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View] 위로의 청춘라이터, 정예원의 음악 Part 1

글 입력 2020.02.26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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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리네 민박의 삼남매, 예원의 이야기 (1)



글 - 작곡가 오상훈(Dike)

  
 
세상은 좁다. 신기하게도 세상은 넓으면서도 좁고 좁으면서도 넓다. 처음 만난 사람과 아는 사람이 겹치면 역시나 세상은 좁디좁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첫 만남에 확인된 겹치는 지인이... 한두 명이 아니라면??!!
 
"아, 그 사람은 또 어떻게 아는 거예요?"
"친한 언니예요!"
 
이미 인터뷰했었던 멜튼에 타린, 메리애플까지... 작곡가가 만나는 인디 아티스트들의 이야기, [인디 View]. 스물두 번째 주인공인 정예원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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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본인 소개를 부탁합니다.
  
A. 정예원 : 안녕하세요. 우리들의 내일을 위해 노래하는 청춘라이터, 정예원입니다.
 
 
Q. 최근에 SNS를 통해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속초 살이’를 하고 계신다고 알고 있어요. 그 직전에는 언플러그드에서 공연도 하셨는데 최근의 근황은 어떤가요?  
 
A. 정예원 : 작년 하반기에 정말 너무 바빴어요. 뮤즈온 경연과 미니앨범 발매, 단독 콘서트까지 회사 없이 혼자서 다 진행하다 보니 굉장히 치열한 나날들이었거든요. 그래서 한동안은 푹 쉬고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을 갖고 싶었어요. 마침 지인분이 속초에 게스트하우스를 오픈하셔서 일손도 도울 겸 도시에서 떨어져 시간을 보내게 되었어요. 생각보다 할 일이 많아서 사실 상상했던 것만큼 많이 쉬지는 못했지만 낯선 자극을 받는데 집중하는 시간을 보냈어요. 신기하게도 바쁜 연말이 끝나니까 쉬고 싶던 마음이, 빨리 다시 작업을 해서 좋은 결과물을 들려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금세 바뀌더라고요. 그래서 속초살이를 하는 동안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받고 싶어서 평소 잘 안 하는 일들을 골라서 하고 왔어요.
 
제가 약간 청소를 사랑하는 스타일은 아닌데(웃음) 많게는 18개의 객실까지 미친 듯이 청소도 해보고, 지하철 계단도 쉬었다가 올라가는 스타일인데 혼자 설악산을 오르고, 평소 부엉이과여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스타일인데 꼭두새벽부터 일어나서 일출도 보고 이 외에도 바닷가에 앉아서 시집을 읽거나 밤에 사람이 없는 공원에 누워서 별을 보기도 하고 뭔가 대단한 일은 아니어도 평소에는 잘 느끼지 못했던 상황에 저를 놓고 낯선 자극들을 받으려고 노력했어요.
 
 
Q. 인디View에는 처음 시작하는 질문으로 늘 같은 고정 질문이 있어요. 이번에는 지금까지의 아티스트 분들과는 다르게 이미 답이 많이 알려진 것 같지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그리고 알려진 것 이상으로 예원님을 알기 위해 질문할게요.(웃음)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동안의 예원님의 삶이 궁금해요.
  
A. 정예원 : 11살에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저한테는 알 수 없는 억울함과 책임감이 동시에 생긴 것 같아요. 별로 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는 너무 많은데 왜 하필. 그러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간절한 내일까지 두 배로 행복한 ‘내일’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어요. 저와 같이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응원하고 싶었고요. 처음에는 이게 작사인지 작곡 인지도 모르고 시작했어요. 메모장에 일기 쓰듯 가사를 적어 내려가고 멜로디를 만들어 핸드폰으로 음성 녹음을 하면서 힘들었던 마음을 해소하는 저만의 돌파구를 찾았던 것 같아요. 엄마가 보고 싶어서 하루 종일 슬픈 하루를 보냈을 때, 그냥 놔두면 굉장히 힘든 기억으로 남는데 이걸 하나의 소재로 풀어내서 그리움에 대한 노래를 만들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그 날 힘들었던 기억은 그 노래에 다 담아두고 다음 날은 새롭게 시작되는 기분이었어요. 이렇게 격동의 유년시절을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처럼 처음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게 쌓이다 보니 음악이 하고 싶어졌어요.
 
