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었다. 작가의 표현력이 독특해서 깔깔거리며 웃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곳곳에 작가가 심어놓았던 현실사회의 부조리함이 떠올랐다. 표현을 재밌게 했을 뿐, 씁쓸한 현대인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가볍게 그려냈지만, 결코 가벼운 책은 아니다.
![사본 -[크기변환][포맷변환]댕스갓.jpg](https://www.artinsight.co.kr/data/tmp/2003/20200301144113_bkfdidtb.jpg)
눈에 띄었던 작가소개. 개인적으로 정형화된 다른 책의 작가소개보다 이런류의 소개가 좋다. 작가의 약력이나 배경을 알지 못해도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와닿고 친근한 느낌마저 든다.
정적
많은 학자들이 이 기묘한 침묵 현상에 달려들어서 세부 상황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일단, 마포구와 서대문구를 빠져나가면 소리가 들렸다. 구분선은 정확히 행정상 경계 그대로였다. 가양대교, 성산대교, 양화대교, 서강대교를 반쯤 지나면 갑자기 소리가 뚝 끊기거나 확 풀려났다.
p. 13 <정적>
서울의 특정 지역에서 갑자기 소리가 사라진 사건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불편하게만 느껴졌던 정적 속에서 적응해가며 색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제약이 때로는 도약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는 교훈을 전하기도 하며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라는 것을 다시 상기시켜주기도 했던 챕터이다. ‘정적’을 읽고 있노라면 나도 그 정적의 세상이 있다면 한 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소리를 잃는 대신 어떤 것을 얻게 될까.
<정적>은 서교예술실험센터의 '같이, 가치' 프로젝트 선정 작품이기도 하다.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
"와, 용감하시네. 하고많은 지하철 중에 경의중앙선을 타요? 저기 저 사람들 안 보여요?"
그는 손을 내뻗어서 승강장 위에 수없이 널브러진 시체 같은 사람들을 가리켰다.
"저… 여기 처음 와 봐서. 왜 저러고 있는 거죠?"
"기차가 연착돼서 저러고 있는 거잖아요."
p. 42~43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
며칠 전 일산 백마역 근처로 이사 왔는데 본 챕터의 배경이 백마역이라서 감정이입 해서 읽었다. 경의 중앙선 노선 중 회기에서 통학했던 때가 있는데 그 시절 친구들이 경의중앙선의 배차 간격에 대한 불평을 하는 걸 자주 들었다.
실제 경의중앙선은 잦은 연착으로 악명이 높다. 특히 눈길이 갔던 부분은 “경기도 사람들이 타는 노선이라 그런가 봐요. 2호선처럼 서울 사람들이 타는 노선이었어 봐, 엄청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데도 차는 부족하고 연착은 밥 먹듯이 하고. 이 지경이 되도록 기사 한 줄이 나오질 않으니.”라는 부분이었다.
타는 사람이 적어 배차 간격이 느린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니. 연착되는 전철을 기다리다가 결국 백마역 귀신이 되어버렸다는 소재도 ‘웃프다’. 앞으로 전철을 이용할 일이 별로 없겠지만, 백마역에 가면 열차를 기다리다 못해 박제되어버린 백마역 귀신을 만나봐야겠다.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분명히, 분명히 어제는 금요일이었는데. 김장 행사 때문에 하루 종일 김치를 날랐는데.잘 때마다 시간이 6일씩 흘렀다. 금요일 밤에 잠들었다가 일어나면 다음 주 금요일 아침이었다. 세 번의 연속된 금요일과 두 번의 시간 도약을 경험하고서야, 현은 그 비현실적인 현상이 실제임을 받아들였다.
p. 74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표제작인 땡스 갓, 잇츠프라이데이는 평범한 9급 공무원 김현의 이야기다. 일주일 중 금요일을 가장 사랑하며 금요일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가 살아있다고 느끼는 시간은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 밤까지 딱 이틀뿐이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또다시 금요일이고 충격을 받은 김현은 잃어버린 월, 화, 수, 목을 찾기위해 노력한다.
본 챕터를 보면서 이것은 김현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인데? 싶었다. 반복적으로 굴러가는 금요일을 제외한 평일, 그리고 불금과 주말을 기다리는 모습이 내 모습, 내 친구들의 모습 같았다. 그러나 월, 화, 수, 목을 금요일로 만들어 버리면 그것도 행복할까에 대해 의문도 함께 따른다.
<땡스 갓, 잇츠프라이 데이>는 주말만을 바라보며 버티는 우리에게 주는 위로의 작품이다.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 안전가옥 쇼-트 01 -
지은이 : 심너울
출판사 : 안전가옥
분야
장르소설
판타지, SF
규격
100X182mm
쪽 수 : 162쪽
발행일
2020년 01월 20일
정가 : 10,000원
ISBN
979-11-90174-6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