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View] 위로의 청춘라이터, 정예원의 음악 Part 2

글 입력 2020.03.10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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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네 민박의 삼남매, 예원의 이야기 (2)



글 - 작곡가 오상훈(Dike)

 


지난 Part 1에 이어 정예원의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정예원의 [SUBWAY] MV
 

Q. 작년 말에 미니앨범 [月見草 : 밤에 피는 꽃]이 나왔어요. 상당히 인상적인 4개의 트랙이 수록된 앨범이에요. 앞선 싱글 [月], [見]과 연결고리가 있을 것 같아요. 이 앨범은 어떤 컨셉의 앨범인지 간단하게 소개해 주세요.

A. 정예원 : 처음 [나의 작은 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미 미니앨범의 모든 수록곡을 정해놓고 함께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었어요. [月]의 [나의 작은 별], [見]의 [Little forest]는 월견초라는 앨범을 완성하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조각들이었어요. 월견초는 달맞이꽃의 한자어로 밤에 피는 꽃이에요. 월견초의 꽃말이 ‘기다림’이라는 뜻인데, 자신의 꿈을 향해서 밤을 외롭게 피워내는 우리들과 같다고 생각했고 그런 청춘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준비했어요.


Q. 그럼 본격적으로 한 곡씩 알아보도록 하죠.(웃음) 이 앨범의 전곡의 가사가 다 그렇지만 타이틀곡인 [SUBWAY]의 가사는 개인적으로 정말 공감되는 가사였어요. 특히 앨범 소개에 하루에 3개의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영감을 받았다는 게 공감됐어요. 저도 대학교를 다닐 때 하루에 3개의 아르바이트는 365일 내내 했거든요. 이 곡은 어떤 곡인가요?

A. 정예원 : 힘든 알바를 마치고 지하철을 타려고 할 때면 신기하게도 코앞에서 문이 닫히더라고요. 안 그래도 힘들어 죽겠는데.(웃음) 그렇게 힘들게 지하철을 타도 제가 앉아 편히 갈 수 있는 자리는 없더라고요. 이렇게 자리는 많은데 왜 내가 앉을자리는 없지? 이런 한탄에서 시작된 세상을 향한 귀여운 투정을 담은 노래입니다.

청춘들과 이 지하철의 모습이 비슷해 보였어요. 나만의 공간에 앉아서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가고 싶듯이 우리의 이름이 새겨진 자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꿈을 이루기 전까지는 내가 자꾸 실패한 것 같고 자아가 위태롭게 흔들리는 생각이 드니까. 우리의 청춘도, 꿈도 앉을자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가사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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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가사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가사의 디자인도 뛰어나요. 라임적으로 거의 힙합 수준의 라임을 구성해놨어요.(웃음) 그래서 굉장히 킬링 포인트가 많은 가사라고 느껴졌어요. 가사를 쓸 때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A. 정예원 : 랩 가사를 좋게 봐주셨다니 뿌듯하네요.(웃음) 무려 19번의 수정을 거친 후에 탄생한 랩 가사라 그런지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SUBWAY는 몇 년 전에 썼던 가사예요. 그 당시에는 어리기도 했고 젠더 감수성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아무런 생각 없이 지하철에 있는 풍경을 묘사해서 썼어요.

발매 준비를 하면서 9와 숫자들 선배님들과 함께 가사를 찬찬히 다시 살펴보는데 ‘화장을 하는 아가씨’라는 부분이 젊은 여성의 모습을 편협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얘기를 나누게 되었어요. 이제는 제가 세상을 편협하게 바라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런 제 생각들이 누군가에게 노출되고 쉬이 재생산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어요.

