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

글 입력 2020.02.2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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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을 어떻게 보내야 후회 없이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청춘이란 무엇인지 사실 이전에는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남들이 청춘이라고 말하는 나이로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나에게 와닿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그 ‘청춘’이라는 시기로 스스로가 살아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자격이 없다고 단정 지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당장 눈앞에 있는 해야 하는 일들만 해내기도 너무 벅찼다. 어쩌면 그 일들이 정말 어려워서가 아니라, 나에게 이 일들이 무슨 의미인지 모른 채, 그저 해야만 했기 때문에 힘들게 느껴진 것일지도 모른다. 내 삶의 방향을 모르겠는데 그저 주어진 일이나 해야 했으니.


젊음을 즐기라는 말을 들어도 어떻게 즐겨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아무리 즐겨보려고 하고 아무리 노력해도 항상 스스로가 시간을 낭비하고 헛살아온 것처럼 느껴지고 한없이 내가 부족한 사람으로만 느껴지니까. 점점 더 어떤 목표로 인생을 살아야 하는지 막연해지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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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에게 젊음을 주기에는 그것이 너무 아깝다'는 말을 책에서 본 적이 있다. 딱 나 같은 청년을 보고 하는 말이 아닐까. 요즘 세상은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그 일을 배울 수 있고, 자신이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떤 공간에서든 보여줄 수 있는 시대다. 그만큼 가능한 일들이 넘치는 세상이다. 그래서 나는 더욱 부담을 느낀다. ‘다들 무엇이든 해내는데 너는 왜 못하니’ 누군가 그런 말을 계속해서 내 귓가에다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점점 더 세상의 기준은 높아져만 가고, 해야 하는 일 그리고 할 수 있는 일도 넘쳐나니까 더욱더 나는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못했다. 항상 조급한 마음에 이걸 하다 저걸 하다 우왕좌왕. 그러다 보니 '나는 그동안 뭐하고 살았는가'하는 회의감도 들었다. 분명 항상 그때그때 목표를 세우고 무엇이든 해왔음에도 그것들이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참 허탈하고 스스로가 무능하게 느껴졌다.


자신의 미래에 기대되는 것이 있다면, 자신에 대한 기대를 품고 산다면 그게 청춘이 아닐까. 나이, 환경, 직업 그런 거 상관없이 말이다. 아무리 나이가 젊고 어려도 인생에서 내가 원하고 바라고 열망하는 무언가가 없다면 청춘이라고 할 수 없다. 그야말로 시간을 죽이며 사는 것이다. 이미 인생을 다 산 것처럼 말이다.


앞서 한 말들만 보면, 내가 이미 젊은 시절에 대한 희망을 잃은 것처럼, 청춘을 포기한 것처럼 들리겠지만 그런 건 아니다. 어쩌면 나는 그동안 나의 20대에 대한, 나의 청춘에 대한 이상이 너무 높았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너무 크게 실망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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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25살인데 마음은 15살같이 여전히 철없고 어리다. 사랑하고 싶고, 하고 싶은 일에만 열정적이고 싶고, 앞뒤 재지 않고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다 쏟아주고 싶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만 살고 싶다. 그래서 20대가 되고 나서는 매년 나이를 한 살씩 먹는 것에 대한 부담도 느껴지고 거부감도 생겼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이 세상이 기대하는 나와 진짜 내 마음의 상태가 너무 다르고 그 균형이 안 맞아서 내가 내 나이를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이 느껴졌다. 최근에는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어리게 살기 위해서는 현명하게 살아야 해. 여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성실하게 살아야 해. 내가 '나만의 기준’을 찾아서 살아남아야 해."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청춘의 마음으로 오래 살고 싶어서 저렇게 나만의 인생 원칙을 세운 게 아닐까 싶다. 마치 방어막을 만든 것 같다. 아무도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의 태도까지는 건들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내가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나만의 기준’이란 것. 그것이 분명해진다면 인생을 후회 없이 살 수 있지 않을까. 어떤 책을 봐도 참 많이 나오는 뻔한 말이지만 정말로 그렇다고 생각한다. 남들의 기준에 맞춰 살며 나를 잃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치 있게 여기는 인생으로 하루하루를 만족하며 사는 것이 후회 없을 것 같다. 실제로도, 다른 사람들이 흔히 세우던 목표를 이뤘을 때가 아니라 내가 원하던 모습에 내가 가까워졌을 때 더 큰 희열을 느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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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꿈이라는 건 항상 꿈으로만 남겨지는 것이었다. 10대 때는 항상 꿈이 있었고 언제나 그걸 선명하게 갖고 있었는데 너무 오랫동안 간직하기만 해서 그런지 20대부터는 다 낡아서 그 색과 빛을 다 잃어버린 것 같았다. 지금도 사실 선명하지는 않다. 내가 그저 꿈만 생각하기에는 나 자신이 모든 상황을 이겨낼 만큼 강하지 않다는 걸 느껴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근데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항상 내가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인지 내가 꿈꿔온 일들을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해보고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에 가까워진 나를 보게 되었을 때, 심장이 크게 울렁였다.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에 가까워지는 것. 꿈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순간. 그때 정말 심장이 뛰고 피가 도는 느낌이었고, 짧은 경험이었지만 내 인생에서 내가 어떤 일을 했을 때도 그만큼 설레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사람들에게 무엇인가 보여주는 일을 하고 싶다. 그리고 그것으로 좋은 영향을 주고 싶다. 글, 노래, 가사, 그림, 아니면 모든 것을 결합한 콘텐츠 형태로 사람들이 함께 공감하고 서로의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다. 그렇게 설레는 일을 찾고,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 되는 것이 지금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길이 그런 삶의 방향으로 가는 길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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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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