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신은 어떻게 죽고 싶은가? - 뉴필로소퍼 Vol.9

삶을 위해 죽음을 사유하다
글 입력 2020.02.1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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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 대기업 입사 적성검사 문제에 다음과 같은 문제가 출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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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당시 응시자들 사이에서 답이 많이 갈리며 화제가 되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네티즌들 사이에서 언급이 되며 그 때마다 댓글창에서는 뜨거운 논쟁이 일어난다. 당신은 정답을 무엇이라고 생각했는가? 문제의 정답은 1번이라고 한다. 문제의 출제자는 삶과 죽음은 반의어이며 완벽한 모순 관계에 있다고 보았다. 1번 선지의 소년과 소녀가 모순 관계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러 의문점을 차치하고서라도 이 문제의 풀이는 사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2번 선지인 '여름:겨울'이 정답에 가깝다고 생각했다. 삶과 죽음을 시간의 흐름이라는 관점으로 보았을 때, 삶의 끝에 죽음이 있듯, 여름의 끝에 겨울이 오기 때문이다. 물론 윤회설을 믿지 않는 이상, 겨울의 끝에 여름이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죽음의 끝에 삶이 다시 오지는 않는다는 오류가 존재하기는 한다. 당신은 1번부터 4번 중에 어느 것이 정답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할지 궁금하다. 혹은, 저 문제를 보고 나서 오히려 삶과 죽음에 대한 수많은 질문들이 떠올랐을지 모르겠다. 그 질문들에 <뉴필로소퍼> 9호가 약간의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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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는 ‘일상을 철학하다’라는 모토를 가지고 여러 주제들을 다루는 철학 잡지이다. 이번에 발간된 9호의 주제는 ‘삶을 죽음에게 묻다’로 죽음을 바라보는 여러 시각들을 소개한다. 죽음과 일상이라. 문득 생각하면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것만 같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음은 삶과 함께 모든 인간에게(‘별에서 온 그대’나 ‘맨 프롬 어스’ 같은 작품들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공평하게 주어지고, 일상을 살아가던 중 갑작스레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법의인류학 교수 수 블랙의 할머니의 생각처럼 ‘죽음은 날마다 자신과 나란히 걷고 있는 친구’ 이다.


한 때 꽤나 오랫동안 죽음이라는 주제에 사로 잡혀 있었다. 20대 초반, 일 년이 채 되지 않는 간격으로 사랑하는 존재들의 죽음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였다. 누구에게나 죽음이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있는 것과 현실의 세계 사이의 간극은 잔혹했다. 철학자 팀 딘이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겪은 것처럼‘자신의 죽음에 대한 공포로 해방되는 것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마주하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 였던 것이다.


고대 로마 철학자 세네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나 자신을 위해 슬퍼하는 것일까. 아니면 세상을 떠난 동생을 위해 슬퍼하는 것일까? 만약 나 자신을 위해 슬퍼하는 것이라면, 애정 어린 감수성을 과시할 권리가 있을까? 슬픔은 고결한 경우에만 용납되는 것인데, 오로지 나의 이득을 위한 슬픔이라면 더 이상 우애에서 비롯되는 슬픔이 아닐 터이니, 동생의 죽음을 슬퍼하는 데 이득을 따지는 일보다 더 인간의 도리와는 거리가 먼 일도 없을 것이다.

 