이를 통해 가사를 쓸 때 제가 놓치고 있는 부분들을 검토해야겠다는 생각과 창작자로서 올바른 마음가짐과 정신을 항상 유지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정예원의 [콩벌레]
Live in 단독 콘서트 [밤에 피는 꽃] @juriest 

 
Q. 1번 트랙인 [콩벌레]에 대한 얘기를 해볼게요. 이 곡은 주제가 인상적이에요. 관심이 폭력적이 될 수 있다는 사유를 한 게 좋았어요. 어떤 트랙도 버리는 트랙 없이, 내용적으로 빈틈없이 채웠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철학이 담긴 음악을 듣는 기분이랄까? 지난 인터뷰에서 우자님과 쉐인님이 사유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어떤 의미에서 한 얘기인지 음악적으로 이해가 될 것 같았어요. 이 곡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 정예원 : 명절이 다가오면 SNS에 잔소리 메뉴판이 뜨더라고요 각각의 잔소리마다 가격을 매긴 메뉴판인데, 이것을 보고 청춘들의 고충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저도 처음 음악 시작할 때 따가운 말들을 참 많이 들었거든요. 네가 무슨 음악이냐고, 헛짓거리하지 말라고, 이기적이라고,,, 저에게 관심이 있고 제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해주는 말씀들이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많이 아프더라고요. 이렇듯 ‘관심이 폭력이 될 때’에 대해서 얘기해보고 싶었어요. 저는 어른들 사이에 끼어있는 고3 수험생, 취준생 또는 결혼 적령기의 청춘들의 모습들이 콩벌레와 비슷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들을 콩벌레에 비유해서 그런 이야기를 써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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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실 예원님의 음악을 듣고 인터뷰를 위한 조사를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저는 음악에 그 아티스트의 자아가 투영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분명히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인데 동시에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세련된 사람이라고 느꼈던 거고요. 밝아 보이는 면과 동시에 다른 사람들 이상의 어둠도 보이고 그래서 그 밝음이 더 밝아 보이는 기분이었어요. 예원님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A. 정예원 : 저는 제 어둠이 자랑스러운 사람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어두움을 숨기려 애쓰곤 했었는데, 들킬까 봐 불안하고 두려워하던 것이 기억나요. 혼란한 시기를 지나 이제는 어둠을 지나서 밝은 빛을 만났을 때 그게 더 밝다는 것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특별한 사람으로 특별한 음악을 하기보다는 평범한 사람으로서 평범한 음악을 하고 싶거든요. 제가 진짜 알바를 했기 때문에 지옥철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SUBWAY]에 담아냈을 때 누군가가 더 공감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쓴 다른 곡들도 다 비슷한 것 같아요. 힘들고 어려운 순간을 다 겪으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기 때문에 그런 상황에 있는 다른 청춘들이 공감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노래를 들으시는 분들에게 저런 사람도 꿈을 꾸는데 나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제 음악에 있어서 어둠은 좋은 부분인 것 같고 자랑스러워요.

Dike : 뮤즈온 인터뷰 중에서 자신의 강점을 자신의 삶이라고 얘기했어요. 보통 이런 대답을 하기 쉽지 않을 텐데.(웃음) 그만큼 주관이 뚜렷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정예원의 [어른이] 응원법!!
그녀를 숨 쉬게 해주자!! 

