준 위그든 씨의 이야기 <이해의 선물>처럼 책방을 방문하는 손님들의 순수한 마음과 꿈을 지켜주는 책을 판매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책방을 열기까지의 이야기와 책방지기가 운영하는 독서 모임과 강연을 개최하는 과정은 작은 책방에서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보여준다. 그러나 책방지기의 취향에 맞추어 구성된 책방은 지역 주민들이, 독자들이 더 다양하고 편안한 독서 공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저는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입니다>의 저자 석정연 작가의 학교도서관에 관한 칼럼은 내가 학생일 때 도서관에서 보냈던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사서로서 학생들, 아이들과의 도서관에서의 추억과 도서관이 학교 및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할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펼친 석정연 작가는 사람이 도서관을 찾지 못한다면 도서관이 사람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말한다. 책은 모든 이, 즉 소외된 자를 포함한 모두를 위해 존재하기에 그에 맞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의 저자 오수완씨에 대한 칼럼도 인상적이다. 한의사로서 해당 문학상 작가에 선정된 그는 모두 같은 것을 입고, 보고, 먹는 획일화되는 세상에서 이를 거부하고 다양성을 지지한다. 책의 종류가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어떤 책이라도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있으며 당신의 책이 출판사의 문턱을 넘지 못한다고 그 책이 세상에 있을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그것이 이 천편일률적인 세상에 당신과 우리가 대항할 방법이라는 그의 말은 모든 작가에게, 글을 쓰는 이들에게 위안이자 자신만의 이야기를 계속 써 내려갈 수 있게 하는 힘이 된다.
 
옛이야기 연구가 권도영 박사가 들려주는 <배또롱 아래 선그믓>의 옛이야기 속의 여성의 삶에서 페미니즘을 주목한 칼럼도 흥미롭다. 가부장제로 인해 억압받는 피해자로서의 여성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도 주체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그려낸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아내 여성의 삶을 이해해보고자 하는 관점에서 저술했다는 설명에 이어 그는 그리스 로마 신화 또는 북유럽 신화보다 알려지지 않은 한국 신화에 대한 이야기가 콘텐츠로 개발되어야 하고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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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라는 공통된 소재로 다양한 주제가 담긴 칼럼들을 읽어가다 보면 이달의 신간 도서 리스트가 이어진다. 찬찬히 보고 있자니, 꼭 도서관을 거닐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여러 책으로 이루어진 곳에서 느꼈던 편안함을 책장을 넘기며 다시 잠깐이나마 누려본다.
 
교보문고 이은호 이학박사의 <생존을 위한 도서의 품격> 칼럼에서는 디지털 콘텐츠의 이용이 증가하면서 더 좋은 콘텐츠를 기획하고 발굴해 도서의 가치를 높여야 함을 역설하고, 대학의 위기 극복 방법을 주제로 한 특별좌담에서 인천대학교 조동성 총장은 국민 독서율이 떨어지는 것의 원인으로 사람들이 책으로 안 오고 있다는 점을 짚으며 그 해결책으로 책이 사람에게 가까이 가게 해야 하며 결국 출판사가 그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언급한다.
 
출판의 미래는 좋은 도서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이은호 이학박사의 말처럼 좋은 도서를 독자에게 소개하고, 독자가 좋은 도서를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시도는 출판저널 516호에서도 드러난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아무리 많은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을 가치를 지키고 그를 담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출판업계의,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소개하는 출판저널의 미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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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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