음악을 할 상황이 되지 않아서 고민하다가 음악으로 누군가에게 위로나 응원이 되고 싶었던 것처럼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에게 위로와 응원이 되어 주어야겠다는 마음으로 사범대에 진학을 했어요. 그렇게 마음 한편에 못다 한 꿈을 품은 채로 대학생활을 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효리네 민박’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게 되면서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제가 만든 노래를 부르게 되었어요. 사실 저는 큰 생각 없이 효리언니랑 상순 오빠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선물처럼 준비했던 노래였는데, 방송이 나간 뒤에 어떤 분께서 자살을 하려고 했는데 제 노래를 듣고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어 졌다며 고맙다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제가 음악으로 이루고자 했던 목표가 누군가에게 응원이나 위로가 되는 건데 진짜 내 노래가 누군가에게 이럴 수 있구나, 하는 걸 느끼고 더 늦기 전에 꿈을 펼쳐보자고 다짐하고 학교를 휴학하고 1년 동안 준비를 했어요. 그리고 작년 3월에 처음 음원을 내고 활동을 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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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ke : 휴학을 하고 1년간 준비하는 동안은 어떤 일들이 있었나요?
 
정예원 : 처음에는 일단 그냥 휴학을 했어요.(웃음) 자라오면서 가정환경이 어려웠기 때문에 가족 모두가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서로를 위해 본인을 희생하는 것이 익숙했거든요.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크게 욕심을 낸 게 가족들에게 휴학을 하겠다고 얘기하는 한 마디였어요. 원래는 최대한 빨리 임용고시에 합격해서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는 게 제 계획이었거든요. 그래서 나만의 행복을 위해서, 나만을 위한 길을 가려고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죄책감이 들었던 것 같아요. 긴 고민 끝에 휴학을 하겠다는 말을 했을 때 언니랑 껴안고 한참 울었던 장면이 아직도 눈 앞에 선명해요. 이렇게 첫 발걸음이 시작됐어요.
 
처음에는 음악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두 달 동안 실용음악 학원을 다녔는데 학원비가 한 달에 60만 원 정도 했었어요. 가족들 생활비와 학비 등을 벌기 위해 원래도 하루에 알바를 3개씩 했었는데 그 60만 원을 벌기 위해 더 알바를 해야 하는 거예요. 새벽, 낮, 밤에 계속이요. 뭔가를 배우면 꾸준한 연습을 통해서 체득을 해야 한걸음 나아가는 건데 배우는 것보다 배우기 위한 돈을 버는 데 급급해서 음악적인 것을 배우기 버겁고 힘들었던 시기였어요. 그래서 학원을 그만두고 내 힘으로 해봐야겠다고 생각을 하던 찰나에 한 기업에서 20대의 꿈을 지원해주는 ‘꿈 공모전’을 개최한 것을 보고 바로 지원했어요. 운이 좋게 최종 10인에 선정돼서 받은 꿈 지원비 800만 원으로 6개월 간 셀프 프로듀싱해서 첫 데뷔 앨범을 만들게 되었어요. 삶에 치이니까 뭔가를 하려고 해도 계속 제자리걸음인 느낌이었는데 공모전이 되면서 알바를 줄이고 음악적으로 더 고민하고 작업하는 시간이 생겼어요.
 
Dike : 이게 진짜 청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다들 삶과 아르바이트에 치여서 뭘 못하잖아요.
 
정예원 : 그래서 이 800만 원은 저에게 시간을 산 것 같은 느낌을 줬어요. 온전히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청춘들이 목표가 있고 나아가야 할 때 돈을 버느라 자꾸 머무르게 되잖아요. 눈을 조금 돌리면 생각보다 이런 기회가 좀 있는 것 같아서 많이 활용하셨으면 좋겠어요.
 
 

정예원의 [나의 작은 별에게] MV
 
 
Q. 작년 3월 12일 [나의 작은 별에게]라는 곡으로 데뷔했어요. 개인적으로는 데뷔곡부터 굉장히 세다고 생각했어요.(웃음) 곡 자체가 디자인이 잘 되어 있는 곡이라는 인상을 받아서 단순한 싱어송라이터라고만 하기엔 음악성이 굉장하다고 느꼈거든요. 가사와 음색도 말할 필요가 없었고. 이 곡은 어떤 곡인지 소개해주세요.
 
