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계속 읽고 쓰는 사람들에게 -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도서]

글 입력 2020.03.25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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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몰입”이란 우리가 공유하는 상식적인 선을 넘어버린,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무언가에 몰두한 상태를 뜻한다. 나는 “과몰입”만큼 나를 잘 설명할 단어는 없다고 생각한다. 좋은 노래를 찾으면 모든 멜로디를 외울 만큼 그 곡만 들었다. 재밌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다음 내용이 나올 때까지 온종일 상상했다.


다음 화를 온전히 내 상상 속에서 만들어내고 기어코 완결까지를 완성했다. 혼자만의 몰입이 부족할 때면 비슷한 장르에 빠진 사람들을 찾아내어 내 감상을 쏟아내곤 했다. 내가 사랑하는 작품이 완결이 나기 전까지 내 일상은 온전히 그 작품만을 위해 움직였다.

 

특히 문학에서의 과몰입은 철저하게 나를 괴롭힌다. 나는 <사랑 손님과 어머니>를 읽을 때면 항상 삶은 달걀을 먹는다. <작은 아씨들>을 읽을 때는 소금에 절인 라임이 없으면 레모네이드라도 사서 마신다. 수업을 듣고 있어도 수업 내용은 주의 깊게 들리지 않고, 문학 속 서사를 머릿속으로 구상한다.


내 직성이 풀리고 나서야 나는 겨우 일상생활에 집중할 수 있다. 시험 기간이면 좋아하는 소설을 읽다가 공부를 못해 낮은 점수를 종종 받았다. 결국 고등학생 때는 <죽은 시인 사회>를 읽고 키튼 선생님 역할에 심취해 연극을 하기도 했다. 하나의 문학에 빠지면 나는 삶의 우선순위가 통째로 바뀐다.

 

 

“책 읽기가 계속되는 한,

책의 바다에서 벌이는 고투에서 살아남는 한,

나는 계속 읽고 쓸 것이다.”

 

 

“과몰입”이 일상인 나에게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란 어려운 말이다. 친구의 말처럼 나는 아주 지독한 사람이니까. 그 말을 증명하자면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에 담긴 작품들은 전부 이미 읽었었다. 물론 여기 있는 작품 모두를 즐겁게 읽지는 않았다. 이 중에는 내가 아주 싫어하는 소설도 있다. 그런데도 나는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가 반갑다. 이미 문학에 빠져 있는 독자이자 창작자라는 친밀함 때문일까.

 

책은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순서대로 따라가면 마치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읽은 것처럼 느껴진다. 문학의 독자들에겐 익숙한 작가가 대부분이라 어렵지도 않다. 그러나 익숙하다고 해서 진부한 것이 아니다. 익숙한 작가들의 작품을 여러 작품과 함께하거나 나뉘면서 우리는 작품을 다시 읽게 되고 이는 새로운 관점으로 태어난다.

 

그 예로, 6챕터의 “우린 어떤 베르테르를 읽어왔나”를 보도록 하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은 독자라면 한 번쯤은 베르테르에 몰입했을 것이다. 우리는 그의 삶을 보면서 공감을 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의 상황을 그려보았다. 그런데 우리가 읽은 베르테르는 같은 베르테르가 아닐 수도 있다.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두 개의 판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개정판에는 한 여주인을 사랑한 하인의 에피소드가 들어가 있다. 사랑의 교사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는 로테에 대한 베르테르의 감정을 모방한 것처럼 읽힌다. 베르테르는 살인범으로 체포된 하인을 보고 동병상련을 느낀다. 베르테르가 자신의 운명을 하인에게 투사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는데 여기에서 그의 감정이 초판본엔 빠져 있다. 각자가 읽은 베르테르에 따라 우리는 인물을 다르게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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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 년 전쯤 문학에 처음 눈을 뜨고 책의 세계로 뛰어들던 무렵에 느꼈던 경탄과 흥분을 나는 아직 잃지 않고 있다.” _「책머리에」에서

 

 

나는 문예창작학과에 재학 중이다. 그렇다 보니 읽기 싫은 날이 있으면 안 될 정도로 매주 단편, 장편 소설, 시집을 읽고 비평문을 읽고 문예지를 구독한다. 거기다 과 동기들의 작품을 읽고 합평하며 나 또한 매주 시, 소설, 비평문을 토해내고 있다. (내게 창작은 ‘쓴다’기 보다는 ‘토한다’는 행위에 가깝다)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이자 글을 쓰는 건 끔찍이 싫어하는 창작자인 내게 문학은 ‘애증’에 가깝다. 소설 마감 직전에는 도저히 좋은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 울기도 했다. 그런데도 좋은 작품을 읽으면 “글을 쓰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생긴다. 위의 글처럼 처음 문학에 눈을 뜬 감정이 다시 돋아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다짐한다.

 

“무엇이 되었든 일단 쓰자!”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사는 “과몰입”분들과 함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으며 럼주를 마시고 싶다. 우리 함께 책의 바다에서 익사하지 않기를 바라며 말이다.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 로쟈의 문학 읽기 2012-2020 -


지은이 : 이현우

출판사 : 교유서가

분야
인문

규격
140*210mm (무선)

쪽 수 : 468쪽

발행일
2020년 03월 03일

정가 : 20,000원

ISBN
979-11-90277-29-7 (03810)



 

 



[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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