 
Q. [어른이]는 키덜트(Kidult)라는 합성어가 생긴 이후로 종종 들리는 친숙한 단어예요. 그래서인지 예원님의 나이 때의 사람들, 청춘들에게는 충분히 공감될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심지어 가사도 시적이라 좋았고 음악도 좋아요.(웃음) 이 곡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A. 정예원 : 이곡은 어른과 어린이, 그 사이에서 혼란한 ‘어른이’들을 위한 곡이에요. 처음에는 이 소재를 가지고 자작시를 한 편 썼는데 맘에 들었어요. 그래서 노래로 만들어봐야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세상에 나오게 된 곡이에요. 저는 19살에서 20살 되는 그 구간이 참 어렵더라고요. 하루 차이로 갑자기 어른이 되었다니. 나는 아직 어른이 될 준비가 안 됐는데 너무 어깨가 무거워진 기분이었어요. 이 곡을 들으실 때 인트로를 집중해서 들어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앞부분에 놀이터에서 나는 소리들을 따서 넣었거든요. 어린 시절에 뛰어놀던 놀이터에 다 커버린 어른이 정장을 입고 와서 어린 시절처럼 순수하게 뛰노는 그런 장면을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이 곡이 재밌는 점은 진짜... 제가 숨 쉴 곳이 거의 없어요. 몇 년 전에 곡을 썼는데 그때 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지 아주 빽빽하게 만들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공연을 전에 응원법을 만들어서 팬분들께 외워와 달라고 부탁을 드렸어요. 중간중간 응원법을 안 해주셨으면 제가 정말 무대에서 쓰러졌을지도 모르는데(웃음) 다행히 팬 분들이 응원법을 잘 외워주셔서 무사히 잘 부를 수 있었어요. 이 곡은 팬이 없으면 공연을 할 수 없어요. 앞으로도 많이 외워주시면 감사하고 그러면 저의 건강에 유익하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어요.(웃음)

Dike : 그 응원법, 유튜브에 영상 올리셨죠. 봤어요.(웃음)

정예원 : 네, 올렸어요.(웃음) 저는 사실 곡마다 각각의 분위기에 맞는 응원법을 최대한 만들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보통 인디 공연장에서 보면 관객분들이 가만히 집중해 들어주시잖아요. 고요한 그 분위기가 너무 좋은데, 어떨 때는 지금 재밌으신 건지 지루하시지는 않은지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관객 분들이랑 같이 무대를 만들어가고 싶어서 관객과 가수가 하나의 공연을 같이 완성하는 부분에 있어서 고민을 많이 해왔었거든요. 어느 부분에 뭘 외쳐야지 하는 그 적절한 긴장감과 관객 분들의 응원법으로 하여금 하나의 무대가 꽉 차는 그런 참여형 노래를 만들고 싶어서 응원법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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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원님의 정보를 찾아보고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제작의 완성도가 너무 높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기서 ‘너무’ 높다는 건 정말 전력으로 음악에 투자하고 쏟아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뜻이에요.(웃음) 뮤직 비디오의 완성도도 개인이 하기엔 어려울 정도로 높고 크레딧을 보니까 A&R 까지 있더라고요. 사실상 회사와 다름이 없을 정도인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고 있는 것 같아요.

A. 정예원 : 맞아요. 정말 제가 인복 하나는 끝내주거든요. 앨범 하나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과정과 수고로움들이 필요하더라고요. 저 혼자라면 정말 못했을 것들이 너무 대단하고 귀한 분들과 함께하면서 가능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편곡을 해주신 현용님, 성규님, 지훈님, 멜리플루어스부터 시작해서 기타 치는 신우님, 사진작가 지나님, 뮤직비디오 유진 감독님과 호송 감독님, 앨범 디자이너 지윤님, 디자이너 영진님까지 모두 작은 저의 열정과 진심을 봐주시고 함께 영혼을 갈아 넣어주신 커다란 분들이에요. 앨범 크레딧을 쓰거나 CD에 땡스투를 쓸 때 울컥하기도 했어요. 회사 없이 혼자 앨범을 내기까지 사실 외롭고 지치는 순간도 참 많았는데, 모두가 힘을 보태어준 덕분에 무사히 첫 미니앨범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어요.

