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평범한 그들과 나 – 작은 아씨들 [도서]

글 입력 2020.02.29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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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고 많은 고전 소설 중에서 자매의 이야기를 꼽으라고 하면, 자연스레 작은 아씨들에 등장하는 메그, 조, 베스, 에이미 네 자매가 떠오를 것이다. 그리 좋지만은 않은 환경에서도 누구보다 서로를 돕고 즐겁게 살아가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오랜만에 만나보았다. 여전히 따뜻했고 누구나 자기만의 짐을 지고 살아간다는 어머니의 말이 내 마음속 깊이 새겨졌다.
 
 

걸클래식_작은 아씨들.jpg

 
 

4명의 작은 아씨들과 어머니

 

첫째 메그
아름다운 얼굴을 한 4자매 중 첫째로, 첫째 특유의 책임감 넘치는 성격으로 전장에 계시는 아버지를 대신하면서 엄마를 도우며 살아간다. 부잣집에서 가정교사로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 어느 평범한 남자와 결혼을 해 아이를 낳고 가난해도 마음은 충분히 채우면서 산다.
 
둘째 조
작가가 되고 싶어 글을 쓰는 친구다. 적극적인 성격으로 마치 대고모의 시중을 들러 그녀의 집에 가면, 몰래 책을 읽을 정도로 책을 좋아하고 글솜씨 또한 뛰어나다. 로런스 할아버지의 손자이자 옆집 친구인 로리와 친하게 지냈지만서도 그의 청혼을 거절한다. 작가로 등단하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면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쓴다. 공포 소설, 가족 소설 등 열심히 계속해서 소설을 쓴다.
 
셋째 베스
조와 달리 수줍어하는 성격으로 몸이 약해서 자주 아팠는데 병에 걸린 다른 아이를 돌보다가 결국 자기도 그 병을 옮아 감염되어 일찍 생을 마감한다. 가족들을 생각하는 마음도 크고 동정심이 많아 사람들을 배려하고 헌신한다. 피아니스트가 꿈인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아이였다.
 
넷째 에이미
막내인 만큼 막내 특유의 고집도 있으며 언니들의 말에 태클을 걸며 자신의 주장을 세우기도 한다. 이 친구도 커가면서 성숙해지고 로리와 결혼한다.
 
그리고 어머니


너희가 짊어져야 할 작은 짐에 대해 조언을 해줄게. 때로는 짐이 버거울 때도 있겠지만, 짐은 우리에게 유익한 거야. 짊어지는 방법을 깨달으면 점점 가볍게 느끼게 돼. - P.243


 
이 네 자매를 키우는 엄마는 이 책에서 크지 않은 비중이면서도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이들에게 차근차근 조곤조곤 인생에 도움이 되는 말들을 남겨주신다. 그런 명언들이 굉장히 많은데 내가 어릴 때 읽었던 <작은 아씨들>에서는 기억하지 못했지만 지금 굉장히 마음에 들어온 구절이 바로 짐에 대한 이야기다.

각자 자신의 몫을 충실히 해내야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할 수 있고 그 몫으로 우리는 각자의 짐이 있어 버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짐으로 우리는 더 건강해지고 또렷한 영혼과 힘을 기를 수 있다고 말씀해주시는 그녀가 너무나 너무나 진심이라는 것이 온전히 느껴진다. 독자들도 자연스레 그녀의 딸이 된 양, 그녀의 말씀을 곧이곧대로 기다리게 된다. 하나하나 전부 소중하다.

 

*

 

작가의 시선은 조를 향해 있다. 작가를 꿈꾼 조는 가족의 이야기인 자전적 소설을 쓰는데 이 <작은 아씨들>의 1부가 조가 쓴 셈이기도 하다고 볼 수 있다. 그녀들의 이야기는 잔잔하고도 따뜻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내가 따라가게 되는 책의 시선이 나와 비슷했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들의 일상과 내가 비슷했기 때문에 안정된 마음으로 계속 읽어나가게 된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한 집에서 오순도순 서로를 도와가며, 싸우기도 하며 살아가는 어느 평범한 자매들과 엄마의 일생을 내가 곁에서 지켜보는 느낌이 들어 그 자체만으로도 위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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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언니가 두 명이다. 지금은 막내가 아니지만 내 남동생이 늦게 태어난 막둥이라 오랫동안 3자매 중 막내로 지냈다. 아마도 작은 아씨들과 비슷한 유년 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그들은 남북 전쟁 때문에 아버지를 전장으로 보내고 엄마와 똘똘 뭉쳐 밝은 기운을 잃지 않으며 살아간다. 아버지의 편지를 기다리고 편지가 오면 진심으로 기뻐하고 격하게 반기며 전쟁이 끝나기를, 아버지가 돌아오기를 또 기다린다.

그들과 비슷하게 나의 아버지도 외국 출장을 오랫동안 가셔서 엄마와 언니들과 지내는 날들이 많았다. 어렴풋이 언니의 이메일로 편지를 썼던 기억이 난다. 나의 이메일 계정도 편지를 보내기 위해 만들었다. 함께 슬픔도 이겨내고 서로를 토닥여주고 싸우기도 하며 지내는 자매의 정이 느껴지는 작은 아씨들을 만나니 나의 어렸던 시절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리고 그들이 결혼할 나이가 되어 성숙해지는 과정도 옆에서 지켜보니 새삼 나도 컸다는 기분이 들었다. 중학생 때, <작은 아씨들>을 읽었던 순간에는 우리 가족과 비슷하다고만 생각했고 나도 조와 로리처럼 춤추는 파티에 가고, 결혼하거나 그들처럼 빨리 내가 하고 싶은 꿈을 찾아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막연한 상상만 했는데 이제 내 시선은 ‘어른’이 되어 그들이 그들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개척하려고 하는 의지와 여성의 모습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결혼과 비혼, 부와 빈, 사회적 성공과 개인적 성공, 사랑과 책임 누구나 하고 있는 일반적 고민들을 하는 네 자매는 우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1868년에 태어난 작품에서의 고민, 주제, 모습들이 그리 다르지 않은 것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고전 소설의 진가가 드러난다. <작은 아씨들>이 담아낸,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과 결정 사이에서 힘들어하면서도 주변 사람, 가족들에게 위안받고 살아갈 힘을 얻는 여성들의 모습을 내 마음 속에도 오랫동안 담고 싶다.
 

 

*

 
작은 아씨들
- Little Women -


지은이
루이자 메이 올컷
 
옮긴이 : 공보경

출판사 : 윌북

분야
영미소설 / 고전

규격
124*178mm

쪽 수 : 968면

발행일
2019년 07월 30일

정가 : 15,800원

ISBN
979-11-5581-217-4 (02840)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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