A. 정예원 : 자존감에 대한 곡이에요. 아마도 고등학교에 다닐 때 썼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는 저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자존감이 낮아지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성적이나 결과를 가지고 평가와 비교를 당하고 제일 친한 친구 하고도 경쟁을 해야 하는 시기잖아요. 이전의 나보다 나아졌다고 해도 무조건 나보다 위는 늘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 시기의 나에게, 그리고 그 시기를 겪고 있을 사람들에게 우리는 점수와 결과를 떠나서 존재 자체만으로 옳고 정답이고 황홀하게 빛나는 별이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이 곡은 어른들을 위한 동요처럼 만들고 싶었어요. 어렸을 때는 마냥 해맑게 웃으면서 불렀는데 몸도 마음도 크고 세상을 알고 나서 다시 보니 똑같은 가사인데도 아프고 슬프게 느껴지는 경우들이 있더라고요. [나의 작은 별에게]는 세월을 겪고 난 어른들이 먹먹하고 아린 마음이지만 동시에 동심을 떠올릴 수 있게끔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동요 [작은 별]을 차용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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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ke : 곡을 작업하면서 있었던 일이 있었을까요?
 
정예원 : 제가 음악적인 이론을 모르는 상태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까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효리네 민박에 출연했을 때 만들었던 [상순이네 민박]의 경우도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제 느낌대로 만든 거라 기존 대중가요의 구성과는 조금 달랐는데 효리언니가 인위적으로 비슷하게 만들기보다는 조금 다르더라도 제가 표현한 그대로 가자고 해주셨어요. [나의 작은 별에게]에서도 1절과 2절의 후렴이 가사도 다르고 마디의 수도 좀 다르거든요. 분명히 한 곡인데 한 곡 안에서 박자가 달라지는 부분도 있고,, 그래서 처음에 편곡가님께서 곡을 들으셨을 때 당황을 하셨어요. 이 곡은 도대체 무슨 박자냐면서.(웃음) 저는 뭔가 제가 음악적인 이론을 잘 모르니까 내가 틀린 건가 하는 걱정들이 있었는데 첫 곡이고 제가 가진 그대로를 최대한 살리면 좋을 것 같아서 조금 다듬기만 하고 거의 그대로 내게 되었어요. 누군가 들었을 때 일반적이지 않아서 틀렸다고 평가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걸 오히려 좋게 봐주셨다고 해서 감사해요.(웃음) 합주를 할 때도 이곡이 항상 헤매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곡이에요.
 
Dike : 이 얘기를 듣고 나니까 생각이 나는 얘기가 있는데 어떤 선배 작곡가분이 했던 얘기 중에 특이하고 다른, 일반적이지 않을 것들이 왔을 때 그걸 살려내면 그게 훌륭한 게 된다는 얘기를 하신 분들이 있었어요.
 
정예원 : 덧붙여 얘기하자면 최저예산으로 발품 팔아가며 곡을 만들었어요. 제일 싼 녹음실과 제일 싼 믹싱과 마스터링, 그런 식으로 만들어서 처음엔 제가 이 곡을 못 들었어요. 친구들이 제 앞에서 이 노래를 틀면 도망가기도 하고.(웃음) 작업하는 과정에서 곡의 퀄리티가 제작비와 비례한다는 걸 너무 느껴버렸어요. 믹싱과 마스터링을 제일 싼 곳에 맡겼더니 대면을 할 수도 없고 온라인으로만 받을 수 있는데 수정도 3번까지만 할 수 있고 그냥 잠수를 타시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런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는데 예산이 싸니까 어쩔 수 없다는 서러운 경험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제 머릿속에서는 이 곡은 아쉬움이 많은 곡이어서 들을 때마다 더 잘 만들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아팠어요.
 
그런데 최근에 단독 콘서트를 하면서 팬 분들이 [나의 작은 별에게]를 부를 때 플래카드 이벤트를 해주셨어요. 팬분들은 노래가 시작될 때부터 계속 플래카드를 들고 계셨는데, 저는 전혀 몰라서 1절이 끝날 때까지 눈을 감고 노래를 불렀어요. 그러다가 웅성웅성하는 소리에 눈을 떴는데 이러다 끝까지 눈을 안 뜨는 거 아니냐고 다들 당황하셨다고 하더라고요.
 