사실 노래만 딱 내면 훨씬 편할 텐데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저는 아무래도 개인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홍보나 마케팅이 부족할 거란 생각이 들어서 조금 무리해서라도 뮤직비디오를 꼭 제작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이 곡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이 곡은 어떤 스타일인지 소개할 창구가 많이 없으니 뮤직비디오로 하여금 곡을 직관적으로 쉽게 전달하고 싶어서요. 사실 제작비가 넉넉지 않아서 늘 도와주시는 분들께 감사하고 죄송해요. 그래서 소품도 감독님이랑 직접 사러 다니고 의상 협찬도 제가 막 이메일을 돌려가면서 따내고 발로 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Dike :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원래 예전에는 사람들이 ‘인디 정신’이라는 단어를 썼었는데 요즘은 안 쓰거든요. 예전의 인디 뮤지션들에게 스스로 앨범을 홍보할 아이디어를 짜내고 실행하고 제작하는 것이 당연하고 해야 할 일로 받아들여졌는데 요즘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 뮤지션들이 많거든요. 음원만 내놓고 가만히 있으면서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라고 자기 음악을 알리는 일을 ‘내가 그렇게 까지 해야 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거든요. 회사가 없는데 회사의 역할까지 스스로 하지 않으려는 게 사실 인디의 의미에 맞는 건지 요즘 꽤나 생각해보고 있었는데 좋은 얘기를 들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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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같이 작업하는 분들 중에서 김성규님과 팝 밴드 멜리 플루어스를 빼고 얘기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쭉 함께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음악을 들으면서 이 분들의 도움도 음악에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이 분들은 예원님이게 어떤 존재인가요?
 
A. 정예원 : 음악적으로도 너무 많은 것을 배웠고, 음악 외적으로도 단단하고 커다란 어른이 되기 위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신 분들이에요. 성규님은 한 뮤직비디오 촬영장에서 만났는데, 학원이 너무 비싸서 그만두고 앞으로 어떻게 음악을 해야 할지 막막했을 때였어요. 스쳐 지나가듯 고민 상담을 했었는데 그걸 기억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피아노를 알려 주시겠다고 했어요. 솔직히 지나가는 인사치레 같은 얘기인 줄 알았는데 촬영이 끝나고 진짜로 연락을 주셔서 1주일에 한 번씩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어요. 이 기간 동안 진짜 즐거웠어요. 밝을 때 만나서 어둠이 내려앉을 때까지 정말 하루 종일 곡도 같이 쓰고 피아노도 배우고 하면서 많이 친해졌어요. 그때 장난치듯 재미있게 했던 스케치들이 첫 데모 작업이 되었고 지금 나온 미니앨범의 뼈대를 그때 세우게 되었던 것 같아요.
 
이번 작업에서는 [SUBWAY]와 [콩벌레]를 편곡해줬을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모든 곡을 같이 고민해주고 보컬 디렉도 봐주었어요. 이번 앨범을 작업하면서 보컬 디렉터의 역할에 대해서도 그 중요성을 너무 느꼈어요. 성규 오빠가 저랑 오랜 시간을 같이 하다 보니 평소 저의 보컬 스타일이 어떤지,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더 좋은 보컬이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가 깊어서 녹음을 할 때 정말 이해가 쏙쏙 돼서 너무 좋았어요. 이번 녹음 작업을 하는 중에 오빠가 Sns에 ‘제자에서 음악 동료가 되었다’라는 말을 올려줬는데 그게 꽤나 감동적이었어요. 지금은 작곡가 겸 보컬로 활동을 하면서 본인의 음악을 앞으로 보여줄 예정이라고 해서 기대가 되는 것 같아요. 저에겐 참 고마운 사람이에요.
 
멜리플루어스는 ‘효리네 민박’ 덕분에 맺게 된 인연이에요. 방송 직후 sns를 통해서 연락을 주셨어요. 원래의 방송에서 나간 [상순이네 민박]은 1절 밖에 없어서 이 곡을 끝까지 완성해서 선물해주고 싶다고 하셔서 만나게 된 팀이에요. 만능 프로듀서 화익 오빠와 천상의 목소리를 가진 보컬 윤 새언니가 함께하는 팀을 만나다 보니까 스스로 자극도 많이 받고 음악적인 조언도 많이 구할 수 있었어요.
 
