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민감한 사람을 위한 감정 수업

민감하기에 특별한 나, 우리들
글 입력 2020.03.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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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한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는 8가지 방법"


 

타고나길, 혹은 자라오면서 후천적으로 민감하게 자라온 사람들이 있고 나 역시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종종 타인에게 너무 예민하다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잦았다.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만 그러면서도 매일 밤 잠자리에서 수많은 사람들과의 대화들을 곱씹으며 후회하고 자책하기도 하고, 타인의 감정에 쉽게 이입해 괴로움을 떠맡기거나 이러한 과정들에 진절머리가 나 결국 주변을 스스로 가지치기 하고 고립되는 결말의 반복이 끊임없이 반복됐다.

 

민감 혹은 예민하다는 단어는 부정적인 느낌이 강해 이 책을 읽기 전, 제목을 보고 머뭇거릴 수 밖에 없었다. 책을 펼침으로서 내 스스로가 민감한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기 싫은 마음과 이 책을 통해 이런 부분을 이해받고 나아질 수 있는 지침을 얻을 수 있을까 싶은 호기심이 양립했다. 이 글을 쓴다는 건 결국 책을 완독했다는 것, 그리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이라고 알리고 싶다는 것.

 

 

 

민감하기에 더욱 특별할지도 모를 사람들에게


 

사람은 자신의 장점보다 단점을 먼저 보고,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을 더욱 쉽게 떠올린다. 그렇기에 민감한 자신의 특성을 단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특별한 사람들이다. 서두에 책에서는 그런 점을 상기시켜준다. 민감하기에 타인의 감정을 헤아릴 줄 알고 위로할 줄 알며 창의력이 뛰어나 남들이 하지 못하는 생각들을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그런 민감함에 쉽게 피로해지고 남들을 희생하다보니 자신을 돌보지 못하거나 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해 곤란한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아마 이런 힘든 순간들을 조금 더 유연하게 지나치고 덜 괴로움에 빠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특별함 중 하나는 단순히 책을 읽는 이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직접 참여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민감한 사람일까? 하는 의문을 해결해주듯이 '정서적 민감성 자가 진단'을 하고 점수를 통해 객관적으로 자신의 위치를 안내해준다. 이러한 질문지는 책이 끝날 때까지 반복된다. 단순히 이렇게 해라, 가 아닌 직접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고 그것이 나아지기 위한 지침과 실천 방법을 제시해준다. 또한 정신과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 우선 그 치료를 염두하고 담당의와의 상담 후에 진행을 하라는 말에서는 세심한 배려심마저 느껴졌다.

 

나 역시도 5년이 넘는 기간 그리고 현재까지도 정신과의 도움을 받고 있는 사람이기에, 이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정신과적 도움을 받고 있거나 혹은 필요한 경우 책보다 우선 제대로 된 상담 그리고 약물을 통해 어느정도 자기 자신의 중심을 잡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 무작정 책을 통해 자신의 단점을 타파하려고 한다면 좌절감에 무너져 다시 일어서는 것이 힘들지도 모르기에. 이 책의 내용 전반적인 부분에 정신과적인 접근이 깔려있고 그러한 도움을 받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자신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는 것, 자신의 단점을 모른 척 하지 않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은 그 누구보다도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하고 싶다.

 
 


1장부터 9장까지 차근히 따라가다보면


 

1장. 남들보다 민감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2장.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첫 번째 단계

3장. 감정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는 기본적인 생활 습관

4장. 정서 관리에 가장 종요한 마음가짐

5장. 내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6장.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7장. 이성적으로 현명한 판단을 하는 방법

8장. 정체성을 확립하면 휘둘리지 않는다

9장. 건강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위하여

 

책은 서두를 시작으로 총 9장의 챕터로 이루어져있다. 민감하기에 느껴봤을 감정을 살펴보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진단해보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방향을 잡아준다. 한 번 읽고 책장에 넣어두지 않고 천천히 읽고 실천하며 계속해서 들여다볼 수 밖에 없는 것들을 살피며 자책하지 않고 조금 더 내가 아파하거나 이러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힘을 내는 것이라 생각하며 읽어갈 수 있었다.

 

 

1장. 남들보다 민감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남들보다 민감하다는 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책에서 제시한 모든 것들에 공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피곤함을 느끼기에 같이 사는 반려묘에게 공을 들여 교류를 하고자 한다. 남들 눈에는 고양이를 왕처럼 떠받는 것마냥. 타인의 감정에 민감한 탓에 메세지를 보내거나 대화를 하고 난 이후에 잠자리에서 모든 대화를 곱씹어 생각하느라 새벽을 하얗게 태우기도 한다. 끝에는 공통적으로 왜 그랬을까, 바보 같아 자책만이 남았다.

