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은 왜 일하는가 [도서]

김혜진 <9번의 일>
글 입력 2020.02.26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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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길 바라며 은근한 압박을 가하는 회사. 마을에 통신탑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 이런 큰 고비 가운데 소소하게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과의 말다툼. <9번의 일>은 주인공 ‘그’를 둘러싼 여러 종류의 싸움이 얽혀있는 소설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있다.

 

그는 회사에서 저성과자로 낙인찍히고 퇴직을 여러 번 요구받는다. 나쁘지 않은 퇴직 조건이지만, 거절하면 이후에는 어떻게 되는지 묻는다. 그가 이렇게 버티고자 하는 것은 비단 회사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다.


수십 년간 해왔던 일과 전혀 다른 업무를 배정받았음에도, 퇴직으로 몰아세우는 회사의 대우에도, 충분히 다른 회사로 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버틴다. 아무도 일을 주지 않을 때 찾아서라도,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그것이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는 일일지라도 한다.


그의 일, 정확히 말하자면 회사의 일을 방해하는 사람을 폭력적으로 대하면서까지 그는 멈추지 않는다. 이는 한 사람이 일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훼손되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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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라는 건 결국엔 사람을 이렇게 만듭니다. 좋은 거, 나쁜 거. 그런 게 정말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소설을 읽다 보면 주인공이 그 훼손을 막지 않고, 오히려 박차를 가하는 모습에 의문이 생긴다.


그 자신도 스스로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끝까지 가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일한다. 계속되는 저성과, 회사의 재교육, 권고 퇴직을 거부하는 그 끝에는 무엇이 있는가. 결과가 썩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라는 그가 제일 잘 알고 있으면서도 몸과 마음은 멈추지 않고 달려 나간다.

 

이런 그의 모습은 이해가 가지 않으면서도, 완전히 낯설지는 않다. 우리는 살면서 무언가 잘못됐다, 잘못되고 있다, 잘못될 것 같다는 불안함을 무시하고 질주하는 때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설정해놓은 목표, 앞만 바라보며, 지나온 길이나 양옆은 살피지 않는 달리기. 우리가 이러한 질주를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여태까지 달려온 방향과 속도가 있어서, 잘못을 되짚어 보자니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지 몰라서,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기 힘들어서, 다른 방향으로 가는 방법을 몰라서.

 

그런데 주인공 ‘그’는 처참한 끝의 실체를 보고자 질주에 박차를 가한다. 열악한 사택으로 내몰리고 양심에 걸리는 일을 맡게 되면서도 절대 그만두지 않는 그의 모습은 자기 파괴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독자는 이에 대해 ‘왜’를 묻다가 이내 묻지 않게 된다. 어떤 합리성도, 타당성도 이미 그에게, 회사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일’만이 중요했을 뿐이다.

 

그렇게 다가가고자 했던 ‘끝’에 도달한 9번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왜 일하는가? 어떤 마음으로 일하는가?

 




[안루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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