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전시]

글 입력 2020.03.25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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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에 오랜만에 갔다. 날씨도 좋고. 코로나만 아니었으면 사람도 많았을텐데. 아쉽기도 하고, 그래서 더 전시를 여유롭게 볼 수 있어서 이득이었다. 나만 보기 아깝기도 하고 편리하기도 하고 이 달콤씁슬한 기분은 뭘까.


티켓팅 하는 곳에서 3월 14일 화이트데이 이벤트로 선착순 엽서를 준다고 했다. 운좋게 엽서도 받았다. 사실 엽서라는 것이 쓰임이 있을까. 엽서를 자주 주고 받는 시대가 아닌데도 엽서를 만들고 선물한다는 건 특별한 것 같다. 그림을 소유하고 싶지만 큰 것은 부담스럽고 '엽서'라는 이름으로 작은 이미지를 실물로 갖고 있다는 것. 소유라는 이름으로 보관하는 것이 아닐까.


엽서를 많이 받았다. 그래서 전시 같이 보러간 친구와, 오후에 만나는 친구, 그리고 스터디 티처에게 엽서를 나눠주었다. 하나씩. 친구들은 하나 밖에 없는 걸 나눠준다는 그 마음을 고마워했지만, 사실 나도 굉장히 괜찮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만은 가져가지 않고 각자 취향대로 골라갔다. 운이 좋은 건지. (물론 내가 찜한 카드를 선택했다면 다시 골라보라고 돌렸겠지만)


커튼을 넘기고 들어갔다. Bologna Illustratiors Exhibition 2019 대문짝만한 판넬이 나를 반겼다.이 날린 듯한 그림, 드로잉이 너무 좋았다. 내가 그림을 잘 몰랐을 땐 이런 낙서는 나도 할 수 있을 줄 알았지. 제일 어려운 게 순수한 그림인데. 그래서 더 좋다. 아무 계산 없이 순수하게 같이 즐길 수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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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탬프 투어도 있고, 동물/ 자연/ 신화/ 삶 등 테마도 뚜렷하게 잘 나누어져 있었다. 사람이 많이 없어서 보기가 너무 편했다. 내 그림을 프로필 사진으로 잘 안하지만, 처음에 보인 일러스트는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사진 찍고 바로 프로필 사진으로 했다. 낙서한 느낌의 야옹이는 최고야.


일러스트 원화가 주 메인이었고 옆에는 작게 그림책 내용을 설명한 캡션이 있었다. 인포그래픽 같은 디지털 드로잉도 있었고, 실로 꿴 이미지도 있고, 점묘화도 있었다. 치밀하게 묘사한 그림, 엄청나게 생략한 그림 등정말 많은 그림들이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 작가가 그린 모모와 토토 이야기는 심장이 쿵 했다. 너무 귀여워서 숨쉴 수가 없었다. 시각 이미지 하나만으로도 자유로운 세계를 느꼈다. 이래서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다.


사람은 누구나 그 사람 자체로 하나의 세계이다. 일러스트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는 걸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고 표현할 수 있다면 이렇게 다 다양하게 나오겠지. 모두가 자기 손에는 시(손금처럼) 가 있다는 말에 천 번 만 번 동의한다. 스토리는 둘째쳐도 그림 자체가 너무 환상적이다. 완전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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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심사를 어떻게 하는 걸까. 나는 아무 것도 못 고를 것 같다. 전시만 해도 하나도 겹치지 않고 각자 개성이 뚜렷한 그림이 가득한데.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전이라면. 아무리 비슷한다고 한들 개성이 뚜렷한 그림이 얼마나 많을 텐데.


정답은 아마 Be yourself 가 아닐까. 이제는 피상적이 된 표현 '자신 모습 대로 사는 것'이지만 궁극적인 철학적 목표이며 사유이지 않을까. 모든 이들의 삶의 목표는 '자신을 찾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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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 읽고 전시장을 나왔다. 아트샵 굿즈들도 구경했다. 스템프 완성 기념 엽서도 받았다. 패브릭 포스터, 스티커, 아크릴판, 엽서, 스티커, 손거울, 책 등 많은 상품들이 있었다. 나도 이런 작업을 하고 싶은데. 언젠가를 현실로 만들어야하는데 조금 조급함이 들기도 하다.


고민하다 손거울을 샀다. 안그래도 필요했었거든. 디자인이 예뻐 한 눈에 들어왔다. 보자마자 바로 샀다. 요즘은 취향과 소비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내가 소비한 것들이 내 주위를 채우면서 내 취향과 세계, 이미지를 형성해나가니까. 그 중요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수많은 그림 속에 파뭍혀서 세계를 즐기고 왔다. 우리나라 작가를 제하고서라도 <모모와 토토> 는 너무 사랑스러워서 기억에 남는다. 스토리는 단순하지만 그림이 귀여워 죽을 것 같다. 내용은 - 노란색을 사랑하고 노란색 속에 사는 모모는 주황색 토토와 가까워지고 싶어한다.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다양한 노란색을 주지만 토토는 가버린다. 모모는 고민하다가 토토가 좋아하는 주황색을 선물하고, 사이가 좋아지는 것을 보여주며 끝이 난다.


각자만의 색을 지니고 있다. 물론 나도 그렇고. 선물을 줄 때 상대 색깔에 맞춰서 주면 성공한다. 아마 그 색을 고르기까지 어색함과 고민이 다 담겨있어서 승률이 높은 건가 싶기도 하고. 수고스러움과 의식적인 노력이 담긴 선물은 티가 나기 마련이니까. 생각해보면 나는 이렇게까지 수고스러웠던 적은 없는 것 같다. 상대가 기쁠 선물을 생각하면 당연히 상대의 색을 고를  수밖에 없고. 그리고 또 내가 즐거워서 고른 선물 그 자체로 (내가) 만족하기 떄문이다. 불평을 대놓고 할 수는 없겠지만, 불평을 들어본 적이 없는 거 보면 참 감사하다. 나는 항상 내가 좋은 것들만 선물했었는데. 꿍해있는 토토가 너무 솔직해서 귀엽기도 하고.


이렇게 작게 하나씩.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찾아가고- 이렇게 평생에 걸쳐서 자신을 뚜렷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다양한 그림 홍수에 파뭍혀 사색하고 싶으면 일러스트 전시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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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 세상을 담는 그림 -


일자 : 2020.02.06 ~ 2020.04.23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매표 및 입장마감 오후 6시 20분)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티켓가격
성인 : 12,000원
청소년 : 10,000원
어린이 : 9,000원

주최
예술의전당, ㈜씨씨오씨
 
주관: 메이크앤무브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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