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두 번째 목소리, 영상디자이너 김세훈

무대를 완성하는 영상의 세계
글 입력 2020.02.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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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2

영상디자이너 김세훈

 


 

 

공연을 관람할 때, 서사 속에 깃들어 은근하게 극의 몰입을 높여주거나 때로는 장면 전면에 서서 한순간에 관객을 압도하는 등 그야말로 변화무쌍한 요소가 있다. 바로 영상이다. 언제부턴가 고전적인 무대 위에 스크린을 비롯한 다양한 영상 장치가 이용되기 시작했다. 사람, 목소리, 빛, 공기 등 그간 무대를 지배했던 오랜 구성을 뚫고 무대의 새 판도를 연 영상의 활용은 이제 더는 낯설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영상을 직접 다루며 매번 무대에 올리는 영상디자이너는 어떤 마음일까?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연극 <필로우맨>과 <페리클레스>를 비롯해 다수의 무대에 참여한 영상디자이너 김세훈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세계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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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무악극 <화선 김홍도>

 

 

Q. 안녕하세요, 세훈님!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무대미술을 베이스로 영상디자이너로 활동 중인 김세훈입니다. 예술과 디자인에 있어서 한 가지 재료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재료를 넘나들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Q. 독자분들 중에는 ‘영상디자인’이라는 말이 낯선 분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직업인지 간략히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 영상이라는 재료는 최근엔 어느 분야에서도 빠지지 않고 사용되는 소재라고 생각해요. 오래전부터 광고의 전달소재로, 영화에서는 후편집을 통한 다양한 네러티브 전달과 FX(효과; effects) 등을 담당하여 지극히 현실적이거나 반대로 초현실적인 감동을 자아내기도 하고, 현대미술에서는 시간과 공간 속에 아티스트의 생각을 담는 전달 매개체로써 사용되고 있죠. 요즘 우리들의 컴퓨터 운영체제나 휴대전화 콘텐츠의 경우에도, 다양한 영상을 활용한 모션그래픽이 적용되지 않았다면 특히 시각적인 몰입도 면에서 굉장히 매력이 떨어졌을 것으로 생각해요.


이 밖에도 영상디자인은 다양한 분야를 통틀어 우리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저는 다양한 분야 중 공간에서 사용되는 영상디자인을 주로 작업해왔습니다.



Q. 광범위하게 영상이 활용됨에 따라,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영상디자이너의 역할도 함께 커졌으리라는 생각이 드네요. 꾸준히 영상 작업을 해온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처음 ‘영상’이라는 분야를 접하고, 무엇이 세훈님을 계속해서 이끌었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중앙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고, 이후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에 재입학을 해서 무대미술을 전공했어요. 졸업 이후에는 연세대학원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했고요. 영상디자인을 하게 된 첫 계기는 연극원에서 조명디자인을 전공하고 있을 시기에 해외의 두 가지 공연을 우연히 보게 된 것이 영향이 컸어요.  < Dumbtype – or >이라는 공연과 < Lemieux pilon 4D Art – Anima >라는 공연이었죠.

 

< or >의 경우 이전 공연들과는 다르게, 스크린으로 사용되는 반원형의 둥근 벽 무대를 만들어 놓고 3대의 프로젝션을 멀티프로젝션한 무대였는데, 제가 무대미술을 공부하면서 봐왔던 것과는 아주 다른 굉장히 모던한 무대였어요.


그 무대는 심장 박동을 측정하는 듯한 전자음의 소리와 함께 영상을 통해 그래프가 그려지면서 시작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보여주려는 연출가의 의도가 보이는 무대였죠. 료지 이케다(Ryoji Ikeda)라는 유명 미디어 아티스트가 연출과 음악을 담당했는데, 미니멀한 영상과 무대, 음악, 그리고 현대적인 안무가 저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1997년도 작품이라고는 믿지 못할 만큼 오히려 더 현대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받았거든요. 당시 한예종에서 전공으로 공부하던 조명디자인도 정말 재미있었지만, 이때부터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상’이라는 재료에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그리고 <4D Art>라는 단체의 공연을 보고 나서는 생각이 더 명확해졌지요. <4D Art>의 공연은 홀로그램처럼 보이는 필름이나 투명한 막을 사용하여, 무대 위에서 마치 유령 같은 환영을 착시효과로 만들어냅니다. 영상이 공연 내내 사용되는데, 마치 마술처럼 영상과 배우가 교감을 나누는 장면이 충격적이었어요. 그 단체만이 가진 색채에 매료되어 영상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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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中 (출처: Lemieux pilon 4D Art Facebook)

