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유를 향한 길, 뮤지컬 '엘리자벳' [공연예술]

글 입력 2020.02.22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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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엘리자벳'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후 엘리자벳 폰 비텔스바흐(Elisabeth von Wittelsbach)의 삶에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한 스토리를 풀어낸다. 자유를 사랑하던 엘리자벳은 우연히 오스트리아의 황후가 된 후, 철저한 통제가 이뤄지는 황실 생활 속에서 맞서 싸우기도, 무너지기도 하며 자유를 끊임없이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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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하게도, 뮤지컬 엘리자벳에서는 '죽음' 그 자체를 의인화한 인물이 등장한다. 이는 엘리자벳의 삶이 죽음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엘리자벳의 일기장에서는 죽음과 관련한 내용이 많이 발견되었으며, 엘리자벳의 주변 인물들이나 왕궁 사람들이 많이 죽어서 '엘리자벳이 합스부르크 왕궁에 죽음을 데려왔다.'라는 민담도 있었다고 한다. 뮤지컬에서는 '죽음'이 엘리자벳의 주위를 맴돌며, 자신만이 자유를 줄 수 있다고 그녀를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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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엘리자벳이라는 인물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자유를 원한다고 외쳤지만 그녀가 원하는 자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그녀는 많은 것을 가졌고, 공연의 후반부에서는 그녀가 원하는 대로 떠돌아 다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나 자신이 우울의 터널에 갇힌 후 나는 우울에 잠식된 그녀의 인생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가장 최근에 '엘리자벳'을 관람했을 때, 나는 그녀조차도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점차 잊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속되는 절망 속에서 그녀가 원하던 자유로운 삶의 모습이 흐려진 것 같았다.


나중에는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는 채 망가져가기만 한다. '아무것도'라는 넘버에 나오는 가사처럼, 끝도 없는 심연에 빠지고 있는 느낌이었다. 만약, 엘리자벳이 자신이 어렸을 적 그리던 자유를 손에 넣게 되더라도 여전히 그녀는 불행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이미 깊은 심연에 빠졌고, 너무 지쳤기 때문에.




"죽음마저 사랑에 빠지게 한 아름다운 황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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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엘리자벳'의 카피 문구만 언뜻 보면, 의인화된 존재인 '죽음'과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황후의 사랑 이야기인 것 같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표현된 죽음과 엘리자벳의 관계는, 생사에 대한 엘리자벳의 갈등을 나타낸다. 죽음이 엘리자벳을 사랑한 이유는 그녀가 아름답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다. 그녀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다려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죽음을 동경했고, 이는 그녀의 삶이 고통 속에서 흘러갔음을 의미한다. 극중에서 죽음이 엘리자벳의 주위를 맴도는 것은 사실 엘리자벳이 항상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그에게 기대고 싶어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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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죽음만이 자신에게 자유를 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녀도 처음에는 삶 속에서 자유를 찾으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하지만 걷잡을 수 없는 우울이 그녀에게 속삭였을 것이다. "너에게 구원은 오직 광기와 죽음 뿐"이라고. 그녀는 죽음 그 자체를 사랑하고 동경했다기 보다는, 삶의 고통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죽음을 기다려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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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평생 삶과 죽음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죽음을 밀어내려고 수없이 노력했지만, 결국 자유를 향한 길이 죽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엘리자벳의 인생에 정말 공감이 갔다. 그녀와 나는 시대도, 국가도, 환경도 다른 삶을 보냈지만 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는 점은 참 많이 닮았다. 그녀에게 공감하고 그녀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언제나 나를 죽음의 존재 언저리까지 던져놓는다.


하지만, 오히려 내가 삶을 계속 살아낼 결심을 하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그녀가 죽음을 기다리긴 했지만, 죽음에게 유혹 당해 그에게 먼저 키스하지는 않았으니까. 죽음이 자유를 향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나는 그녀처럼 삶을 살아내고 싶다. 살아낼 것이다.



 

[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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