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찬실이는 복도 많지

글 입력 2020.03.19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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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실이는 복도 많지>

LUCKY CHANS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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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살아가는 일이란 다음 세대에게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일일지 모른다.


영화를 만드는 일은 어떤 이야기가 이 시대를 통과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다음 필요한 이야기는 무엇일지 고민하는 일이다. 영화를 만드는 일로 신의 놀이를 하는 게 아닐까, 하던 노랫말이 떠오른다. 이 너머와 다음을 생각하는 일은 정말 신의 것처럼 느껴지지만, 우리는 대범함을 가지고 그 놀이를 해야 한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독립영화, 예술영화의 다음 세대를 상상한다. 우리에게 지침이 되어주었거나, 어쩌면 방법과 규칙을 알려주며 다음 세대를 규정하던 이전의 세대들에게서 ‘벗어나’는 것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찬실은 영화 PD로 일하며 오랫동안 예술영화 감독과 함께했다. 하지만 새로운 작품을 앞두고 감독이 돌연 죽자, 찬실은 오갈 때 없는 신세가 된다. 소위 ‘예술’ 영화는 감독이 중요한 법이지, PD가 뭐가 중요하겠냐는 것이 보편 감각이다.


찬실은 그저 좋아하는 사람들과 평생 영화나 만들며 살아가고 싶었을 뿐인데, 그 한 가지 소망도 물거품이 될 것만 같다. 일생을 바쳤고, 삶을 설명해주던 것이 한순간에 증발해버렸다. 찬실은 허망함과 막막함에 휘청인다.

 

*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감독이 죽고 난 후, 찬실의 홀로서기 성공담이라거나 인생의 새로운 황금기의 도래 같은 것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찬실이가 느끼는 외로움과 혼란, 자신도 확신도 없는 상태를 보여준다.


하지만 분명한 건, 찬실은 어떤 이야기의 시작점에 있다는 것이다. 찬실이가 만들어갈 이야기는 아마 이전 세대에게서 배운 것에 지금 우리의 이야기를 보탠 것일 테고, 이전 세대는 보지 못했던 지금의 이야기일 것이고, 다음 세대에게 지금 우리를 설명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찬실에게는 그의 시작을 함께하는 든든한 동료가 있다. 근심 소, 피할 피, 근심은 피하고 보는 단순하고 솔직한 소피. 찬실과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달라도 묵묵히 영화도 만들고 강의도 하며 자기 할 일을 해왔던 영. 그리고 세월의 강인함으로 든든한 위로가 되는 집주인 할머니.


찬실도 어쩌면 근심 걱정은 피하고, 묵묵하고 끈덕지게 일하며, 점점 더 단단하게 여물어가는 중이라고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다정하게 그들 모두를 한데 모아 어루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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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오며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했다. 다음 세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이전 세대를 죽이는 것은, 이렇게 미지근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냐고. 실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했다.


어떤 이야기는 여전히 재미있고 근사해 보인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나 권세 있고 여유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실이가 딛고 선 곳에서 좀 더 재미있고 근사한 이야기가 시작될 거 같은 건 왜일까. 무작정 응원하고 싶은 마음은 왜일까. 찬실에게 심심한 응원을 건넨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메인 예고편

 




찬실이는 복도 많지
- LUCKY CHAN-SIL -


각본/감독 : 김초희
 

출연

강말금, 윤여정

김영민, 윤승아, 배유람


장르 : 드라마

개봉
2020년 03월

등급
전체관람가

상영시간 : 96분



 

 

[양나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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