 

 

그때부터 학교에서 다른 동료들과 함께 영상을 실험해보는 다양한 공연을 기획하기 시작했어요. 재료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시작하여, 영상이 고려되지 않은 대본 안에서 영상디자인을 만들어내며 재미를 느꼈죠. 지금은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 대상물의 표면에 빛으로 이루어진 영상을 투사하여 변화를 주는 기술)이 많이 보편화되어있지만, 당시엔 큰 빌딩에 프로젝션 맵핑을 한 영상들이 막 나오기 시작할 때여서 정말 신기해했어요. 그걸 학교 다닐 때 한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대 세트에 프로젝션 맵핑을 하는 공연을 해보자고 제안해 만들어보기도 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학교에서 무대미술 수업보다 미술원이나 영상원을 더 돌아다니며, 영상이나 미디어 아트 쪽 분야의 수업을 주로 듣게 되었어요. 그리고 단순히 학교에 다니면서 수업을 듣는 것뿐 아니라,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 해보고 싶은 걸 실제로 실험한 것이 참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사실 해보고 싶은 게 있어도 도저히 혼자는 할 수 없는 일이거나, 동의해주며 협업할 좋은 동료가 없어서 못 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그래서 많은 시도를 해 볼 수 있었던 경험이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대학원도 미디어아트로 진학하게 되었고요.


저는 매번 새로운 소재에 관해서 관심을 많이 가졌던 것 같아요. 무대가 갖는 공간적 한계 속에서 어떤 새로운 방법을 사용해야 관객에게 인상을 각인시키고, 또 내러티브의 효과적 전달을 통해 감동을 줄 수 있을까 하는 것 말이에요. 다행히 그때그때 호기심을 가졌던 재료들을 충분히 실험해보고 졸업을 하게 되어서 이후 바로 좋은 작업들을 연속적으로 할 수 있었고, 덕분에 당시 조금 어린 나이였음에도 연극원에서 강의를 시작하는 기회 또한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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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필로우맨>

 

 

Q. 처음 영상이란 분야에 매료된 후, 다양한 실험과 모의를 통해 해당 관심을 실현해내기까지 세훈님의 도전정신이 빛을 발했을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더불어, 다양한 영상을 제작하며 매 작품 협업이 예상되는데요, 소중한 영상이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


A. 저 같은 경우는 주어진 대본을 치열하게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작가나 연출가의 특별한 코멘트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대본을 받아, 최소 10번 정도를 읽어봐요. 그리고 노트를 펴놓고, 막연하지만 처음에 받았던 인상을 간단한 에스키스(esquisse; 스케치)로 기록하죠. 이후 표를 그리는 등 장면을 연출할 다양한 계획을 문서로 정리해나가면서 점점 구체화합니다.


그다음 콘티를 그리는 과정에서 공연장과 조명 및 배우까지 모두 그림에 넣어 완벽한 시뮬레이션 작업을 합니다. 그 후 연출가, 예술감독, 기술감독, 기획자 등 다양한 스텝이 함께한 자리에서 구체적인 시뮬레이션 그림을 통해 회의를 진행하죠.


구체화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제 이야기를 하는데 주안점을 두기보다는 주로 관객의 관점에서 많이 생각하려고 합니다. 또 시간과 공간적 구성을 많이 고려하는 편이에요. 제가 표현하려는 장면이 대본상에서 시공간을 초월해도 되는 장면인지 아닌지 미리 판단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제가 만난 연출가분들이 유독 영상디자이너의 자유도에 관대했던 것일 수도 있지만, 협업이 기본이 되는 공연에서 큰 제약은 받지 않고 활동했던 것 같아요.

