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심리테스트를 하는 우리의 '진짜 심리'는? [문화 전반]

코로나 19는 그럴듯한 명분일 뿐 우리는 언제나 자신을 정의하고 싶어 해왔다.
글 입력 2020.03.1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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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탓에 전 국민이 꼼짝 없이 강제 칩거 생활을 한 지 벌써 몇 주가 흘렀다. 매서웠던 추위를 떠나보내고 옷차림이 하나둘 가벼워져 기분까지 말랑해지는 이 시기에 하루 이틀도 아닌 무기한적으로 외출을 최대한 삼가라니, 곤욕이 아닐 수 없다. 오죽하면 속칭 집순이 집돌이조차 우리는 자발적일 때 비로소 행복한 것이라며 타의 적 집순이 집돌이 행복하지 않다고 외치고 있을 정도니까 말이다.


 

심리테스트.jpg

 


하지만 우리 인간은 틀림없는 적응의 동물인가보다. 집 밖으로 나올 수 없게 되자 어느새 SNS는 칩거 생활의 무료함과 답답함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콘텐츠들로 메워지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추억의 달고나 만들기, 400번 저어 만드는 달고나 커피, 심리테스트 우정 테스트, MBTI 등등으로 말이다.


SNS 중 인스타그램을 사용하는 유저들이라면 ‘스토리’ 기능에 대해선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본인 또한 즐겨 사용하는 편인데, 24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사라진다는 특징을 가진 이 기능은, 게시물로 올리기엔 부담스럽지만, 남들과 공유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 가벼이 사용하기엔 꽤 유용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피드엔 게시물이 하나도 없을지언정 해당 기능만은 애용하는 유저들도 종종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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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내가 팔로우한 이들의 스토리 목록은 앞서 언급한 각종 테스트의 결과지로 도배되었다. 모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차지했던 것을 보면 나만의 개인적인 경험은 아니었을 것이다.


‘당신은 영화를 보는 아기 여우입니다’ 

‘당신의 이상형은 노란 원피스를 입은 흰 여우입니다’

‘당신에게 추천하는 학과는 화학과’ 

‘그(녀)와 어울리는 학과는 간호학과’

‘궁극의 우정 테스트 2020’ 

‘MBTI 성격 유형 INFP의 특징’ 


스토리를 넘기고 또 넘겨도 위와 같은 멘트가 적힌 스크린샷들의 향연은 끝이 보이지 않았는데, 하나씩 넘기며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분명, 이러한 유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본인은 버디버디-싸이월드-페이스북-인스타그램 순의 SNS를 거쳐온 세대인데, 흐릿한 기억을 더듬어보면 분명 어떤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던 이와 같은 유행과 함께했던 것 같다.


나 또한 그 당시에, 심지어 지금도 유행에 동참하고 있기도 하다.

 

*


그렇다면 대체 왜, 어떠한 연유로 이러한 유행이 생겨나고 또 사그라들기를 반복하는 것일까? 심리테스트의 결과를 남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진짜 심리는 무엇일까? 실제 만남에선 흔히 주고받지 않는 문답을 우정 테스트라는 구실 아래 주고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당사자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이유들이 내재되어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한 번 솔직해져 보자. 과연, 스토리에 올라오던 수많은 스크린샷 속 상대의 성향과 성격에 관해 나열된 문장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한 적이 있는가? 처음 두어 번 정도, 혹은 내가 관심 있는 사람의 것은 서너 번도 보았을 수 있지만, 그 몇 번은 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고 초점 없는 눈으로 스쳐 보낸 횟수는 손에 꼽지 못할 만큼일 것이다.이는 다시 말해 당신이 주의 깊게 정독하지 않듯 애석하게도 당신이 올린 그 스토리 또한 아무에게도 읽히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우린 누구나 자신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원초적 욕구를 가지고 있다. ‘내가 이렇게 외향적인 사람이야.’ ‘내가 이렇게 매사에 차분하고 지혜로운 사람이야.’ ‘나는 배려 깊은 사람이야.’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이는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본능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는데, 이러한 욕구를 해소하기에 심리테스트만큼 적절한 것도 없다. 내 입으로 말하면 적잖이 재수 없을 성싶은 것도 킬링타임용 심리테스트 결과라 하면 누가 무어라 면박을 주겠는가. 그뿐만 아니라 흡족한 결과가 나오면 공유하고 입맛에 맞지 않으면 삭제해버리면 그만이니 말이다.


이렇듯 과시를 통한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인간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타인에겐 다소 무신경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니 우리가 아무리 소셜미디어에 자신에 대해 어필한들 그저 대답 없는 메아리 혹은 단순한 호기심 충족일 뿐, 나와 상대의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응용된다거나 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

 

여기까지 읽었을 때, 나는 위에 해당하지 않는데, 성급한 일반화가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도 물론 있을 것이다. 내 가까운 친구의 경우가 그랬다. 그 친구는 MBTI 검사를 여러 번 하고 스토리에 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번 다르게 나오는 결과에 스트레스를 받기까지 했는데, 주변 사람들이 이게 뭐라고 그렇게까지 의미를 부여하고 힘들어하냐고 다그치니 본인은 그저 확인받고 싶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정신과 전문의에게 혹은 전문 기관에서 받는 검증된 테스트도 아닌데 재미 삼아 해보는 거 아니냐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때 친구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었고 정신력이 많이 약해져,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친구는 MBTI 검사 결과를 맹신하고 의존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는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나오는 결과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였고 타인이 정말 본인을 그렇게 생각할까 두려워하고 혼란스러워했다.


내 친구의 경우는 다소 극단적인 경우였지만, 심리테스트 결과를 맹신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는 ‘바넘 효과’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심리학 용어사전에 ‘성격에 대한 보편적인 묘사들이 자신과 정확히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라고 요약돼 있는 이 효과는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공감하게 되고 공유로 이어질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마치 혈액형에 대한 분석이 실은 아무 과학적 근거도 없는 것처럼 말이다.


 *

 

우리는 의식적으로 경계해야 한다. SNS에 떠도는 심리테스트는 당신과 별반 다를 것 없는 이들이 만들어낸 단순한 심심풀이용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에 대해혹은 타인에 대해 판가름하는 척도가 되지 않아야 하며 테스트 결과에 갇혀 편협해지지 않아야 한다. 훗날, 새로운 SNS가 등장하거나 혹은 SNS의 존재가 사라진다 한들 이와 같은 유행은 또다시 부흥할 테지만 우리는 보다 현명하고 객관적인 인식을 지닌 유저로 성장하여야 한다.

 

덧붙여, 불안이 증폭된 작금의 상황이 하루 빨리 평온을 되찾길바란다.


 



[강안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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