- 132p



세네카는 이 질문들 이후 죽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거나 혹은 축복받은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 슬퍼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처음으로 예기치 못한 상실을 겪은 나는 그처럼 현명하게 상실을 극복하지 못했다. 저런 질문들은 오히려 나를 죄책감에 시달리게 했다. 나는 떠나간 존재들을 놓아주지 못하고 슬퍼하며, 동시에 내 곁에 남아있는 이들이 언제 떠나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에 떨며 살았다. 그 감정들은 너무나도 나를 크게 괴롭혀 더 이상 소중한 존재들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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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의 내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었을까?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다. 누구와도 이런 감정들을 진실로 공유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와 같은 상황이었던 사람들과도 말이다. 죽은 자들에 대해서 우리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정제된 언어들을 사용한다. 그 언어들에 고인에 대한 예우는 존재하지만 정말로 필요한 것들 -그가 살아온 삶, 그와 함께했던 우리의 삶, 그를 잃은 우리의 삶– 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애도하는 방법을, 죽음을 건강하게 다루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죽음에 대해 탐구하는 Dead and Alive Project를 진행해온 사진작가 클라우스 보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는 상실의 슬픔에 빠진 사람을 혼자 남겨두는 우리의 태도나 방식이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봅니다. 더불어 우리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적절한 표현들을 갖고 있지 못해요. (중략) 만약 우리가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금기시한다면, 우리 또한 언젠가 죽을 운명이며 그 운명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적지 않은 부작용으로 이어질 거예요.

 

- 30-31p



죽음이란 삶의 반의어가 아니라 삶의 일부이다. 그렇기에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것은 진정으로 삶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지 모른다. 많이들 알고 있는 실존주의 철학에서는 자신이 죽음으로 향해가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삶의 유한함을 인정한다면 자신의 실존적 의미를 깨달을 수 있고 진실된 삶을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이 죽음으로 향해가는 존재를 머리로 깨닫는 것은 매우 쉽다. 모든 생명체는 결국 삶의 끝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는 것은 당연한 명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을 진실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2년 전, <생의 굴레를 내던져 자신을 마주하는 영정사진을 찍습니다>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나의 영정사진을 남겼었다. 영정 사진을 찍기 전에는 작가님께서 미리 준비하신 유서 위에 유언을 쓰는 시간이 있었다. 언제 죽음을 맞이하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잘' 죽을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하며 나름대로 진심을 다해 적어 내려갔다. 이제 와 꺼내 읽으니 아주 조금은 부끄럽지만.

 

철학을 공부하는 것은 결국에는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이다. 죽음이 우리 삶의 마지막 단계, 즉 결말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의 질문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로 자연스레 치환될 수 있다.


우리 모두 대답해보자.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적이 있는가?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가?

죽음 이후에 무엇을 기대하는가?

.

.

 

이 질문들에 답하고 다른 이들과 공유해보자. 그 과정을 통해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남겨진 자에게 영원한 상처로 남지 않기를. 언젠가 다가올 나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음으로써 주어진 삶을 오롯이 살아낼 수 있기를.

 

 


 

 

뉴필로소퍼 Vol 9

- 일상을 철학하다 -



엮음 : 뉴필로소퍼 편집부


출간 : 바다출판사


분야

인문/철학

문예지


규격

180*245mm


쪽 수 : 156쪽


발행일

2020년 01월 05일


정가 : 15,000원


ISBN

977-2586-4760-05-01


*

《뉴필로소퍼》는

1월, 4월, 7월, 10월

연 4회 발행되는 계간지이며

광고가 없습니다.


 


 

 

뉴필로소퍼


《뉴필로소퍼》는 인류가 축적한 웅숭깊은 철학적 사상을 탐구하여 "보다 충실한 삶"의 원형을 찾고자 2013년 호주에서 처음 창간된 계간지다. 《뉴필로소퍼》의 창간 목표는 독자들로 하여금 "보다 행복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것"으로, 소비주의와 기술만능주의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뉴필로소퍼》가 천착하는 주제는 '지금, 여기'의 삶이다. 인간의 삶과 그 삶을 지지하는 정체성은 물론 문학, 철학, 역사, 예술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인문적 관점을 선보인다. 인문학과 철학적 관점을 삶으로 살아내기 위한 방법론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2013년 창간 당시부터 광고 없는 잡지로 발간되고 있다. 《뉴필로소퍼》 한국판 역시 이러한 정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일체의 광고 없이 잡지를 발간한다.


옮긴이 - 서유라, 성소희, 송예슬, 이시은, 최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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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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