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삶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문학 –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도서]

글 입력 2020.03.2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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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국어국문, 문예창작과 전공자로서 문학은 내게 뗄레야 뗄 수 없는 예술이다. 살아가면서 내게 무수히 많은 영감과 영향을 주고, 곱씹을수록 진하게 남는 예술 중 하나다.

반면 문학이 본인의 삶에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라는 책을 처음 봤을 땐 제목만 보고 후자의 부류의 사람이 쓴 책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이현우는 서울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해 ‘로쟈’라는 필명을 가지고 러시아문학, 세계문학, 한국문학, 인문학을 강의하며 여러 매체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사람이다. 또한 그동안 펴낸 문학 관련 책들도 수두룩하다. 오히려 우리에게 문학이 왜 필요한 이유에 대해 강렬히 주장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각자 존재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거나,
그게 아니면 존재를 견딜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18세기 영국 평론가 새뮤얼 존슨의 말이다.


- 15p



그는 자기가 생각하는 방식이 기형적인 게 아니라
인간은 원래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샐린저를 통해서 배운다.이 배움이 그를 덜 외롭게 만들고 삶을 살아볼 만한 것으로 만든다.다르게 말하면 그의 존재를 견디게 한다.


- 17p



모든 책을 읽을 때 목차를 훑어보는 버릇이 있다. 이 책은 목차에서 시간을 많이 끌었다. 대문호들의 명작들이 차례로 나열되어 있었는데, 특히 그 분류의 기준에 눈길이 갔다. 책에선 내로라 하는 세계문학들을 다음과 같이 10개로 나눠서 설명하고 있다.
 

1. 문학이 필요한 시간
2. 셰익스피어 패러다임
3. 거기 그녀가 와 있었다
4. 바틀비라는 우화
5. 두 천치의 지적 편력
6. 우린 어떤 베르테르를 읽어왔나
7. 역사적 진실과 문학적 진실
8. 사회주의적 영혼은 어디에 있는가
9.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10. 아무리 더러운 역사라도 좋다
 


두 번째 목차인 ‘셰익스피어 패러다임’에서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 왜 비극 중에서도 손꼽히는지에 대한 이유가 나와있었다.

흔히 ‘운명비극‘이라 불리며, 신에게 대항하는 어리석은 인간, 즉 겸손과 분수를 알아야 한다는 그리스 비극의 교훈과는 달리 셰익스피어의 비극은 ‘성격비극’으로 불린다. 이는 비극을 초래하는 원인이 이미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 주인공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햄릿」, 「리어왕」, 「오셀로」, 「맥베스」의 주인공들은 분수를 넘어선 인간의 파국을 보여주지만, 더는 겸손에 대해 설교하지 않는다. 이것이 이 전의 비극소설들과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의 가장 큰 차이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이 대체 다른 수많은 비극소설들과 무엇이 다르기에 그렇게 칭송받는지 궁금했는데, 그 궁금점이 조금이나마 해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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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작가가 나오다보니 내가 아는 작가와 읽어본 작품이 나오면 괜스레 반가웠다. 작가가 나와 같은 감상을 가지고 있을지 기대하면서 읽곤 했다. 작품을 읽으면서 그렇게 생각했던 부분이 나오면 어느새 같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밀란 쿤데라, 기욤 뮈소, 괴테, 헤르만 헤세 등 애정하는 작가의 작품 말이다. 예상을 뒤엎고 완전히 새로운 해석을 내놓을 때면 새삼 독자의 의견은 이렇게나 다양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신기했다.

반대로 모르는 작가이거나, 또는 읽어보고 싶었던 작품들도 많았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 대해 다룰 줄 알았지만,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작품을 통해 그가 작품들을 통해 말하고자 했던 핵심을 설명하고 있었다. 작품의 마지막 문장이라는 ‘거기 그녀가 와 있었다’라는 소제목도 나중에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 되기에 충분했다.

「어린왕자」로 유명한 생텍쥐페리의 또다른 자전적 소설, 「야간비행」도 몹시 흥미로웠다. 실제로 소설가이자 조종사였던 페리는 수많은 불시착 경험이 있었는데, 이 경험들이 훗날 전부 비행문학으로 작용한다. 그의 특유의 아이같고 순수한 문체와 행동주의적 문학관이 잘 드러나는 소설이라 하니, 「어린왕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근대에 들어선 이후, 프랑스 소설 작가와 러시아 소설 작가의 차이에 대해 나누어 설명한 점도 눈에 띄었다. 사실 세계문학에서 프랑스와 러시아를 빼놓고 말하기란 힘든 일이다. 실제로 문학 강의에서 프랑스 문학과 러시아문학은 시기상으로도 비슷하다. 프랑스 근대 소설사의 출발점이 되는 작가는 발자크, 러시아는 푸시킨이다. 둘의 생년은 1799년으로 같다. 그 뒤를 잇는 플로베르와 도스토엡스키의 생년 또한 1821년으로 동일하다. 이쯤 되면 정말 프랑스 문학과 러시아 문학 간 평행이론이 아닐까 싶다.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는 가볍게 세계문학을 훑어보고 싶은 사람, 문학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궁금한 사람, 세계문학의 동향이 궁금한 사람에게 모두 술술 읽힐만한 책이다. 몇 장 넘길 때마다 새로운 작품을 마주하게 되니 계속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는 기분이라 질릴 틈이 없었다.

단순히 시간적 흐름에 따라서가 아닌, 큰 틀을 주제로 작품들을 분류해서 설명하니 작품간의 차이점이 더욱 잘 드러났다. 문학에 애정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쓸 수 없는 표현들과 해석, 문학의 미래에 대한 걱정까지 많은 공감이 되는 책임에 틀림없다. 우리 모두, 문학에 발 한 번 깊게 담가 보자. 물론 빠져 죽지 않을 정도로만 말이다.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 로쟈의 문학 읽기 2012-2020 -


지은이 : 이현우

출판사 : 교유서가

분야 : 인문

규격 : 140*210mm (무선)

쪽 수 : 468쪽

발행일 : 2020년 03월 03일

정가 : 20,000원

ISBN
979-11-90277-29-7 (0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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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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