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문화에 대한 이야기 - 출판저널 515호 [도서]

책, 출판, 사람 그리고 변화
글 입력 2020.03.0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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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나는 꿈이 참 많았다. 장래 희망과 같은 꿈이 아니라 어른이 되면 아이스크림 기계를 부엌에 두고 매일 아이스크림을 원 없이 먹고 싶다, 와 같은 꿈 말이다. 그때 꾸었던 꿈 중 많은 것들이 시간이 흐르며 내 기억에서 사라져 갔지만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몇 개 남은 꿈 중 하나가 나만의 도서관을 가지는 것이다.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가 벨을 위해 준비한 도서관이 나오는 장면과 같은, 영화나 책을 볼 때마다 책이 가득한 서실에 주인공들이 거니는 장면이 그려질 때마다 미취학 아동이었던 시절의 나는 아름다운 풍경의 교외 어딘가에 나만의 도서관을 지어 거기서 살겠다고 굳은 결심을 하곤 했다. 지금의 나에게 그 꿈은 현실에서 이룰 수 있을까 싶은 이야기이지만 적어도 나만의 서재라도 언젠가 꼭 마련하고 싶다.

 
책이 가득한 공간을 꿈꾸고 소유하길 원하면서 돌이켜 보니 나는 막상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책을 만드는 이들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한 권의 책은 누군가의 인생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또 한 권의 책에는 그를 저술한 사람의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도 한다. 출판저널 515호는 이러한 책을 만드는 출판업계의 상황과 그 안에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또 새롭고 다양한 책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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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 정윤희 대표는 지속 가능한 책문화 생태계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그에 따른 인재 양성 및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다양한 플랫폼 및 새로운 기술이 자리하면서 소비자가 추구하는 방향에 맞춰 출판이 이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더 적극적인 자세로 국내에서 출판학 교육과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방안을 마련해야 독자와 함께 지속적인 책문화 생태계를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분명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가 쏟아지는 작금의 세태는 출판 업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발전하는 기술과 그에 따른 다양한 콘텐츠는 글자로 이루어진 단순 텍스트 형태보다는 사람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른 책문화의 미래에 대한 고찰로 출판저널 515호에서는 특별 좌담을 열어 정부와 도서관, 관련 기관에서의 협력의 필요성을 논한다. 가령 시민들에게 더 익숙한 책문화가 자리 잡으려면 책의 공공성 개념이 공유되어야 하며 출판에 대한 중요성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출판 업계의 어려운 세태와 그를 극복하기 위한 전문가들의 좌담도 흥미로웠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책을 만들 때 나는 내가 살아있다고 느낀다”라는 출판인의 고백이 눈에 들어온다. 책읽는귀족 조선우 대표는 책은 ‘영혼이 담긴 제품’이며 그러한 책 한 권을 만들어내는 출판은 곧 우주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끝없는 우주처럼 독자가 자신의 생각을 무한히 펼쳐낼 수 있는 책 한 권을 만드는 것이 출판의 진정한 모습이라고 믿어왔다는 그의 철학과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이 출판과 책에 대한 정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출판저널 515호에서는 책을 주제로 한 특별한 공간들도 소개한다. 번역가인 자신의 서재를 그대로 담은 서점인 ‘번역가의 서재’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번역서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공간이다. 무엇보다도 번역가인 서점 주인이 좋아하면서도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는 양질의 번역서가 가득하다는 점도 공간에 매력을 더한다. 강화군에 위치한, 덕진진과 광성보의 농로를 따라 걷다 보면 만나는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은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들을 반기고 있다. 사진에서도 느껴지는 고요한 숲속의 공간에서 바람과 함께 해먹에 누워 그림책을 보는 것,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평온함을 주는 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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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스마트폰이나 이북으로 종이책보다 더 편리한 방법으로 독서할 수 있다. 꼭 눈으로 글자를 읽을 것 없이 오디오북으로 책을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아날로그 감성인 나는 종이책을 좋아한다. 손에 잡히는 책의 두께와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기는 감촉은 어떤 기기도 모방할 수 없을 것이다.

 

초등학생일 때 토론 수업의 주제로 자주 언급되는 것이 "인터넷과 영상 매체의 탄생으로 책을 읽는 사람이 감소할 것일까"였다. 나를 포함해서 다수의 의견은 영상 매체와 인터넷의 탄생과 발전은 분명 문화생활에서 종이책이 지키고 있던 비율을 감소하게 하겠지만 그렇다고 인류의 역사에서 항상 자리했던 종이책을 위협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자책과 오디오북과 같은 스마트 기기로 책을 읽을 수 있는 변화는 영상매체와 인터넷의 탄생으로 종이책이 받은 위협과는 달라 보인다. 그 차이는 요즘은 종이가 아니라도 책을,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의 탄생에서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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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저널 515호의 표지 일러스트에는 여자아이처럼 보이는 캐릭터가 단색의 선과 도형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차영경 작가의 “아주아주 멋진 하얀 공주”라는 제목의 그림책 표지이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백설 공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이야기의 흐름과 결말은 전혀 다른 방향이다. 주인공 “하얀 공주”는 “공주”라는 신분과 “하얀” 외모를 신경 쓰지 않는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인물이며 새 왕비도 우리가 아는 그 인물과는 다른 결말을 맞이한다.

 

출판업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담긴 저널에 이런 “하얀 공주”를 표지로 담은 것은 저널이 추구하는 바를 분명히 하는 듯하다. 정윤희 대표의 말처럼 책문화가 우리의 이웃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목적을 분명히 하면서 세태에 맞게 출판업계의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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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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