플래카드 이벤트는 제가 먼 미래에 무대 위에서 꼭 한 번 받아보고 싶은 그런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는데 너무나 감사하게도 빠른 시일에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깜짝 이벤트를 해주셔서 이 노래를 아껴주시는 분들이 참 많았구나 하는 걸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시간이 좀 지났지만 요즘 들어 이 곡이 저의 최애 곡이 된 것 같아요. 물론 제작비가 많으면 좋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라는 걸 느꼈어요. 들으면 많이 부족한 점이 보이지만 그 곡의 분위기를 잘 담고 있는 것 같아서 지금은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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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원님의 곡을 처음 듣는 분은 듣자마자 음색에 놀랄 거라고 생각해요.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굉장히 임팩트가 있어요. 저는 처음에 디어클라우드의 나인님의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와 같은 느낌을 받았거든요. 본인의 음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나요?
 
A. 정예원 : 와, 대박.(웃음) 완전 영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처음 갔던 페스티벌 무대에서 나인님의 무대를 보고 울컥한 기억이 있어서 이 질문을 보고 감사했어요. 저는 제 음색이 독특한지 잘 몰랐고 별 생각이 없었어요. 막 마음에 들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오히려 음악을 시작하고 나서 제 음색이 마음에 들었던 게 저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이 정확하게 있는 편이거든요. 그 메시지들에 담겨있는 진심을 전달하는데 어울리는 목소리라고 생각을 해서 지금은 이 목소리가 마음에 들어요.
 
 
Q. 예원님에 대해서 얘기할 때 항상 ‘효리네 민박’에 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을 것 같아요. 빠지지 않는 얘기를 빼놓고 할 순 없어서.(웃음) 그때 방송을 쭉 다시 봤는데 장필순님, 이효리님, 아이유님과 함께 있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음악을 하고 싶어 했던 당시의 상황에서 예원님에게 여러 가지로 강렬한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방송 이후에 음악을 시작하면서도 그분들에게 음악적인 조언을 받고 있나요?
 
A. 정예원 : 방송 후에 제가 음악적인 것과 관련해서 상순 오빠한테 메일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어요. “어, 예원아. 나 사장님인데!”라는 첫마디와 함께. 근데 저는 진짜 아르바이트하는 곳의 사장님인 줄 알고 “누구세요”라고 하고 그랬어요.(웃음) 효리 언니와 상순 오빠가 본인들을 밟고 올라가라면서 음악적으로 더 열심히 해보라고 응원을 해주셨어요. 또 [나의 작은 별에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모르는 게 많았을 때는 지은언니에게 조언을 구했어요. 유통사는 얼마 전에 잡아야 하는지, 곡의 제목을 정할 때는 어떤 것이 좋은지 등등 여러 가지로 조언을 많이 해주셨고 너무 고맙게도 그 뒤에 곡이 발매되고 나서 언니가 인스타그램에 노래를 홍보해주시기도 하셨어요. 효리언니도 상순 오빠도 지은언니도 진짜 대선배님이시기도 하고 많이 바쁘신 분들인데도 깊은 조언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던 기억들 밖에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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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ke : 좋은 조언을 많이 들은 티가 음악 자체에도 들리는 것 같아요. 정말 좋은 분들이네요. 보통은 이런 조언을 해주시는 분들이 많지 않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생각난 건데 혹시 축가를 하신 적이...??
 
