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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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만개한 벚꽃, 솔솔 부는 바람들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 투성이지만 나는 그들을 음미하기를 그만두었다. 아니다. 사실은 너무나 아름답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침대에 파묻힌 내 모습이 더욱 초라하다.
세상에는 부지런한 사람과 게으른 사람이 존재한다. 태생이 부지런한 편은 아니라고 단언하지만 근 1년 정도는 게으름뱅이치곤 꽤 열심히 살았다. 부지런함의 유통기한이 1년인지도 모르고 꽉 채워 살면서 앞으로 더 꽉 채울 미래를 기약했고, 이제 그 날들은 나에게 ‘과거’가 되었다. 지금 나는 멈췄다.
멈춘 이유를 나열해보면 대략 이렇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삶을 살아왔다. 감정적이고 예민한 성격 덕에 쉽고 작은 것들에도 감동을 받아왔고, 그 기쁨은 나를 지탱해주었다. 모든 색의 하늘과 바람, 친구들과의 대화, 웃음소리, 향기, 사소한 책 넘기는 소리까지 오감을 통한 수 많은 선택지 덕에 나는 쉽게 행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이 소중한 것들에게서 아무 자극도 받을 수 없다.
사람의 욕심은 끝도 없으며, 그 끝에 찾아오는 것은 불행이다. 나는 단순히 좋아하는 감정을 더 많이 느끼고 싶었을 뿐이다. 더 좋아하고 싶어서, 빵을 마구 먹어줬고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 독서를 그리고 사색을 할 시간을 무한으로 주었다. 더 즐기고 싶어서, 좋아하던 제품과 함께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만성 소화불량과 늘어짐 그리고 깨진 환상을 얻었다.
이것이 바로 욕심쟁이가 초래한 결과와 상황이다. 그래서 나는 잠시 멈춰있다.
잠시 일시정지를 눌러버린 본체에 멈춰버린 시간까지 제공됐다. 내게 새벽은 무서운 존재인데 그 존재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나 많아졌다. 잠시 외면하고 싶지만 절대 그럴 수 없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절실한 친구 ‘불면증’까지 찾아온 것이다.
새벽 시간만큼은 섬뜩하리만큼 고요하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나 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긴 하다. 반대로 가슴 깊이 묻어 놨던 감정 또한 살아난다. 압박감과 불안감, 그리고 열등감까지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올라오고 나를 괴롭힌다.
아마 이 시기도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나의 노잼 시기 중 하나일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자초해낸 욕심으로 생긴 시기인 만큼 조금은 더, 끝없이 나를 못살게 굴어볼까 한다.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려고 지금 이 부끄러운 감정들을 마구 토해내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나는 바닥 끝까지 나를 추락시킨 채 언제 그랬냐는 듯 부지런함의 탈을 쓰겠지.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롭고도 소소한 행복으로 지워진 리스트에 새 항목을 채워 나가겠지.
지금 누군가도 나처럼 자발적인 어둠을 보내고 있다면 마음껏 즐기고 어느 순간엔 함께 빠져나갔으면 좋겠다. 언제나 끝은 있다.
[박수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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