[Little forest]를 작업할 때 조금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불구하고 모든 과정을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던 기억이 나요. 뮤즈온 Top5 콘서트 때도 함께해주시고 진짜 저한테는 약간 슈퍼맨 같은 느낌이에요. 위기의 순간 달려와주시는 그런. 저와 함께 멜플의 노래도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 소개하진 못했지만 지훈오빠(멜튼)와 Brainwave 모두 너무 고마운 분들이에요. 제가 가진 게 없어도 인복이 많아서 그걸로 살아왔다고 생각해서 앞으로 저도 열심히 해서 받은 만큼 나눠주면서 음악을 하게 된다면 영광일 것 같아요.

 

정예원의 [퐁당퐁당] MV
  
 
Q. [퐁당퐁당]은 라이브 같은 넓은 공간감의 음향을 들려주고 있는 곡이에요. 왠지 편곡을 한 사람이 제가 아는 사람인 것 같더라고요.(웃음) 이 곡에 대해서도 얘기해주세요.

A. 정예원 : 제가 썼던 모든 곡 중에서 가장 딥한 곡이에요. 제 감정선 중에서 가장 절벽에 있는 느낌의 곡이었어요. 편곡적인 부분에서도 이미지가 정확히 있던 곡이었어요. 깜깜한 방이 있고 그 방구석에 어떤 사람이 쪼그리고 앉아있어요. 그리고 그 방은 연극 무대처럼 깜깜하고 핀 라이트 조명이 하나 켜져 있는데 그 사람은 너무 힘들다고 살려달라고 독백을 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아무도 듣는 이가 없고 쓸쓸하고 공허함이 감도는 차가운 방의 이미지를 상상했어요. 이 곡을 들은 분들이 후반부에 어딘가에서 한번 터지겠지, 하고 들었는데 끝끝내 안 터지더라는 얘기를 해주신 걸 들은 적이 있는데 저는 이 곡을 하나의 독백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감정선이 확실히 있되 음악이 확 터지는 극적인 느낌은 아니었으면 했어요.
 
우울을 겪었던 분의 유서를 보고서 썼던 곡이에요. 물수제비를 던지는 장면을 상상하면서 가사를 썼는데, 제목이 [퐁당퐁당]인 이유는 물에 돌을 던지듯이 내가 가지고 있는 감정과 말과 표정과 상황을 던졌을 때, 돌이 지나간 자리에 물의 파동이 생기잖아요. 그 파동을 보고 누군가 ‘아, 저 친구가 지금 힘들구나’라는 걸 알고 한번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요즘은 너무 바쁜 사회이다 보니 그런 파동을 읽고 손을 잡아주고 누군가를 챙길 여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곡을 통해 힘든 마음을 가진 분들께는 포기하지 말고 조금만 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얘기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또한 주변에 계신 분은 누군가 손을 뻗어달라고 하고 있을 때, 달려가서 그 손을 꼭 잡아줬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담았고요. 두 가지 의미로 들어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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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진짜 뜬금없는 얘기일 수 있는데 예전에 한 방송에서 유시민 작가님과 한 대학생의 대화 중에서 청년들이 굉장히 어려운 시기라고 하는데 유시민 작가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셨거든요.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이 시기들이 다 한 편의 소설 같은 시기였을 거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 대학생이 소설에는 희극도, 비극도 있어야 하는데 모두의 소설이 비극만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어요. 예원님의 음악을 들으면 이 장면이 생각이 나요.
 
정예원 : 오호.
 