 

타인의 부정적인 반응에 매순간마다 상처를 받고 미움 받지 않기 위해 내가 잘못한 일이 아님에도 내 잘못이라며 모든 것을 끌어안아 속이 뭉개지는 날들이 많았다. 타인을 위해 희생하고 누구보다 다른 이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위로해 좋은 사람인 것이 가끔은 날이 서린 칼날이 되어 스스로 고립하는 길을 택한 순간들도 많았다. 차라리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는 것이 내가 상처받지 않는 방법이라 생각했으나, 결국엔 외로움에 숨이 막혀 또 다시 사람에게 마음을 주고 상처받는 것을 기꺼이 감내했다. 그저 이런 것들이 나의 문제나 특성이라 치부했으나 이것은 단지 내가 타인보다 특별하게 민감한 사람인 것, 그게 잘못이거나 문제가 아님을 책을 읽으며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었다.

 


2장.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첫 번째 단계 

 

2장에서는 이런 나의 '정서적 민감성의 유형'을 살필 수 있다. 나는 '감정을 차단하는 정서적 회피 유형'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불편한 감정이나 감정을 만드는 상황들을 항상 피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부당한 경우에도 모든 것을 감내하고 그런 감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 과로를 하고 가끔씩은 폭식을 했다. 불편한 감정을 다른 방법으로 차단해 마치 그 감정이 없던 것처럼 만들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


차라리 감정을 제대로 직시하는 것이 나을 만큼 이런 시기가 오면 참을 수 없는 피로와 망가진 위와 식도의 쓰라림에 내 자신을 자책했다. 왜 또 그랬냐고, 다음에 그러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는데도 또 다시 반복하고 좌절하고 내 자신에 멍청하다며 손가락질을 해보지만 이러한 감정에 대항하는 방법을 모를 뿐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괴로운 상황에서도 타인에게만큼은 결코 힘들다고 하지 않는다. 그 모습을 내보이는 순간 나의 연한 부분을 들키는 게 두려웠다. 입에서는 늘 같은 말이 나왔다.

 

"괜찮아, 아주 좋아. 아무렇지 않아."

 

나의 유형을 알고, 이러한 행동들이 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힘들 때 도움을 받지 못하고 신체적으로 망가져가며 결국 내가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불편한 감정과 상황에 빠져든다. 대처법을 모르기에 끝이 좋은 적보다 대체로 나쁘게 끝나버린 순간들이 많았다.

 

불편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지배당하는 순간에 도움이 될 방법들이 있었다. 그 감정의 원인을 파악하고, 구체적으로 그 감정을 느끼게 된 이유를 상기하며 그 감정은 단순히 나의 생각일 뿐 감정 자체가 나의 현실이 아님을 깨닫는다. 괴로운 감정이 들때 그 감정에 더욱 빠져들만한 상황을 두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슬프고 외로워서 슬픈 음악을 듣는다면 그 감정은 더욱 골이 깊어질 뿐이다. 오히려 이런 때일수록 모든 것을 잠시 멈추고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날 괴롭게 하는 상황들을 분리하고 혼자서 편히 누워 쉬며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과거를 들추거나 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며 괴로워 하는 것을 관두는 것만으로도 괴로움은 덜할 것이다.

 

 

3장. 감정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는 기본적인 생활 습관 / 4장. 정서 관리에 가장 중요한 마음 가짐 / 5장. 내 감정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3장과 4장에서는 규칙적인 생활에 대한 강조와 정서 관리를 위한 '마음 챙김'에 대해 알려준다.

 

한참 우울증의 한 가운데에 있을 때 하루종일 내가 할 수 있는 건 방안에 누워 숨을 쉬는 것이었다. 먹는 것도, 자는 것도, 나가는 것도 우울한 감정들에 가로 막혀 자책감에 짓눌려 할 수 없었다. 정신과를 다니면서도 제일 먼저 규칙적인 생활을 잡아가는 것을 강조하고 실천하는 것을 도와줬었다. 지금은 그러한 생활 습관과 이 책 덕분에 조금 더 나의 특별한 부분을 다루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일을 가고 (백수였던 시절에는 매일 카페에 출근해 일정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리고 귀가했다.), 퇴근 후에 고양이들을 돌보고 청소를 하고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다 매일 같은 시간에 잠이 드는 것.

 

감정에 휘말리던 때에는 힘든 순간이 찾아오면 일을 갈 수가 없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연차를 쓰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은 지나갈 것, 내가 견디고 나아갈 수 있는 것이기에 결코 내 생활 전체가 흔들려서는 안된다. 대체로 나에게 그런 감정과 상황을 야기시킨 상대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삶을 이어갔고, 오히려 그런 나를 보며 비웃기도 했다. 내가 쓰러질 이유는 없다. 물론 여기까지 오기 위해 숱하게 아프고 울고, 세상에 홀로 남은 고독감에 숨이 막힌 날들이 있을테지만. 누군가는 나 같은 경험을 겪지 않고 책을 통해 더욱 단단한 사람이 되어 자신의 삶이 무너지지 않기를 바란다.

