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연예인을 위한 쌀롱으로 초대합니다 [TV]

글 입력 2020.03.03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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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중심 프로그램


 

페미니즘이 한국 사회에 다시 대두되면서 방송에도 여성 중심의 프로그램이 꾸준히 방송되었다. 과거 남성 중심 예능(방송)이 기류에 반하여 단발적인 여성 중심 프로그램이 생겨났지만, 현재는 꾸준히 여성층을 중심으로 여성 중심 프로그램의 강세가 이어졌다. 예를들어 MBC 남성 MC들이 출연하는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비디오스타>는 기존 프로그램과 다르게 여성 MC들이 주축을 이루고, 여성들의 우정, 연대를 강조한 프로그램 <언니들의 슬램덩크>, 사회 이슈들을 여성들의 목소리로 발언한 <뜨거운 사이다>등이 있다. 이처럼 여성 중심 예능 방송이 꾸준히 제작되는 것을 보면서 여성 중심이 또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는 것을 말하며, 여성 장르 하위에는 ‘언니’라는 장르가 있다.


방송에서 등장하는 ‘언니’라는 호칭은 다양한 여성을 지칭한다. 여성 중심 예능에선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을 친근하게 지칭하는 ‘언니’, 기존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직설적이고 당찬 여성-남성들도 꼼짝하지 못하게 만드는 여성-에겐 ‘쎈언니’라는 호칭으로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다. 기본적으로 ‘언니’라는 호칭은 친근함, 존경을 의미가 있다. 따라서 언니라는 장르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기 위해선 시청자들이 기꺼이 ‘언니’라고 부를 수 있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거나, 인물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프로그램 <언니네 쌀롱>으로 돌아와서 제목에서 언급되었듯, 이 프로그램은 여성들이 주축이 되는 방송일 거라 예상할 수 있다. 출연진 8명 중 여성 출연진은 5명이고, 중심이 되는 출연진(메이크업, 코디, 헤어, 대표)도 모두 여성이다. 게다가 여성 전문가로 구성된 출연진이라는 것에 ‘언니’라는 제목과 어울린다.

 

한편으로는, 프로그램이 뷰티·패션 분야라는 점에서 여성 중심 방송이 또 외모와 관련된 프로그램이라는 점은 아쉽다. 여성은 뷰티·패션 장르만 한다는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것이 아닌지가 우려된다.

 

 

 

관찰 예능


 

<언니네 쌀롱>은 패널들이 메이크업 오버 과정을 보면서 참견(관찰)을 하면서 프로그램은 진행된다. 기존 뷰티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은 ‘패널들이 변신하는 과정을 관찰하는 포맷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 의도가 셀럽을 변신시켜주는 것이라고 한다면, 메이크업오버 과정에 좀더 초점을 맞춰야 해야 의도를 명확히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언니네 쌀롱> 1화에서는 변신 과정이 돋보이지 못했다.


변신 과정을 집중해서 보여주지 않고 중간중간 패널들의 참견을 보여주어 산만함이 느껴졌다. 방송 중 게스트의 스타일 찾는 과정에선 게스트가 숨겨왔던 고충을 이야기함으로 진정성을 느끼고 함께 스타일을 찾는 과정이 이어져야 감동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에 패널들의 참견은 게스트의 진정성을 침범하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이 장면에서는 게스트를 향한 참견 외 장면이 등장해 흐름을 끊었다. 예를 들어, 매니저 조세호 씨와 인턴 이준혁 씨가 카페를 준비하는 장면으로 전환되었고, 이어서 대표 한예슬씨의 과거 이야기로 화제가 옮겨갔다. 이 두 장면으로 게스트에 집중하던 시선은 분산되었다. 카페 준비하는 장면과 대표 한예슬 씨의 과거 라이프스타일에 관한 장면이 꼭 필요했을지 의문이 든다. 오히려 이 장면에 게스트로 향한 집중도가 흩어져버렸다. 또한, 새롭게 변신할 때마다 패널들의 참견에 산만함이 느껴져 패널들에 더 시선이 가는, 주객전도 상황이 되어버렸다.