정예원 : 축가를 종종 부르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처음 본 치킨집 사장님의 결혼식에 가서 축가를 불렀던 것 같아요. 작년 생일에 동네에 새로 오픈한 치킨 집에 갔어요. 친구들과 치킨을 먹으면서 미공개 자작곡들을 들려줬어요. 집 갈 때 계산을 하러 갔는데 사장님이 노래를 잘 부르시던데 뭐하시는 분이냐고 물어봤어요. 친구들이 짓궂어서 이 친구 가수라고 5월 18일에 신곡이 나온다고 신나서 얘기하는데 갑자기 사장님이 그 날 결혼을 하신다고 하더라고요. 사장님이 수줍게 혹시 축가를 해줄 수 있는지 물어보시더라고요. 모르는 사람의 축가를 부탁받은 게 처음이라 혼자 엄청 고민을 하다가 특별한 추억이 되실 수 있을 것 같아서 가기로 약속했죠. 사장님이 엄청 감사해하시면서 앞으로 평생 치킨을 공짜로 주시겠다고 했어요. 축가를 잘 마친 뒤로 가족들하고 한 번 갔었는데 그때 진짜 공짜로 치킨을 주셨어요.(웃음)
 
Dike : 재밌는 에피소드네요. 치킨으로 본전 뽑으셔야 죠.(웃음)
 
정예원 : (웃음) 기왕 가는 거, 잘하자고 생각해서 그분의 연애스토리를 미리 받아서 개사를 하고 신랑 신부의 사진을 화면에 띄워가면서 열정적으로 했어요. 그리고 그 날 목 상태가 안 좋았어서 혼자 불렀다가 망칠까 봐 본 적도 없는 큰언니를 데려가서 같이 축가를 했어요. 그분들은 본 적도 없는 분의 축가를 받으신 거죠.(웃음) 재밌었어요.

  
Q. 작년에 한창이었던 뮤즈온에서 우승을 했어요. 엄청난 쾌거예요.(웃음) 제가 아는 분들이 많이 참가해서 저도 한창 열심히 지켜봤는데 예원 님이 굉장히 눈길을 끌더라고요. 왜 우승했는지 알 것 같아요. 음악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사람 자체가 세련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뮤즈온에서의 경험과 얻은 것들이 어떤 것들인지 얘기해주세요.
 
A. 정예원 : 뮤즈온은 정말 저에게...(웃음)
 
Dike : 고생도 많이 했겠죠?(웃음)
 
정예원 : 정말 모든 게 다 처음이었어요. 데뷔하자마자 정말 큰 무대에 한 번도 안 서본 사람이 뭣도 모르고 발을 들인 거예요. 다들 대단한 선배님이고 엄청난 실력자에다가 10년 이상 음악을 하신 분들도 있었기 때문에 매 라운드가 몸통 박치기 같은 느낌이었어요. 첫 경연무대에서 인이어를 착용하라고 주셨는데 저는 그걸 어떻게 착용하는지 몰라서 스태프 분들께 부탁드려서 도와주시고 가기도 했어요. 다른 분들은 여유롭게 착용하고 무대랑 관객석을 왔다 갔다 하면서 모니터를 체크하는데 저는 그런 큰 무대 자체가 처음이었거든요. 재밌던 게 첫 경연 무대가 현대카드 언더 스테이지였는데, 미래에 제가 잘 되면 서보고 싶었던 무대 리스트 중 하나였거든요. 그런데 그곳을 바로 설 줄 몰랐었어요.
 
연습도 많이 하고 엄청 준비를 해갔는데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까 너무 떨려서 다 못 보여준 것 같아서 아쉬웠어요. 안 그래도 떨리는데 여기저기 카메라가 너무 많으니까 허리도 곧게 펴고 턱도 당기고 치마도 조심해야 하고, 몇 번 카메라에 불이 들어오는지 찾아서 봐야 하고,,, 생각보다 신경 쓸게 많아서 어려웠어요. 뮤즈온을 할 때는 사실 즐기기보다는 매 라운드마다 치열하게 버텨내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당시에는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경연을 잘 마무리하고 난 뒤에 단독 콘서트를 하면서 뮤즈온에 참가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그 많은 무대를 겪으면서 무대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깡이 생긴 것 같아요.
 
Dike : 진짜 가수가 되었네요. 좋은 경험을 했군요.
 
 
정예원의 [Little forest (Feat. 삼남매)] MV
 
 
Q. 두 번째 싱글인 [Little Forest (Feat. 삼남매)]는 이미 방송을 통해 유명해진 예원님의 가족, 삼남매의 이야기예요. 앨범 소개의 글이 인상적이에요. 평소 글 쓰는 것을 좋아하신다고 한 것 같아요. 이 곡을 작업하면서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을까요? 이 곡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A. 정예원 : 저는 여기서 감동인 게 제가 사실 노래를 쓸 때 가사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또 가사를 쓰는 것만큼이나 앨범 소개를 공들여서 쓰고요. 그런데 사실 앨범 소개를 읽어주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정말 없더라고요. 그래서 앨범 소개를 읽었다고 말씀해주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절이라도 하고 싶어요.
 
