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문학을 잊은 삶으로부터 나를 구해줄 책 -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글 입력 2020.03.2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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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는 전체를 음미하지 않는다. 뭐든지 빠르고 쉽게 얻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요약본과 리뷰가 넘쳐나고, 대부분의 요약본은 농축되고 자극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을 테니 오랜 시간 동안 서론과 본론 결론까지 설명하는 전체를 보지 않는 것이다. 덕분에 사람들은 1시간짜리 예능과 드라마를 5분짜리 하이라이트로 감상하고, 2시간짜리 영화를 10분 정도의 리뷰 영상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그리고 요즘 우리는 책을 음미하지 않는다. 깊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웃을 수 있는 영상들,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가 있는 오락거리들의 자극은 때때로 책을 잊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 전체를 음미해야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활자를 통해 상상을 하는 경험은 생각의 다양성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이외에도 문학의 필요성은 이 책 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가령,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의 저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인터뷰가 그렇다.


문학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그는 “한순간에 무언가를 바꾼다고는 기대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문학 덕분에 세상이 덜 나빠질 수는 있다.문학은 인간의 영혼을 한데 모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미 색다른 자극들에 익숙해져있는 ‘요즘 사람’들을 전체와 책으로 끌어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말 뿐인 말이라고, 모두가 문학과 전체의 중요성은 알지만 당연히 그 자극에 끌리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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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고무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흥미로운 맛보기 콘텐츠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설득의 근거가 되어서 자연스레 독자들을 전체로 이끈다는 것에 있다. 이를 증명하듯 유튜브에서 흥하는 영화 리뷰 영상에는 ‘이 영상 보고 영화 보고 왔습니다.’라는 댓글이 꽤나 많이 달려있다. 더욱이 그 맛보기 콘텐츠의 퀄리티와 몰입도가 높을수록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진다.

 

이러한 의미에서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는 짧은 콘텐츠를 즐기는 요즘 사람들을 책으로 이끌기 위한 아주 좋은 길라잡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수의 문학 작품을 다루되 한 작품에 대해 그리 길지 않은 생각을 담고 있다. 동시에 필자만의 깊이 있는 시각이 곁들여져서 사람들이 원하는 ‘짧고 질 높은’ 콘텐츠가 가득 차있다.


그리고 모든 이들이 책을 즐기는 정도가 다르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누군가는 이 책 안의 문학작품 대부분을 읽어봤을 것이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수준에 있는 사람이더라도 각자의 시각에 맞춰 즐길 만한 글이라는 점은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이기도 하다.

 

개인적인 감상을 적자면 나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목차를 보고 자극을 받았다. 목록 중에 가물가물하거나 읽지 않은 작품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또 본격적으로 책을 읽으면서는 잠깐 잊고 있었던 문학에 대한 두근거림이 느껴졌다. 강의로 먼저 접해서 딱딱한 첫인상이 굳어있던 발자크의 작품이나 <필경사 바틀비>와 같은 작품들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마주하니 되려 호기심이 생겼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 의외로 가장 기억에 남은 작품은 이언 매큐언의 <속죄>이다.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이지만, 세 페이지의 서평은 이 작품에 대한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나보다. 이 책에서는 “모더니즘으로 리얼리즘 구현하기”라는 제목의 글로 쓰여졌는데, 현실을 반영하는 리얼리즘과 그 반대편에 있는 모더니즘적 측면에서 소설가의 ‘속죄’는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한다. 더불어 이언 매큐언의 책에서는 ‘모더니즘 소설을 통해 리얼리즘의 정신을 구현하는’ 교차성이 드러난다고 하는데, 문학의 역할이나 의미에 관한 새로운 시각으로 받아들여져 흥미로웠다.

 

이처럼 목록에 있는 문학작품을 읽었든 읽지 않았든 문학에 대한 새로운 자극을 주는 건 분명했다. 요즘처럼 어수선한 분위기에 정신 없는 봄을 맞이하느라 내가 즐겨왔던 것들을 잊고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은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였으나, 나에게는 문학을 잊은 삶에 빠져 죽지 않게 해준 책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깊이 있는 책을 추천 받고 싶을 때, 혹은 책에 관한 새로운 자극을 받고 싶을 때, 이 책의 첫 장을 넘겨보는 건 어떨까?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 로쟈의 문학 읽기 2012-2020 -


지은이 : 이현우

출판사 : 교유서가

분야
인문

규격
140*210mm (무선)

쪽 수 : 468쪽

발행일
2020년 03월 03일

정가 : 20,000원

ISBN
979-11-90277-29-7 (03810)





저자 소개

  
이현우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로쟈'라는 필명을 가지고 매일 새롭게 출간되는 책들을 소개하는 서평가로 활동하며 이름을 알렸다. 대학 안팎에서 러시아문학과 세계문학, 한국문학, 인문학을 강의하며 여러 매체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로쟈의 한국 현대문학 수업』 『로쟈의 러시아 문학 강의』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 『로쟈와 함께 읽는 문학 속의 철학』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 『책에 빠져 죽지 않기』 『아주 사적인 독서』 『로쟈의 인문학 서재』 『책을 읽을 자유』 등이 있다.



 

 



[김윤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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