 

 

 

연예인, 그들만을 위한 프로그램


 

<언니네 쌀롱>의 기획 의도는 다음과 같다. 스타일링(메이크업)을 받는 연예인(스타 또는 셀럽)들이 스스로 꾸밀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서 출연진들은 메이크업 오버는 ‘셀럽’을 대상으로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시청자와 기획자의 시선은 어긋난다. <언니네 쌀롱> 시청자 게시판의 게시글을 보면 시청자들은 연예인의 메이크업 오버를 기대하지 않는다.

 

9월 13일 기준으로, 100개 게시물 중 8개를 제외하고는 자신 또는 지인의 메이크업 오버 즉, 비연예인 참여를 원하는 내용이었다.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셀럽의 변신 과정을 통해서 연예인도 비연예인처럼 외모에 대한 고민한다는 공감과 연예인의 사복패션을 엿볼 수 있다는 신선함을 기대했지만, 시청자는 그 반대인 비연예인의 변신 과정을 통해서 대리만족과 공감을 얻는 것을 원한다.


셀럽의 변신 과정을 보여주는 기획 의도는 ‘연예인들도 비연예인들처럼 패션, 뷰티 등에 어려움을 겪는다’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공감을 얻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기존의 패션, 뷰티 프로그램처럼 시청자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바라보는 관중으로 전락해버린다. 이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그저 연예인이 다니는 샵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왔을 뿐이다.


또한, 이 프로그램의 다른 문제점도 여기서 발생한다. 패널 중 연예인, 특히 대표 한예슬 씨(현재는 모델 이소라)에게 비중이 집중된다. 대표라는 직함에 비중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방송 중 한예슬 씨의 역할은 애매하다. MC로 진행을 하면서 패널들에게 질문을 하거나, 상황을 이끄는 역할보다는 질문을 받는 일이 빈번했다. 오히려 한예슬의 역할은 질문을 받고 가면서 대답을 하는 게스에 가까운 역할의 모습이 보였다. 또한, 한예슬 씨의 화려한 원색의 드레스에 눈길이 쏠리는 점도 있다. 마지막 장면, 게스트가 최종 메이크업 오버를 마무리하고 등장했을 때 환호성이 온 화면을 채워 상황에서도 MC는 중심을 유지하는 모습이 요구된다.


다른 문제점도 있다. 대표 한예슬 씨에게 집중이 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전문가(차홍, 이사배, 한혜연)의 비중이 줄어들었다. 각종 패션·뷰티 팁을 알려주는 과정에서 한예슬 씨가 온 시선을 빼앗는다. 따라서 게스트의 메이크업 오버 과정과 전문가의 전문성이 프로그램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어쩐지 부담스러운 칭찬들


 

1화는 쌀롱 영업 전 출연진들의 미팅에서 시작한다. 출연진들은 등장과 함께 일제히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대화는 칭찬으로 시작하며, 칭찬 릴레이로 이어진다. 이는 출연진들이 정말로 반가움, 존경, 친근함에서 칭찬한 걸지도 모르지만, 한혜연-한예슬을 제외하고 초면인 상태에서 칭찬하는 것에서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진다. 특히, 메이크업 아티스트 이사배 씨와 연예인 한예슬 씨의 대화에서 부자연스러움은 극대화된다. 둘은 같은 숍에 다니지만, 초면인 두 사람 사이라고 밝히면서 한예슬 씨는 ‘너무 예쁘다’며 이사배 씨를 칭찬했고, 칭찬에 이사배씨의 답은 엉뚱하게도 ‘사랑해요’였다. 존경의 의미가 담긴 말이더라도 그 광경을 보는 사람들은 그 말이 과장됨을 느낀다.


이뿐만이 아니라 패널들의 반응에서도 부자연스러움을 넘어 과장된 제스쳐가 보인다. 1화의 게스트 손연재 씨의 최종 메이크업 오버를 마치고 패널 앞에 등장하는 장면에서 그 과장됨이 최고조에 달했다. 이처럼 과장됨을 줄이고 분위기를 조금 가라앉힌다면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예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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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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