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 여자가 만든 세계 - 드라마 "검블유" [TV]

글 입력 2020.03.01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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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이하 검블유) 는 기존 미디어에 비춰진 여성들의 모습과는 정반대의, 그리고 다양한 여성들이 등장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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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여성 서사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고, 이에 따라 창작자들도 여성 중심 서사에 대한 콘텐츠를 창작하고 있다. 드라마뿐 아니라 여화, 출판, 만화에서도 여성 중심 서사가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그저 여성이 주인공이 되는 것에서 벗어나 여성들이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이끄는 서사에 열광한다. 외모지상주의, 가부장제를 고발하는 것, 지워진 여성 인물을 조명하는 것 등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검블유에서는 남성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성취한다. 성녀, 아니면 악녀가 되는 기존의 여성관에서 벗어나, 절대 선도 아닌, 그러나 절대 악도 아닌 여성들이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며, 스스로 쟁취하려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신선함을 느낀다. 검블유는 이에 그치지 않고, 세 명의 여성들이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여성들의 모습이 통해 다양한 여성들의 존재를 알린다. 정부와 결탁해 권력을 가진 KU그룹 회장, 권력을 위해 권력의 꼭두각시가 된 유니콘 대표, 주인공의 조력자 등 고정되지 않고 다양한 여성의 모습이 등장한다.

 

 

 

Woman Woman Woman


 

‘검블유’라는 제목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다. 표면적으로는 검색, 포털과 관련된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WWW’의 등장은 낯설지 않다. 그리고 또 WWW에는 세 명의 여성들, Woman, Woman, Woman이라는 세 여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다.

 

검블유의 포스터도 간결하고, 중심이 되는 인물(이다희, 임수정, 전혜진)만 등장한다. 아무 포즈와 연기도 하지 않고 걷는 모습의 포스터인데도, 그들의 모습은 당당해 보인다. 포스터에서 주목할 점은 세 명의 여성들이 이어지면서 더블유(W)가 완성된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다른 모습의 세 명의 여성들이 연대하며 더블유(W)가 완성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기존의 틀(신화)을 깨는 여성들의 모습이 화제성을 불러일으켰다.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여성의 모습, 사랑이 인생의 전부인 양 자신의 모든 걸 포기하면서 사랑을 지키려는 것, 순종적인 모습 등 기존 여성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를 앞세웠다.

 

 

 

Girls, Be Ambitious


 

여성들의 욕망은 억압되곤 했다. 욕망을 절제하는 것이 미덕이라 여기면서 욕망을 내비치는 것을 부정적으로 규정되었다. 이에 검블유는 그 생각을 철저하게 부순다. 바로, 여성들을 통해서다. 등장하는 여성들은 욕망에 충실하다. 세 여성들 말고도 다른 여성들 또한 자기 욕망에 충실하다. 회사를 지키기 위해 갖은 수를 써서 적(상대)을 끌어내리고, 연대한다.

    

 

주승태 : 난 너 같은 년들이 제일 싫어.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니고, 울지도 않고, 대들지도 않고, 네 욕망에만 눈멀어서 지 살 길만 강구하는. 개 같은 새끼들.

배타미 : 왜? 그럼 안돼? 내가 개새끼면 안돼? 내가 욕망에 눈이 멀면 왜 안 되는데?

주승태 : 뭐가 널 그렇게 만들었을까?

배타미 : 뭐, 부모님 원수를 갚거나 전남편에게 복수하거나 그런 이유 기대하는 거야? 내 욕망엔 계기가 없어. 내 욕망은 내가 만드는 거야. 상상도 못 했겠지만.

 

검블유 2화 中

 

  

여성의 욕망이 직접적으로 언급되는 장면이 있다. 전 남편에게 복수하거나 옛 연인에게 복수하기 위해 만들어진 욕망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나온 욕망에 솔직한 모습. 욕망을 이루는 과정에선 성녀, 또는 악녀가 되길 거부한다. 인간은 그 자체에서 자라는 욕망이 있기 마련인데, ‘왜 여성의 욕망에는 이유가 있어야 하느냐’고 묻는다.

 

 

 

백마탄 왕자는 없다


 

여성들은 왕자를 기다리지 않는다. 흔히 로맨스의 드라마의 클리셰 중 하나다. 낮은 직급의 여성이 고위 임원과 만나 신분이 상승하는, 흔히 신데렐라처럼 왕자를 기다리는 구성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하지만, 검블유는 그렇지 않다. 자신을 구원해 줄 남성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은 일이 먼저라며 로맨스를 과감하게 포기하는 모습을 통해서 욕망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나온다.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건 남성이 아닌, 자신이다. 또한, 위험에서 도와주는 것도 남성이 아닌 여성이 등장해 연대하여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통해서 주체적인 여성의 모습을 나타낸다.

 

또한, 드라마에선 기존 드라마에 그려진 여성들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회사의 중대한 문제를 결정하는 고위급 인사들은 중년 남성이 아닌, 비교적 젊은 층, 특히 높은 임원은 여성이 상대적으로 많다. 또한, 유니콘 본사 대표도 백인 남성이 아닌, 흑인 여성이다.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냉철하고 권위적인 인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여성들의 복장에서도 차이가 있다. 기존 드라마에는 불편해 보이는 정장, 치마, 하이힐이 아닌, 편하고 널널할 바지 정장과 굽이 낮은 로퍼 등을 주로 입는다. 몸매가 부각되지 않기 때문에 인물의 다른 면을 조명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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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이 검블유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성들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주체적으로 여성이 직접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이야기를 원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기성 가부장제를 고발하거나, 깨뜨리는 모습을 통해 여성 시청자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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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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