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사람]

욕심쟁이가 벌 받는 이야기
글 입력 2020.03.30 00:0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spring-733507_640.jpg

 

 

푸른 하늘, 만개한 벚꽃, 솔솔 부는 바람들까지 기분이 좋아지는 것 투성이지만 나는 그들을 음미하기를 그만두었다. 아니다. 사실은 너무나 아름답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침대에 파묻힌 내 모습이 더욱 초라하다.

 

세상에는 부지런한 사람과 게으른 사람이 존재한다. 태생이 부지런한 편은 아니라고 단언하지만 근 1년 정도는 게으름뱅이치곤 꽤 열심히 살았다. 부지런함의 유통기한이 1년인지도 모르고 꽉 채워 살면서 앞으로 더 꽉 채울 미래를 기약했고, 이제 그 날들은 나에게 ‘과거’가 되었다. 지금 나는 멈췄다.

 

멈춘 이유를 나열해보면 대략 이렇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삶을 살아왔다. 감정적이고 예민한 성격 덕에 쉽고 작은 것들에도 감동을 받아왔고, 그 기쁨은 나를 지탱해주었다. 모든 색의 하늘과 바람, 친구들과의 대화, 웃음소리, 향기, 사소한 책 넘기는 소리까지 오감을 통한 수 많은 선택지 덕에 나는 쉽게 행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이 소중한 것들에게서 아무 자극도 받을 수 없다.


사람의 욕심은 끝도 없으며, 그 끝에 찾아오는 것은 불행이다. 나는 단순히 좋아하는 감정을 더 많이 느끼고 싶었을 뿐이다. 더 좋아하고 싶어서, 빵을 마구 먹어줬고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 독서를 그리고 사색을 할 시간을 무한으로 주었다. 더 즐기고 싶어서, 좋아하던 제품과 함께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만성 소화불량과 늘어짐 그리고 깨진 환상을 얻었다.


이것이 바로 욕심쟁이가 초래한 결과와 상황이다. 그래서 나는 잠시 멈춰있다.



sunset-3689760_640.jpg

 

 

잠시 일시정지를 눌러버린 본체에 멈춰버린 시간까지 제공됐다. 내게 새벽은 무서운 존재인데 그 존재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나 많아졌다. 잠시 외면하고 싶지만 절대 그럴 수 없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절실한 친구 ‘불면증’까지 찾아온 것이다.


새벽 시간만큼은 섬뜩하리만큼 고요하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나 자신에게 몰입할 수 있긴 하다. 반대로 가슴 깊이 묻어 놨던 감정 또한 살아난다. 압박감과 불안감, 그리고 열등감까지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이 올라오고 나를 괴롭힌다.


아마 이 시기도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나의 노잼 시기 중 하나일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자초해낸 욕심으로 생긴 시기인 만큼 조금은 더, 끝없이 나를 못살게 굴어볼까 한다.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려고 지금 이 부끄러운 감정들을 마구 토해내는지 모르겠지만, 분명 나는 바닥 끝까지 나를 추락시킨 채 언제 그랬냐는 듯 부지런함의 탈을 쓰겠지. 그리고 그 안에서 새롭고도 소소한 행복으로 지워진 리스트에 새 항목을 채워 나가겠지.


지금 누군가도 나처럼 자발적인 어둠을 보내고 있다면 마음껏 즐기고 어느 순간엔 함께 빠져나갔으면 좋겠다. 언제나 끝은 있다.


 

 

에디터 박수정 tag.jpg

 


[박수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