 


Q. 세훈님의 판단이 주를 이루는 작업을 하셨다면, 특히나 영상이 구체화를 거쳐 작품과 교감하기까지 고심을 거듭했을 것 같아요. 무대 위 영상 구현에 있어 특히 어려웠던 점이 있을까요?


A. 사실 영상은 제작 기간이 많이 소요되고 수정하기 힘들다는 재료의 특성상 공연에 사용하기 좋은 소재는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렌더링이라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작은 장면을 수정하기 위해 긴 시간이 요구되는 경우도 있고요. 공들여 만든 장면이 예산상의 프로젝터 장비 밝기문제로 생각보다 표현이 안 되는 경우나, 오히려 조명이 너무 밝아서 영상이 나오지 않아 아쉬울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나의 영상이 돋보여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관객에게 어떻게 공연이 본질적으로 전달될까’를 더 고민하는 편이에요. 배우의 역량으로 감동이 필요한 장면인데 영상을 위해 조명을 낮춰 배우의 표정이 전달되지 않는다면 공연에는 더 해가 되겠죠. 물론, 영상 비주얼로 몰입감이 표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 장면에서 불필요하게 조명이 밝아 표현이 안 될 때는 서운하기도 하지만요.

 


Q. 무대 위 한 장면을 구성하는 요소가 많다 보니, 정말 그런 제약이 있겠네요. 생각해 보면, 같은 무대라도 연극, 뮤지컬, 오페라, 무용, 각종 행사를 비롯해 정말 다양한 작업을 하셨잖아요. 혹시 장르에 따라 달리 주안점을 두는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다양한 분야를 접할 때마다 굉장히 새롭고 재밌었던 것 같아요. 솔직히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분야를 해야 할 때는 처음엔 상당히 막연하기도 하지만, 결국에 하나하나 구체화해나가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니까 크게 겁먹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선 다른 장르보다 연극과 뮤지컬은 내러티브 전달이 중요하다 보니, 서사에 집중하여 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상을 처음에 염두 하는 편이에요. 특히, 관객의 타깃층이 누군지를 고려하여 디자인한다면, 제가 하고 싶은 색깔을 무작정 고집하기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함으로써 감동을 줄 수 있도록 합니다.


오페라의 경우 <마술피리>, <코지 판 투테>, <돈 조반니>까지 3가지 공연을 동시에 맡은 적이 있어요. 주어진 기간 안에 모두 작업해야 했기 때문에 할 일이 정말 많았죠. 하지만 이전까지는 전문 지식이 부족한 분야였던 것에 반해, 지금은 모차르트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더불어, 오페라 공연은 특히나 음악을 이해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영상을 운용하는 소프트웨어가 타임라인 베이스로 처리되는 소프트웨어라 부드럽고 정교한 작업이 힘들었거든요. 이 점이 좀 아쉬움이 남습니다.


무용 같은 경우는 자유도가 정말 높은 편이에요. 심지어는 공연 전까지 대본이 한 장도 주어지지 않을 때가 많거든요. 젊은 안무가 같은 경우는 추상적인 제목과 짧은 세 줄의 줄거리만 가지고 초반부터 아이디어를 영상디자이너가 제공하길 원하는 경우가 많아요.


더불어, 무용공연은 독특한 아트웍을 만들어내면서 안무를 해치지 않게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용수의 동작이 잘 보여야 한다는 말이죠. 영상의 움직임이 너무 화려하거나 커서 무용수의 아름다운 동작에 눈이 안 간다면 그건 가장 큰 문제니까요.


또 영상은 대부분 무음에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임팩트 있는 영상을 연출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원하는 느낌의 음악 작업이 선행될 수 있도록 미리 연출가와 스케줄 정리를 비롯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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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용 <이정윤의 '판'> 

 

 

Q. 와, 정말 세훈님이 장르별로 겪어 온 고민의 흔적이 스치는 것 같아요. (웃음) 가지각색의 작업을 꾸준히 하다 보면 아무래도 해당 분야에 아쉬운 점도 생길 것 같은데요, 영상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느끼는 아쉬움이나 개선점이 있으신가요?