Dike : 청춘라이터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청춘들이 공감하고 위로받을만한 가사와 음악들이에요. 그런데 밝은 곡은 [Little Forest (Feat. 삼남매)] 한 곡뿐이고 사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정서가 짙은 편이에요. 아이러니하지만 그래서 더 공감이 된다고 생각해요. 추상적인 위로와 공감이 아닌 구체적인 공감과 위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적당히 아프고 과분히 행복했으면 한다는 말도 그렇고요.(웃음) 여기에 대해서는 예원님은 어떻게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A. 정예원 : 추상적인 위로가 아니라 구체적인 공감과 위로라니, 제겐 너무 큰 칭찬이에요. 감사합니다.(웃음) 조금 고민되는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말씀해주셨듯이 제 밝은 이미지와 다르게 제가 만든 곡들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는 어두운 정서를 띄고 있어서, 처음에는 일부러 더 밝은 곡을 쓰려고 노력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원래 김사월님의 음악처럼 조금 더 딥한 음악도 좋아하고 주제적으로 죽음과 삶 같은 것들을 다루 것도 좋아해요. 미공개 곡 중에서도 밝은 곡보다는 어둡고 잔잔한 곡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적당히 아프고 과분히 행복하자는 말도 사실 우리가 아예 안 아플 수는 없잖아요. 이 청춘의 시간들이 참 정답도 없이 저 끝까지 흔들리는 그런 시기이다 보니까요.
 
저는 완전히 극단적인 말은 너무 무서운 것 같아요. ‘아프니까 청춘이다’도 그렇고 ‘아프지 말자’도 둘 다 별로인 것 같아요. 기왕 아파야 한다면 죽을 만큼 아프지 말고 적당히 아팠으면 좋겠다는 거고 지나간 아픔에 너무 갇혀있기보다는 그걸 통해 더 행복할 수 있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이런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까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도 자연스럽게 묻어 나온 것 같아요.
 
Dike : 예원님이 삶과 가치관이 큰 무기이고 세련된 사람으로 느끼게 만드는 부분이 이런 부분들인 것 같아요. 어두운 얘기나 부정적인 이야기와 긍정적인 이야기를 섞어서 얘기하게 될 때, 동시에 얘기를 하면서도 그것이 설명이 되고 이해가 되게끔 얘기를 해요. 그게 정말 인상적이에요. 처음 데뷔를 했을 때부터 했던 이야기들에 일관성도 있고요.
 
충격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음악을 시작했던 계기를 어머니의 살고 싶어 하셨던 모습과 다른 사람들의 살고 싶지 않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억울했다고 느꼈다는 말은 누구나 생각은 하지만 쉽게 꺼낼 수 없는 말이거든요. 그런데 이걸 얘기하면서 이해가 되게끔 얘기하고 그 자체를 정예원이라는 사람의 캐릭터로 받아들여지게 얘기하는 게 신기한 능력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어두운 음악을 하든 밝은 음악을 하든 모두 어울릴 게 만들어 낼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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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원님이 영향을 받은 뮤지션은 누구일지 궁금해요. 그리고 그 아티스트의 곡 중 한 곡을 추천한다면 어떤 곡일까요?
 
A. 정예원 : 일단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분들은 ‘옥상달빛’님들이에요. 음악의 분위기와 스타일은 다르지만 청춘들에게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를 담아 노래를 하시는 부분을 닮고 싶어요. 한 곡을 추천해드리자면 [어른이 될 시간]이라는 노래가 떠오르는 것 같아요.
 
‘선우정아’님도 너무 좋아해요. 슬럼프가 있는 시기에도 선우정아님의 음악을 들으면 곡이 쓰고 싶어 지더라고요. 저에게 너무 많은 영감을 주시는 분이고, 정말 천재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요. 선우정아님의 [쌤쌤]라는 노래를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요즘 엄청나게 빠져있는 분이 있는데 ‘정우’님이에요. 요즘 제 플레이리스트를 도배하신 분이죠. 원래는 올해 활동을 많이 안 하려고 생각했었는데 정우님의 [여섯 번째 토요일]이라는 정규앨범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어요. 제가 가사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처음 곡을 들을 때 무조건 가사를 띄우고 책을 읽듯이 듣는데 이 앨범은 처음 듣자마자 가사가 너무 좋을 것 같아서 가사를 안 봤어요. 한 번에 다 읽어버리면 너무 아까울 것 같아서 귀로 천천히 음미하고 싶어 지더라고요. 가사도 멜로디 메이킹도 편곡도 참 좋더라고요. 무언가 계속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그런데 꼭 한 곡만 골라야 하나요? 정우님의 [여섯 번째 토요일]이라는 정규앨범은 반드시 전곡 재생하셔야 합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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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떤 아티스트가 되는 게 목표인가요?
 
