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금요일을 왜 좋아하세요? -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도서]

금요일은 모두에게 같은 모습일까요?
글 입력 2020.02.2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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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매력적인 제목이다. 요즘 들어 부쩍 제목이나 표지만으로 책을 고르도록 하는 유혹이 많아진 서점가에서도 꽤나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하다. 손바닥만 한 크기마저 귀여웠다. 내가 금요일이면 느끼는 해방감을 보여줄 것만 같은 청량감을 기대했다. 나도 요즘 사람 답게 첫 눈에 이 책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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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출판사 안전가옥 트위터

 


웃음이 터졌다. ‘심너울’이라는 작가는 수상내역보다 본인이 레그레이즈를 잘한다는 사실을 더 알리고 싶어했나보다. 나는 작가나 책의 서두에 쓴 소개란을 읽는 편이다. 작가와 마찬가지로 나도 심리학 전공이기 때문인지 이 글을 어떤 생각을 가지고 썼는지 파악하는 것이 나를 편하게 하는 독서 방법이다. 일종의 전공병이다. “현실의 경계 끝자락에 걸쳐 있는 세계에서 분투하는 인간의 마음을 묘사하는 것을 즐긴다.” 참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소개글이었다.

이 책은 5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금요일’이라는 단어에 설레하며 한 장씩 넘기기 시작했다.

 

정적

 
어느 날 갑자기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감옥과도 같은 상상이다. 원래 들리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도 그럴까? 나도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낫겠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면서 계속해서 읽어 나갔다.

이 세상의 많은 비디오 시청물에 머지않아 자막이 달렸다. 뉴스 하단에 수화가 표시되기까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다수(多數)가 되는 순간 공리주의가 발현된다. 불편을 해소하고자 하는 노력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다수란 그런 것이다.

다수(多數)가 소수(小數)를 생각해보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그렇게 취급한다. 멋지다. 다수를 위한 세상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생각해온 소수는 노력마저 배제당하므로 대단한 건 항상 다수다.

그 이기적인 불편함을, ‘온 세상에서 소리가 사라진다면?’이라는 소재 속에서 내가 소리문제에서 비장애인으로 가졌던 선민의식마저 건드렸다. 차라리, 모두에게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금요일과 같이 불편으로부터 해방의 기대감을 줄 것이라는 의미로 이 단편집에 엮여 있는 걸까?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

 
내 설렘은 이제 산산히 부숴졌다. 방방 떴던 기분이 완전히 가라앉았다. 정적에서 어떻게든 끼워 맞췄던 금요일에 대한 상상이 사라지고 작가에 대한 원망이 돋아났다. 마케팅을 위한 책 제목에 완전히 속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경의선에 묶여 있는 시체같은 사람들에 대한 묘사로 시작하는 이 단편에 나는 잠시 책을 덮었다. 잠깐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피해보려고 가벼운 제목의 책을 골랐더니 아주 깊숙이도 들어가는 구나, 그래서 나도 재조정할 준비가 필요했다.

나도 한 때 경기권에서 경의중앙선을 이용해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등교시간 한 시간 전이면 이미 지각을 예감한다. 배차간격을 겨우 맞췄다고 해도 긴 탑승시간에 학교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나는 지치곤 했다.

그리고 서울 내 환승역 부근에 사는 지금, 나는 앞으로도 이런 곳에 살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결심을 한지 오래다. 30분 전에 일어났다고 해도 서두르면 많은 것이 가능하다. 내가 느끼는 좌절감의 지속시간은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짧아졌다. 서울에 거주하는 것은 성골이다. 몰라도 되는 감정들로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다.

나도 어느 순간 같은 경험을 공유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이나마 그들을 더 배려해 줄 수 있다는 스스로에 취했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들임에도 내 상황이 해결되고 나니 안이해졌다. 나는 다시 경의중앙선에 묶인 영혼들과 마주쳤다.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드디어 나왔다. 내가 이 책을 읽게 한 제목. 이제는 애증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감정이었다. 이전의 내용들로 이미 밝은 내용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했다. 매일이 금요일인 발칙한 상상이었다. 금요일에 행복한 건, 기계 같은 업무가 곧 끝나고 주말이 왔다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금요일 아침에 오늘만 버티면 된다는 성취 직전의 상태가 없던 종교도 만들어 낸다. 일종의 종교는 맞을 거다. 신은 아마도 금요일이겠지.

신(God)이 금요일일까? 시간을 7일의 일주일로 쪼개고 다시 쉬는 날과 쉬지 않은 날로 쪼갠 것은 사람이다. 과연 금요일이 신일까?

책 표지를 다시금 살펴봤다. 책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90도 가량 돌려서 표지를 바라보았다. 내가 달력을 봤을 때 하는 생각 같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모여 있는 동그라미들 마냥 시간이 금방 지나갔으면 좋겠다. 오른쪽으로 긴 공간을 두고 늘어져 있는 원 세 개는 내 금토일 일까? 금요일 저녁이 되어야 비로소 봉인이 해제되는 ‘나’일까?

이 인위적인 배열을 만들어 낸 것이 이 세상을 만들었다는 창조주(God)의 짓일까?
 
 

신화의 해방자 ~ 최고의 가축


용, 유니콘, 해치 뭐 이런 상상의 동물들이 존재한다면 어땠을까? 인간의 영악함은 그들을 장악했을 것이다. 분명 한 시대에는 신성화되었을 지는 몰라도 최소한 현대에서는 그럴 일이 없을 것이다. 인간은 자연을 정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왔고 인간에게 피해가 생겼을 때 에서야 공존주의를 설파했다. 실험윤리라는 것이 생겼다.

인간은 항상 스스로를 주류라고 여겼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은 인간의 입장에서 정당화되었다. 모든 것은 인간의 것이어야 했다. 용의 세포마저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가리지 않을 것이다. 이 두 단편에서는 용 신체의 이점을 취하고자 하는 실험에서 동물실험윤리의 당위, 그리고 이용가치에 집착하는 인간 종(種)의 이기심을 마주할 수 있다.

인간은 혁명을 좋아한다. 흘러가던 대로 두면 안된다. 도태되기 때문이다. 위기감을 조성해 낸 것도 결국 인간인데.

이쯤 오니까 금요일이라는 단어가 흐릿해지더라니.
 
*

이 책은 판타지의 새로운 축이었다. 아슬아슬하게 현실에 걸쳐져 있다. 실제를 객관적인 시점에서 보여주는 판타지 장르의 이점을 잊고 있었다. 소집단에서 사회로, 그리고 개체로써 인간까지 점진적으로 넓어지는 시야가 확실하게 보였다.

작가는 공리주의에 대하여 끊임없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정적에서 비장애인,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에서 위성도시 거주자 집단,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에서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신화의 해방자-최고의 가축에서 용의 세포까지.

소수가 다수가 되어서야 빛을 받을 수 있는 측면과 소수여서 귀중하게 여기는 것ㅡ다수가 되는 순간 빛을 잃는 것ㅡ이 공존한다. 공리주의는 절대적 진리가 아니다. 다수 혹은 권력을 가진 자들의 변명을 학제화 시킨 것이다. 절대적 숫자가 가지고 있는 힘을 조절하지 못하면 폭력이 된다. 그리고 폭력을 자각하지도 못한다.

수와 힘을 나누는 경계에서, 각자 분투하고 있는 모습에 한 번씩이라도 눈길을 비춰주어야 더욱 많은 이들이 내일을 살고 싶은 금요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기대할 수 있는 내일에 대해.
 

[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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