A. 사실 수십 대의 프로젝터를 투사해서 프로젝션 맵핑을 하고 싶은 건 아마 대부분의 영상디자이너가 갖는 바람일 거예요. 하지만 대부분 한정된 예산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단발적인 공연에 프로젝터 임대료를 감당하기 힘든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원치 못하는 밝기가 나올 때는 정말 아쉽죠.


그리고 공연 프로세스를 볼 때 안무나 음악이 후반부에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그 스케줄에 맞추어 영상을 만들다 보면 공연 전날까지 밤을 새워서 작업을 하게 됩니다. 밤샘 작업을 한 뒤 그 다음 날엔 현장에서 영상 리허설을 진행해야 하고, 또다시 밤엔 수정하러 작업실에서 다시 밤을 새워야 하니, 몸이 둘이어도 부족할 정도로 힘들 때가 많아요.


그리고 장비의 오류로 무대 오르기 직전에 공연이 중단될 때도 있고, 시스템 사정으로 중간에 영상의 프레임이 부자연스럽게 튕기는 등 정말 쥐구멍에 숨고 싶을 순간도 생깁니다. 아마 이 글을 보시는 공연 영상디자이너분들은 모두가 아실 거예요. 그래서 안전에 대한 대비는 2중, 3중으로 해두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에서도 영상과 더불어 전체적인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영상 후반 작업을 위한 스케줄링이 있다면 아마 퀄리티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은데, 현실적으론 예산문제 때문에 그렇게 진행하긴 힘든 것 같아요.



Q. 세훈님 말을 들으니, 공연을 올릴 때면 정말 몸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온 힘을 쏟아 영상을 완성하면 감회도 참 남다를 것 같고요. 세훈님에게 특히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A. 정말 모든 작업이 다 인상에 남지만, 국립극장에서 공연했던 <화선 김홍도>라는 가무 악극과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그리고 노네임컴퍼니에서 제작한 <필로우맨>이라는 연극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화선 김홍도>는 국립극장에서 국가브랜드 공연으로 기획되어 참여한 공연인데요, 제가 처음으로 최고의 스텝들과 함께 국립극장에서 공연하게 된 작품이라 더 의미가 있는 작업이었죠. 영상을 이용해 김홍도의 그림 속에 배우를 위치시키고, 그 안에서 다양한 여행을 하며 등장하는 선비의 이야기를 해학적으로 풀어낸 작품이에요.


제가 담당한 영상뿐만 아니라 국악의 선율도 정말 좋고, 또 쉬운 내용으로 전달력을 갖는 등 장점이 많아 이미 여러 차례 재공연했음에도 언젠가 다시 공연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 작품입니다. 이 공연이 잘 된 덕분에 당시 함께 참여해주신 선생님들과 인연이 닿아서 다른 좋은 작품들도 많이 참여하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윤동주, 달을 쏘다>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 윤동주를 소재로 한, 서울예술단의 창작 뮤지컬입니다. 시인 윤동주와 그 시대를 살아온 젊은이들이 어떻게 고민하고 또 싸웠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이 공연은 마니아들이 정말 많아 매번 전석 매진이 되는 공연인데, 이런 인기가 많은 대중성 있는 창작뮤지컬에 제가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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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무악극 <화선 김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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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필로우맨>은 정말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모를 정도로, 여러 갈래로 꼬여있는 섬뜩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공연인데, 변정주 연출과 여신동 무대디자이너와 함께 작업을 했어요. 대본에는 전혀 영상에 대해 안내된 지문이 없지만, 영상 애니메이션을 적재적소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전 세계에서 하나뿐인 독특한 미쟝센의 <필로우맨>을 만들어 낸 것 같아서 좋게 꼽는 공연이에요.


