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 -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나에게 위로가 되어준 전시
글 입력 2020.03.24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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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추위는 물러가고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3월의 중순이다.


2020년의 봄도 예년처럼 내 마음에 따뜻하게 찾아올 줄 알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19로 모든 계획이 뒤바뀌었고 며칠전에는 극악무도한 남성 범죄자들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을 성 착취한 n번방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라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인류애가 다 사라지는 심정이었다. 다운되어 있는 기분이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을 보러 가는 날에도 쉽게 좋아지지는 않았지만 기대했던 그림들을 보러 가기 위해 평일 늦은 오후에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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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흔적


 

“가장 훌륭한 벗은 가장 좋은 책이다.”  _ 체스터 필드


전시장 내부로 들어가니 좋은 글귀와 함께 스탬프 도장판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시장 내부 곳곳에 위치하는 스탬프 도장을 모두 찍으면 아트샵에서 선물을 준다는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의 이벤트였다.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전시의 첫 번째 통로에는 2018 볼로냐 국제 일러스트상 수상자인 벤디 버닉 VENDI VERNIC의 그림들이 벽면 한가득 전시되어 있었다.


독특한 매력과 유머를 지닌 그녀의 일러스트는 크로아티아 최고의 어린이책 작가의 ‘La Casa de Fareras 동물원’이라는 단편소설을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그녀의 일러스트는 마치 낙서 형식 같으면서도 무게감이 느껴져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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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디 버닉의 작품에서 특히 재밌었던 점은 그림의 경계 밖에다가 색깔을 테스트 한 흔적과 글씨들을 지우지 않고 그대로 전시했다는 것이다.


미술관에서는 주로 완벽하고 정돈된 그림들의 전시를 봐왔는데 이렇게 작가가 작품을 위해 고심했던 흔적, 기록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신선했다.


나 역시 그림 작업 중 종이의 귀퉁이에다가 다양한 시도들을 하는 편이라, 작가의 그림 밖 세심한 작업들이 더욱 정감있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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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없는 세상


 

다음 테마인 ‘Once upon a time & Imagine’은 신화와 전설, 그리고 초자연적인 소재와 대상, 그리고 시간을 다룬 섹션이었다. 여기서 내가 가장 재미있게 봤던 작품은 토마스 르 로이라는 작가의 <칼리반스> 이다.


작가는 오랜 시간 동안 지구에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던 모습을 표현하고자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고요하면서 잔잔한 분위기를 내는 작가의 그림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이 없는 지구의 모습이란 범죄가 없고 바이러스로 죽는 사람이 없는 세상일까? 인간이 존재해서 지구에게 좋은 것이 과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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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잠시 멈춰 여러 생각들을 정리한 뒤 걸어간 곳에는 동물과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있었다. 그중 내 눈에 띈 <완벽한 여행의 날>이라는 작품은 따뜻하고 식량이 풍부한 남쪽 땅으로 가기 위해 바다를 건너가는 직박구리의 이야기를 그린 책이라고 했다.


그림 옆에는 바다와 새들을 촬영한 영상이 전시되어 있는데, 작가인 토고 나리사가 그림을 그리기 위해 그 장면을 직접 촬영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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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책의 위로


 

다음 파트는 ‘리가치상 특별전’이었다. 1966년 제정된 리가치 상은 세계 최대 규모인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출간된 어린이 도서 가운데 각 분야의 최고 아동 도서에게 주는 상이다.


이 상을 받은 16권의 도서가 전시되어 있으며 열람용 책은 따로 마련되어 있다. 나는 여기서 마르타 브린이 쓰고 제니 조달이 그린 <만화로 보는 여성 투쟁의 역사> 시스터즈를 완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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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평등, 연대를 위해 150년간 세상과 싸워온 여성들의 역사를 만화로 그린 책이고 여성인권을 위해 페미니스트들이 싸워온 이야기들이 개성 있는 그림체로 그려져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 부분에는 ‘천천히, 확실히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울려 퍼질 것입니다.’라고 적혀있는 곳이다.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이 타 전시들과 다른 점은 그림을 감상하러 온 전시장에서 좋은 책까지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 파트 Life는 누군가의 삶 속의 슬픔과 기쁨 그리고 아픔의 작은 흔적들을 찾아 그림으로 풀어낸 이야기들이었다. 전체적으로 따뜻한 분위기의 전시관은 내 마음까지 따스히 물들였다. 스탬프 도장을 다 찍어가니 아트샵에서 예쁜 엽서를 선물로 줘서 받고 기분 좋게 집으로 향했다. 마음이 뒤숭숭한 요즘, 그림들에게 위로를 받고 온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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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 세상을 담는 그림 -

 

 

일자 : 2020.02.06 ~ 2020.04.2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20분)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제7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 12,000원

청소년 : 10,000원

어린이 : 9,000원

 

주최

예술의전당, ㈜씨씨오씨

 

주관: 메이크앤무브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황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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