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예민한 나를 일으켜 세운 감정 수업 - 민감한 사람을 위한 감정 수업 [도서]

감정 수업을 통한 일상의 작은 변화
글 입력 2020.03.0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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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예민한 사람입니다


나는 정서적으로 예민한 사람이다. 똑같이 어려운 상황을 두고 남들은 약간의 피곤함을 느낀다면, 나는 높은 확률로 과부하가 걸린다. 매 순간 느끼는 감정이 너무나도 강렬해서 순식간에 압도당하고 혼란에 빠지기를 반복한다. 가령 두렵고 불안해지면 감정의 출처를 찾아내기 위해 머릿속으로 온갖 상황을 헤집고 다닌다. 자연스럽게 상처를 준 사람을 떠올리거나 친구의 언행을 확대 해석하기 시작한다. 심지어 과거에 저지른 실수를 떠올리면서 자책할 때도 있다.
 
객관적으로 보면 단지 불편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이런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차츰 잦아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불씨를 키우는 사고방식이 익숙해진 나머지 다른 방식으로 극복해내기란 쉽지 않다. 주변 사람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도 있지만 매번 의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처럼 자신의 힘으로 통제하기 어려워지는 순간, 세상으로부터 몸을 숨기거나 도망치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다.
 
마음은 어르고 달래서 겨우 진정시키면 또다시 말썽을 일으키고 마는,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 어린아이와 같았다. 겉으로 보면 어엿한 성인이지만 내면은 제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감정과 애증관계에 놓인 채로 정성스럽게 돌보기는커녕 숨기고 다그치다 보니 제풀에 지쳐버렸다. 어느 순간부터 풀기 어려운 문제가 된 감정. 언제나 그 앞에서는 두려움이 앞서지만, 책을 통해 다시금 마주하고 삶을 변화시킬 용기를 내본다.

 
(중략) 정서적 민감성을 삶의 선물로 느끼고 활용하려면 우리는 격렬한 감정을 잘 다스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불편한 감정에 대처하는 건강한 방법을 익히고, 혼란과 불안 속으로 자신을 더욱 깊숙이 몰아넣는 대신 삶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현명한 행동을 선택하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
 
- 캐린 홀, 『민감한 사람을 위한 감정 수업』, 빌리버튼, 2020, 10쪽.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은 너무나도 많다. 인간은 하나의 감정만을 느끼지 않고 복합적으로, 때로는 여러 가지의 감정을 동시에 느끼지 않던가. 슬프면 ‘슬픔’, 기쁘면 ‘기쁨’이라고 단순하게 이름 붙일 수 없는,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막막한 감정에 휘둘릴 때면 원인을 찾기도 애매하다. 실체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이성이 마비되어 두뇌가 멈춘 것처럼 당황스럽다. 차라리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하기도 한다.


만일 하루빨리 감정의 늪에서 빠져나오길 원한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민감한 사람을 위한 감정 수업』은 감정을 돌보고 다스리는 실질적인 방법을 설명한다.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는 방법부터 감정에 지배당하는 순간의 대처법, 일상 속에서 감정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는 기본적인 생활습관까지 자세히 알려준다.

 

저자가 말하는 정서적 민감성은 크게 '정서적 반응성'과 '정서적 회피'라는 상반된 유형으로 표현된다고 한다. 전자는 감정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표현하는 반면, 후자는 감정을 회피하고 차단하는 것을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두 가지 유형에 모두 해당한다. 우울함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고 싶은 충동을 느끼거나, 필요 이상으로 일을 벌여서 힘겨운 감정을 외면한다. 때로는 통제력을 잃지는 않을지, 혹은 두려워하는 감정을 마주할 때 공황 상태에 빠질지 불안해하길 반복한다. 이러나저러나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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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감정을 피하지 않고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예민한 사람은 왜 이런 기분을 느끼는지 자신도 알지 못할 때가 많다. 가슴이 뜨거워지고 금방이라도 눈물이 차오를 것 같아도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때 감정의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행동을 취하는 자세는 감정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의 하나다. 또한 대부분의 감정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잠깐만 불안감을 다스리면 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그 감정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거란 사실을 깨닫고, 충분히 견뎌낼 힘이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판단하는 습관을 버리는 방법도 있다. 우리는 곧잘 타인과 상황을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그럴수록 시야는 편협해지고 불필요한 편견을 갖게 된다. 문제의 핵심은 '자각'이다. 자신이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자신의 판단이 진짜라 믿거나 판단이 감정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것이다. 습관적인 판단의 잣대를 버리고 흘려보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이것은 그저 네 판단일 뿐이야'라고 몇 번이고 반복해서 판단을 내려놓는다.