 

 

6장.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남들의 반응과 나를 향한 행동에 대해 깊게 생각하느라 그것이 독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저 별 말 없이 한 말을 과대 해석하느라 오히려 인간관계를 망치는 일들도 잦았다. 혹은 상대의 반응에 상처받지 않기 위해 인간관계를 전부 정리해 홀로 남는 것을 택한 적도 있었다. 처음보는 음식을 보는 것만으로 어떤 맛인지 알 수 없는 것처럼, 타인의 말 역시도 물어보지 않으면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겁이 나서 내 마음대로 재단하고 판단해 오해를 한 적들이 많았다. 물어보면 알 수 있을텐데 물어본다는 행위로 상대와 영영 멀어질 것 같았으나 오히려 직접 물어보는 것이 관계에 더욱 도움이 된다.

 

만일, 물어봐서 망가지는 관계라면 그건 그저 거기까지인 것이다. 단지 그 뿐이다.

 

 

7장. 이성적으로 현명한 선택을 하는 방법 / 8장. 정체성을 확립하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 9장. 건강하고 의미 있는 관계를 위하여

 

결국 민감하다는 건 내가 주체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보다 늘 남을 위해 생각하고 행동하고 배려하다보니 내가 상처받는 것을 외면하고 있던것이다.

 

그래서 종종 너무나 깊은 우울감에 빠져 가슴이 뻥 뚫린 느낌 속에 빠져든다. 내가 나로서 존재하지 않는 기분을 느낀다. 타인을 위해 존재하는 게 전부라면 차라리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은 극단적인 생각까지 닿기도 한다. 그렇기에 더욱 특별한 우리들은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자리 잡게 해야한다.

 

책에서 제시해주듯이 다양한 사람들의 표현 방식을 하나하나 오독하지 않는 것을 배우고, 관계를 맺는 것. 오독으로 인한 과한 걱정으로 오해를 받아 멀어지지 않게 어느정도 거리를 두는 것을 배우는 것. 그러면서 나 자신의 존재를 타인을 통해서가 아닌 오롯하게 내가 중심이 되는 삶을 사는 것. 늦은 것은 없다. 그저 내가 외면하느라 내가 잘 하는 것을 부정하고 있던 걸 인정하고, 나의 의견을 타인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전달하는 방법을 깨닫고 실천하다보면 어느새 내 삶의 중심에는 내가 있게 된다.

 

나는 나로서 완성이 된다. 그 누구도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없으며 민감하지만 특별한 우리들은 모두가 소중하다. 책을 읽어가며 그래도 책보다 잘 하고 있는 부분은 스스로 칭찬해주고, 모자란 부분은 올바른 방법으로 다시 채워나가면 된다. 외로움은 나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감정임으로, 힘들 수 밖에 없는 순간에도 그 감정에 내가 무너지지 않게 느려도 천천히 꾸준하게 나아가면 된다.

 

나는 내가 민감해서, 그래서 아플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줄곧 생각하며 살았다. 이러한 생각때문에 눈물 짓는 날도, 눈을 감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으려던 날들도 많았다. 아마 조금 더 일찍 이 책을 만났더라면 아파하는 순간들이 적었을 지도 모르지만, 나 역시도 이런 특별한 나를 완전히 외면하지 않고 나아지기 위해 노력한 덕에 지금 이 자리에 남아있다. 여전히 특별한 나의 감정 때문에 힘든 것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가치있는 책이다.

 

 

 

이 글을 읽는 특별한 누군가에게


 

글을 읽으며 공감하는 부분이 조금이라도 있거나 혹은 내 자신에게 집중하기 어려운 특별한 누군가라면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당신은 결코 이유없이 상처 받을 만큼 가치가 없는 사람이 아니며, 타인을 위해 희생하기만 할 필요도 없는 사람이다.

 

그저 조금 특별해서 그러한 감정들을 민감하게 느끼고 어떻게 다뤄야할 지 몰라서 못하는 것이다. 자신의 단점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사람과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다르다. 단점을 어떤 이유를 붙여 합리화하면 순간은 편할 지 몰라도 결국 끝은 자신도 주변도 상처받는다. 혹은 떠나간다. 하지만 노력하는 사람을 보며 손가락질 하는 사람보다도 곁에 머무려고 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그런 노력에도 손가락질 하는 사람들을 보기보다 자신의 곁에 남아 응원해주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된다. 아파하는 날들이 적어지길 바라는 나와 특별한 누군가를 위해 이러한 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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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옥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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