자 그럼 본론으로 돌아가서, 최근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효리네 민박 방송을 못 보신 분 중에서 [Little Forest]의 피처링이 ‘삼남매’씨라고 하던데 삼남매씨는 누구냐고 하시는 거예요. 그러니깐 가수 이름이 삼남매인줄 알고 물어보신 거죠.(웃음) 왜 이 사람은 피처링을 삼남매라고 했을까,라고 생각하셨을지 충분히 이해돼요. 그런데 이게 사실 곡 맨 마지막 후렴에 언니와 동생의 목소리가 작게 깔려 있어요. 맨 마지막 후렴만 같이 불렀거든요. 곡을 다 만들었는데 이 곡을 쓰게 된 메인 줄거리가 삼남매에 대한 이야기라서 편곡자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여기 삼남매의 목소리가 들어가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해서 마지막에 따로 언니랑 동생이랑 가서 셋이서 추가적으로 녹음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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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앨범에 청춘에 관련된 앨범을 담고 싶었는데 저에게 있어서 청춘은 저희 삼남매 없이 설명이 안 되거든요. 그래서 꼭 삼남매에 대한 곡을 쓰고 싶었어요. 이 곡을 썼을 때 어려웠던 건 삼남매에 대한 이야기를 동화처럼 밝고 희망적으로만 쓰고 싶지 않았어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겪었던 어려운 현실처럼 어둡고 무겁게만 쓰고 싶지도 않았고요. 보통의 곡들은 한번 가사의 소재가 생각나면 앉은자리에서 10분, 20분 안에 가사에 멜로디까지 다 쓰는 편인데 이 곡은 가사를 쓰는 게 어려워서 큰 도화지에 삼남매를 키워드로 써놓고 마인드맵으로 가지를 뻗어 나가면서 가사의 뼈대를 잡았어요. 이 곡을 누군가가 들을 때 정예원에게 삼남매가 있었듯이 내가 힘든 시기에 나를 버티게 해 준 원동력이 무엇일까, 그 원동력에 대해 생각해보시면서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Dike : 가사를 쓰는 게 어려웠다고 하시는 게 의외예요. 왜냐면 다른 곡들에 비해 밝은 곡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둠까지도 생각을 했다는 게.
 
정예원 : 삼남매가 애틋한 이유는 가족들이 어려운 환경에서 같이 뭉쳐서 자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새 옷이 없었어도 물려받을 얘기가 있단 건 참 행운이야’라는 가사에서 볼 수 있듯이. 저한테는 정말 그랬거든요. 저는 사실 제 옷 사이즈를 잘 몰라요. 거의 모든 옷을 언니랑 같이 입다 보니까. 상황은 좀 어려웠어도 언니 옷을 물려 입듯 언니 이야기를 듣고 자랐기에 제 시야가 좀 넓어질 수 있었고, 슬픈 이야기를 슬픈 이야기로 끝내지 않는 법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 많이 어렵겠지만 저는 언니 같은 어른이 되고 싶어요. 제 인생 롤모델이에요.
 
 
Q. ‘청춘라이터’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인상적이에요. 정말 예원님에게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를 알리는 방법을 잘 아시는군요.(웃음) 예원님이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과 관련되어 있겠죠? 그게 어떤 건지 얘기해주세요.
 
A. 정예원 : 청춘라이터의 의미가 청춘에 대하여 가사도 쓰고 시도 쓰는 작가로서의 writer의 의미도 있고 불을 켜는 lighter의 의미도 있어요. ‘청춘’이 ‘새싹이 돋아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뜻인데, 저는 오히려 봄에 오는 꽃샘추위가 겨울보다 더 춥게 느껴질 때도 있어서요. 그런 의미에서 추운 마음에 있는 청춘들에게로 가서 따뜻한 온기가 되어주고 싶다는 의미에서 lighter. 이렇게 해서 청춘라이터라는 의미를 붙여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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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윤건님의 [우리 둘만 아는]의 뮤직비디오에 남동생과 함께 출연했어요. 짧게 출연했지만 엔딩 장면이라 임팩트가 있더라고요. 뮤직비디오를 위해 특별히 촬영을 했던 것 같은데 에피소드가 있나요?
 