 

아울러 의사 결정에서 감정을 분리한다. 정서적으로 예민한 사람은 의사 결정의 순간에 두려움과 불안에 압도당한 나머지 이성적으로 생각하기를 어려워한다. 어려운 결정 앞에서 자신의 판단을 믿지 않고 가까운 사람에게 의견을 구해서 수동적으로 의사를 결정하기도 한다. 또는 결정의 순간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다가 결국 원치 않는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무엇일까?', '이 과정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감정은 무엇일까?' 등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때면 이런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면 좋다.


 

 

일상의 균형과 회복이 필요한 때



마음이 무거운 날은 괜스레 나를 알아주는 듯한 노래를 반복해서 듣고, 하염없이 생각을 곱씹어 보다가 더욱 우울해졌던 경험이 있다. 이런 행동은 자신이 이 감정을 느끼는 이유가 타당하다고 믿기 위해서, 자신의 감정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본능적으로 근거를 찾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미 지난 일을 상기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과한 생각은 기분만 상하게 할 뿐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때 의식을 지금의 순간으로 부드럽게 이끄는 방법은 도움이 된다. 자꾸만 과거로 생각이 기울 때마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의식을 현재로 되돌린다. 그 다음으로는 순간에 해야 할 행동에만 단순히 집중한다. 예컨대 기분 전환을 위해 산책을 한다면 내딛는 걸음, 주위 풍경과 날씨 등 외부적 요인이나 생각, 감각, 감정 등 내적 경험에 의식을 집중해보는 것이다.

 

한편 존 카밧진(Jon Kabat-Zinn)은 이러한 마음챙김을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판단하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현재의 순간에 의식을 집중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즉 마음을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어떠한 해석이나 가치 판단 없이 자신이 관찰하는 대상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집중하는 일은 감정을 다스리는 좋은 방법이다. 마음챙김이 가능할 때 비로소 감정에 잠식되거나 지배받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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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변 사람들이 걱정할 정도로 생활 패턴이 엉망이었다. 새벽만 되면 생기가 도는 전형적인 올빼미형 인간이라 해가 뜨면 잠들고 한창인 오후에 일어나기를 반복했다. 게다가 커피를 달고 사는 동시에 하루 두 번 이상 끼니를 챙겨 먹지 않았으니 말은 다 했다. 생활과 시간을 컨트롤한다는 감각이 사라지다 보니 단단히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중심을 지켜내지 못할수록 감정 기복은 나날이 심해졌고, '현재의 순간'에 머무는 것은 더더욱 어려워졌다.

 

때마침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리고 앞서 소개했던 방법들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의식을 현재로 되돌리고, 순간에 집중하기 위해 애썼다. 건강을 돌보고, 할 일을 계획하고, 주변 환경을 정리하는 등 지극히 일상적인 균형을 찾고 회복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삶을 제대로 통제한다는 건 주도권과 중심을 잡는 동시에 나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기도 했다.

 

한때는 일상이 얼마나 망가지든 간에, 어떤 감정을 느끼든 간에 무언가를 이뤄내는 것만이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바라보는 삶과 따르는 가치가 달라졌다.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감정을 돌보는 데 소홀할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오로지 나를 위해 살 줄 알아야 함을, 나의 기분을 먼저 생각하고 감정을 끊임없이 돌봐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도 기분 좋은 환경으로 주변을 정리정돈했다. 하루에 한 번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엉망인 상태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신경을 썼다. 해가 뜨면 기지개를 켜고 스트레칭으로 굳은 몸을 풀었다. 잠들기 전에는 일기를 쓰고, 나를 위한 식탁을 차리는 등 '현재의 순간'에 온전히 집중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인지 몰라도 나에게는 작지만 소중한 변화의 시작이었다. 적당한 삶의 밸런스를 찾는 날까지 일상의 회복은 계속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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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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