A. 정예원 : 사람 냄새가 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평범한 사람으로서의 평범한 음악을 하고 싶고요. 그리고 요즘은 제 무대를 지켜낼 수 있는 그런 뮤지션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팬분들이 생기면서 제 노래의 울림이 단발적이지 않고 계속 이어져야 된다는 책임감이 확실히 더 생기는 것 같아요. 제 작은 숨을 지켜봐 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제 음악과 무대를 오래 지키면서 많은 분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A. 정예원 : 일단 싱글 2개와 미니앨범 하나를 내겠다는 목표를 속초에 가서 바다 앞에서 세웠어요.(웃음) 올해 2달에 1번씩은 공연으로 찾아봬야겠다고 생각했고요. 기회가 된다면  연말이 단독 콘서트도 하고 싶고요. 마지막 목표는 올해 안에 제가 악기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약속을 일단 한번 뱉어봅니다.(웃음) 아직은 악기 연주를 잘 못하는데, 그런 도전을 하고 싶어요. 제가 느끼는 감정을 악기에 담아 한층 더 깊어진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전체적으로 올해는 커다란 활동보다는 더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깊어지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정예원이라는 사람이 좀 더 깊어져서 더 짙은 향기가 나는 이야기를 가지고 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속초에서의 낯선 자극으로 올해의 스타트를 한 것처럼 계속해서 도전해보지 않고 느껴보지 않은 모험들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해고 있어요.
 

Q. 마무리 인사를 부탁드립니다.
 
A. 정예원 : 이틀 전에 인생에서 처음으로 혼자 설악산을 등반하고 왔는데 거의 3시간 정도가 걸렸더라고요. 남들은 한숨에 올라가는 걸 저는 너무 운동을 안 했던 사람이라 10번 정도를 길바닥에 앉아서 쉬었다 갔거든요. 그렇게 힘들게 꼭대기에 올라가서 산들이 눈으로 뒤덮인 풍경을 봤는데 기분이 엄청 근사했어요. 이 감정과 기운이 아직 저에게 남아있어요.(웃음) 인터뷰를 봐주신 여러분들도 올 한 해 매번 좋을 수는 없겠지만 조금 앉아서 쉬어가더라도 포기하지 마셨으면 좋겠어요. 조금 더디더라도 꾸준한 마음으로 계속 함께 올라가요. 정상에서 바라본 풍경이 필히 환상적일 테니까 우리 조금만 더 힘을 내봐요. 그런 의미에서 올 한 해도 적당히 아프고 과분히 행복해보자는 말을 해보고 싶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우리 존재 파이팅!

 
예원의 시작, 효리네 민박에서 공개된
[상순이네 민박]
 
   



#전지적 Dike 시점


모닥불 앞에는 장필순, 이효리, 아이유가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90년대의 아이콘 장필순.
00년대의 아이콘 이효리.
10년대의 아이콘 아이유.
 
그리고 그 앞에 정예원이 앉아 있었다.






오상훈



사진.jpg



프로듀싱팀 Vlinds의 작곡가이자 인디레이블 캔들인유어스(Candle In Yours)의 공동대표.


자아가 생길 때부터 밴드음악에 빠져 일렉기타를 치며 음악을 시작한 인디덕후.


사실 음악보다 글 쓰는 일을 더 좋아해서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중이다.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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