A. 정예원 : 윤건님의 [우리 둘만 아는] 뮤직비디오는 특별하게 참여형으로 제작되었어요. 노래에 어울리는 영상을 찍어 보내면 그중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영상이 뽑혀서 뮤직비디오에 실리는 거였는데, 사실 1등 상품이 최신형 핸드폰이더라고요.(웃음) 그때까지 최신형 휴대폰을 써본 적이 없어서 너무 탐나 가지고 이왕 하는 거 잘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가족여행을 갔을 때 바닷가에서 다 같이 열심히 찍었는데 그날 추웠거든요. 여러 번 찍으니깐 동생이 툴툴댔어요. 이걸 해주면 뭐해줄 거냐고. 근데 그때는 동생이 어렸을 때라 “누나를 도와주면 치킨 한 마리 사줄게”라고 하니까 바로 “콜!”을 하더라고요. 결국 저희가 1등이 돼서 저는 고가의 최신형 핸드폰이 생겼었어요. 동생은 치킨을 맛있게 먹었고요(웃음) 그렇게 훈훈하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이걸 통해 동생이랑 촬영을 하고 추억을 남길 수 있어서 좋았어요. 노래방에 가서 그 노래를 불렀었는데 영상에 저희가 나와서 재미있었습니다.
 
 
Q. 핫한 분들만 할 수 있다는 잡지 대학내일의 표지모델을 거치셨어요. 지금까지 인디View 출연자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커리어예요. 잡지 촬영을 하는 기분이 어땠을지 궁금해요.
 
A. 정예원 : 일단은 굉장히 떨렸습니다. 지금까지 앨범 작업이나 프로필 촬영이나 사진 촬영은 오랫동안 함께 작업했던 분과 했었는데 처음 보는 분들과 인사 나누고 바로 촬영을 들어간다는 게 걱정되었어요. 그런데 다행히 전혀 어색함 없이 너무 재밌고 즐겁게 촬영했습니다. 한 가지 고충이 있었던 건 예쁘게 촬영하고 싶어서 전날 앞머리를 다듬었는데, 실수로 너무 짧게 잘라 버려서 갑자기 앞머리가 너무 바보 같아진 거예요. 그래서 앞머리를 다 넘기고 사과머리를 했어요. 초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 해본 것 같아요.(웃음) 그때 컨셉이 ‘노 필터’였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예쁘게 꾸몄었는데 점점 진행될수록 화장도 지우고 잠옷 같은 옷으로 바꿔 입고 조금 더 내추럴한 느낌으로 수정을 하는 방향으로 진행됐어요. 촬영을 하는 당시에는 이게 진짜 표지에 나갈 수 있을까 싶어서 조금 걱정이 됐는데 작가님이랑 에디터님이 너무너무 잘해주셔서 잡지를 받아보고 기분이 좋았습니다.(웃음)
 
몇몇 팬 분들께서 졸업한 지 오래됐는데 잡지를 구하시려고 여기저기 학교를 찾아다니셨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또 지인분들도 옆 학교까지 가서 구했다는 얘기를 들었고요. 진짜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에게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Q. 음악을 제외하고 평소에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요?
 
A. 정예원 : 저는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해요. 영화를 보면서 가만히 앉으면서 휴식도 하고 간접적으로 다른 세계를 볼 수 있잖아요.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얻을 때도 많아서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해요. 예를 들어서 ‘이터널 선샤인’이나 ‘월 플라워’와 감정을 가지고 곡을 쓰기도 했었어요. 가만히 앉아서 다른 세계를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인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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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청춘라이터,

정예원의 음악 Part 2

  

효리네 민박의 삼남매, 예원의 이야기 (2)






오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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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싱팀 Vlinds의 작곡가이자 인디레이블 캔들인유어스(Candle In Yours)의 공동대표.


자아가 생길 때부터 밴드음악에 빠져 일렉기타를 치며 음악을 시작한 인디덕후.


사실 음악보다 글 쓰는 일을 더 좋아해서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중이다.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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