예전에 서강대에서 제가 공연 영상 관련하여 특강을 하러 갔을 때, 강의를 들으신 학생 중에 한 분이 이 공연이 자기가 영상디자인을 하기로 맘먹게 했던 가장 재미있는 공연이었다며 대본을 가져와 저에게 사인을 받아가시는데 괜히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마지막으로, 무용공연 <이정윤의 판>은 국립무용단의 수석무용수로 활동하셨던 이정윤 무용가와 함께 공연한 작품이었습니다. 무대의 바닥과 후면 스크린을 연결한 족자 같은 느낌의 영상 무대 위에서, 먹물 농담의 움직임과 한국무용의 움직임이 어우러졌어요. 무용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무용가가 공간을 지배하기도 하고 공간에 지배당하는 모습이 영상과 교감 되어 추상적이고 독창적인 비주얼이 나왔던 것 같아 만족스러웠던 기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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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필로우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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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용 <이정윤의 '판'> 

 

 

Q. 세훈님이 작품과 작업물에 갖는 애정이 듬뿍 느껴지네요. (웃음) 이제껏 직접 참여한 영상이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많이 보셨을 텐데요, 그 순간 어떤 마음이 드는지 궁금합니다.


A. 어두컴컴한 작업실에서 퀭한 눈으로 모니터를 쳐다보다가, 활기찬 배우들과 무대 위의 영상 그리고 극장에서 울리는 음악이 함께 딱 박자가 맞아떨어질 때 그 쾌감은 다른 것으로 대체 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 벅찬 느낌이 들지요.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없이 상상했던 장면이 실제 눈앞에 그대로 펼쳐질 때 남들은 모르는,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한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동이 있어요.



Q. 가슴 벅차게 만드는 순간의 짜릿함이 세훈님을 지금의 자리까지 이끄는데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혹시 앞으로 특히 집중하고 싶거나 도전하고 싶은 방향이 있나요?


A. 사실 이미 도전하고 있어요, 2D-3D-4D의 재료를 지나서 이제는 5D 분야라고 해야 할까요? 지금은 눈에 보이지 않는 <향>이라는 소재를 다루는 일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어서, 지금까지의 경험을 모두 담아 홍대 쪽에서 <121르말뒤페이>라는 향 브랜드기획을 하여 작년부터 향수공방을 운영하고 있어요.


실제로 해외에서도 미술과 디자인을 전공한 작가들이 향 브랜드를 기획하고 만들어 성공한 사례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시작한 지 이제 1년 남짓이지만, 운영 초반부터 세계적으로 꽤 유명한 곳이 되었습니다. 이제껏 제가 해왔던 영상디자인 분야는 계속 진행하면서, 이제는 <향>을 접목한 분야를 통해 예술과 디자인의 소통 창구를 넓혀 볼 예정이에요.


과거에 동양화를 그린 것, 무대와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 공간 속 빛을 디자인하는 것, 또 시간과 공간을 아우르는 영상을 디자인하는 것, 그리고 제가 해왔던 모든 디자인의 기저에 깔린 관객의 경험 시뮬레이션을 해본 것들이 모두 베이스가 되어, 지금과 앞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토양분이 되어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Q. ‘향’이라니 쉽게 예상하지 못한 분야인걸요. 멈추지 않는 세훈님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합니다. 어느새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이네요. 빈칸을 채워 주시겠어요?


“영상은 내게 ~다.”


A. “영상은 내 생각을 전달하기에 훌륭한 하나의 재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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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르말뒤페이> 모습

 





이제 영상은 우리 일상에서 너무나 익숙한 것으로 자리 잡았고, 이는 무대 위에서도 다르지 않다. 영상이라는 재료로 무궁무진함을 그리며 한 단계 한 단계 도전을 거듭하는 세훈님에게 무대는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그가 작품에 갖는 진한 애정과 고민이 기억에 남는 대화였다.


그대가 기억하는 장면 중에 혹 영상이 그 감동을 완성한 경우가 있진 않았는지? 우리가 사랑하는 무대 위에서 우리에게 익숙해진 영상이 어디까지 스며들 것인지, 그로 인해 공연계가 변화하는 양상은 어떨지 기대해 본다.

 

 


 

 

무대 밖, 그들의 목소리를 담다

과정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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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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