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깊은 무력감에 빠져있다. [도서]

에리히 프롬의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 하는가를 읽고.
글 입력 2020.02.22 18:3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우리는 이 질병을 권태, 삶이 무의미하다는 느낌,

풍요롭지만 아무 기쁨도 없는 삶이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는 느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당황스럽고 어찌할 바를 모른다는 느낌이라 부른다.



13.jpg

 

 

현대인에게 무기력이란 살면서 단 한번이라도 느껴본 감정 중 하나일 것이다. 바쁘게 사는 것이 적성에 맞는 나 조차도 최근에 어떤 과정을 겪으며 깊은 무기력에 잠식되었다. 무기력할지라도 사람의 본성은 바뀌지 않는지, 나는 내 무기력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무력한 감정을 느끼거나 무언가를 해내야 할 것 같은 강박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 추천한다는 추천글을 읽자마자 이 책을 구매하여 빠르게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보통 책을 읽기 전이나 공연을 보기 전에 검색해서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다른 리뷰들을 보는데 무기력한 사람이 읽으면 더 무기력해 질 수도 있다는 리뷰가 인상적이었다. 왜인가 했더니 무기력에 대해 정신분석학적으로 설명하기 때문에 더 머릿속이 복잡해져 읽기 싫어진다는 것이었다. 이에 흥미로움과 궁금증을 느끼고 책 표지를 넘겼다.


총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 부분에서는 인간의 본질적 속성에 대해 다루고 뒤로 갈 수록 그 인간의 본질적 속성을 어떻게 다룰지, 더 나아가 무기력을 느끼는 감정에 대해 설명하고 어떻게 하면 이 깊은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에대한 내용이 나온다.


인간의 본질적 속성을 분석한 부분은 사실 이해가 잘 가지 않아 두세번 반복해서 읽었다. 데카르트, 프로이트, 마르크스등 많은 철학자의 생각을 인용해 인간 본질에 대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내용이다.


‘열정적인 사람’ 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퇴보에 빠지지 않고 전진하고 진보하려 노력하는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독립과 동시에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포함하는 진보를 추구하는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열정을 추구하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은 번아웃 현상을 경험하게 되니,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우리 세기의 중심 문제는 인간 관계이다.
우리는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고 인식할 수 있을 때에만 타인을 인식하고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다.
사랑은 인식이지만 , 또 인식이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존중이기도 하다.
우리가 자신에게 투명하다면 타인의 불투명성은 인간의 가능성 안에서 투명해질 것이다.

 

 

책을 읽으며 많이 든 생각은 인간은 자신과 타인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정의한다는 것이다. 요 몇 년간 많이 대두되고 있는 문제인 SNS 가 바로 떠올랐다. 자신을 원하는 모습으로 꾸밀 수 있는 SNS가 현대인의 무력감과 자존감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듯하다. ‘너무 무기력한데 어떡하죠, 자존감이 많이 떨어집니다.’ 등의 고민 들을 보면 항상 답변에는 SNS를 줄이세요나, 아예 끊으세요 와 같은 말들을 찾아 볼 수 있었다.

 

여행, 명품, 취업, 합격 등의 사진들을 보면 저 사람은 저렇게 잘 살고 있는데 나는? 하는 생각이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나는 상대적으로 이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운 편인데 가까운 친구가 이 문제로 고민상담을 한 적이 있어 SNS가 마냥 좋고 재미있지만은 않다. 누구나 본인의 행복한 모습을 많이 기록하고 싶고 자랑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들 만을 압축하고 요약하여 보여주는 것이 SNS이기 때문에 사람은 보이는 것만큼 행복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힘든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좀 더 자신에게 집중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자아는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만큼 강하다.
모든 자발적 활동에서 인간은 세계를 자기 안으로 받아들인다.
그 과정에서 개인의 자아는 온전해지고 더 강해지며 더 탄탄해진다.

 

  

저자는 자발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진정한 느낌과 생각을 표현하지 못하는 무능력, 그로 인해 타인과 자신에게 가짜 자아를 내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 무력감의 뿌리라고 하였다. 그 정도로 자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가 사는 지금 시대에서는 여론이라는 익명의 권위가 생기고 우리는 순응주의자가 된다. 스스로가 의지를 가진 개인이라는 착각속에서 살면서 자아가 허약해지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가 타인의 시선으로 본 나에 국한된다면 ‘진짜 나는 무엇일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자아를 잃지 않기 위한 방법은 꾸준히 노력하는수밖에 없다. 또한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자아가 정말 진짜 자아인지 아니면 남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한, 남들에게 보여지기 위해서 가꾼 가짜의 자아인지에 대해서도 고심하게 된다.


 

인간은 자신의 인격을 시장에 내다 판다.
인간의 자긍심은 그의 성공에 달려있다.
그가 이윤을 남기고 자신을 판매할 수 있느냐, 경력의 출발시점보다 더 많은 것을 이루었느냐, 한마디로 그가 ‘성공했느냐’ 에 달려있다.

 

 

인격의 성공 여부에 따라 자신감과 자존감이 달려있기에 현대인에게 인기는 엄청난 의미를 갖는다. 실생활에서 남보다 앞서 가느냐는 물론이고 자존감을 지킬 수 있을 지 혹은 열등감의 나락으로 굴러 떨어질 지도 그 인기에 좌우된다. 남들에 의해 좌우되며 건강하지 못한 자아를 가지게 되면 무력감에도 쉽게 빠지는 것이다. 자신의 인격을 시장에 내다 판다는 표현이 참 적나라 하면서도 공감이 간다. 자존감이 사랑하고 생각하는 개별 인간으로서의 자기 활동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역할에서 나오게 되면 현대인은 스스로 생각 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 버리고 사물이 된다.


에리히 프롬은 자신이 원하고 생각하고 느끼는지만 알면 자신의 의지에 따라 행동할 자유를 가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익명의 권위에 순응하고 자신의 것이 아닌 자아를 받아들이게 되면 깊은 무력감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 할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진짜 삶의 조건을 감탄의 능력, 집중력, 회피하지 않고 양극성에서 나오는 갈등과 긴장을 받아들이는 능력으로 말한다. 진짜 삶을 산다는 것은 매일 태어나는 것이며 모든 탄생의 행위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에리히 프롬은 용기와 믿음을 강조한다. 안전을 포기할 용기, 타인과 달라지겠다는 용기, 고립을 참고 견디겠다는 용기, 자신의 사고뿐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관련하여서도 진리 말고는 그 무엇도 추구하지 않겠다는 용기를 강조한다. 이러한 용기들을 모두 가지고 행동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쉬운일이 아니라는 생각은 들지만, 용기를 가지고 단단해진 내 자신을 마주하면 무기력을 방어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행히 나는 이 글을 쓰는 현재 무기력으로부터 벗어난 상태이다. 요즘 사회 전반적으로 무기력이나 우울증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어 걱정이다. 다들 잘 이겨내 본인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하는 바람이다.



[이보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