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칼더가 보았던 움직임의 가능성을 따라서, '칼더 展'

글 입력 2020.02.08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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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더가 보았던 움직임의 가능성을 따라서

'칼더 展'

 

 

칼더1.jpg

 

 

자동으로 열리는 커다란 회전문을 열고 들어선 미술관의 한켠에서 마스크를 쓴 직원이 티켓팅을 한다. 관람객들은 마스크를 쓴 채 말 한마디 없이 침묵으로 전시를 관람하고, 서로 멀찍이 떨어져 작품을 감상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온 나라가 어수선한 요즘, 필자가 다녀온 K현대미술관의 칼더 전은 그 분위기를 한 몸에 받아 그 어느 때보다도 고요했고 한적했다. 주말이었음에도 사람으로 북적여 작품 보다 사람 수가 많을 정도로 느껴졌던 여느 때와 달리 그날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한 기운마저 감돌았다. 어디 전시뿐이랴. 사람이 모이는 모든 장소에 발길이 적어진 요즈음,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칼더 전을 감상했다.

 

이번 전시는 모빌로 유명한 칼더의 회화 작품들을 다수 만날 수 있다는 데에서 가장 큰 의의가 있었는데, 그 자체로 동적 움직임을 내포하는 모빌만큼이나 칼더의 회화 역시 동적이었고 움직임에 대한 강렬한 욕망들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았다. 이러한 작품의 모습은 차분하고 고요한 전시관의 풍경과 관람객들의 모습과 상반되어 더욱 두드러졌는데, 평소 같았으면 사람들 북적임에 아쉬움 한가득 안고 멀찍이 작품을 감상하기 바빴을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즐길만한 상황임에도 마음이 영 풀어지지 않았다. 오랜 시간 기다렸던 반가운 만남을 하필이면 유난히도 기운이 없는 날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아쉬운 마음이 컸지만, 나라 안팎의 어수선한 상황에서 전이되는 감정이므로 차분한 가운데 집중해서 살펴보고자 했다.


칼더의 모빌이라면 실물로도 사진으로도 익히 보아온 터였지만, 이번만큼 여러 작품의 회화를 접한 것은 처음인 필자는 칼더가 성실하게 쌓아온 감각의 층들에 감동했고 어느 작품에서는 몬드리안을, 또 어느 작품에서는 피카소를 떠올리며 칼더라는 인물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했다.


특히 그가 영감을 받은 대상과 그 방식에 대해 흥미롭게 느꼈는데, 첫 번째 영감의 원천이었던 우주, 행성계를 대상으로 한 그림들로부터 감각이 싹트고 있음을 살필 수 있었고, 자연의 많은 장면들을 놓치지 않고 관찰해내는 습관과도 같은 그의 일상으로부터 그 이후의 무한한 가능성을 예감할 수 있었다.


어쩌면 모빌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그는 단순히 피카소와 몬드리안을 숱하게 반복한 꽤 영리하고 감각적인 예술가에 그쳤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몬드리안의 작품으로부터 움직임을 상상했고, 자신의 오랜 시간의 회화 작업들로부터 계속해서 움직임을 불어넣는 실험을 했다. 이 한 끗 차이가 거장을 결정하는 부분임을 현재를 사는 우리는 대부분 잘 알고 있다. 그 미묘한 차이를 과거의 인물로부터 발견해가는 과정을 좀 더 진중하고 진지하게, 집중해서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기에 충분히 가치 있었고 의미 있었다.

 

물론 K현대미술관에서 원하는 관람객의 반응은 이렇듯 진중하고 차분한 것과는 결이 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예술관의 체험과 경험을 표방하는 곳에서 꽤 알려진 작가의 작품들을 예상치 못하게 집중해서 조용하게 볼 수 있다는 건 또 다른 가능성을 내포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방문하여 필자와 같이 바라보는 관람객 층이 다녀간 이후, 바이러스의 악몽이 지날 무렵이면 아마도 미술관이 예상했던 것처럼 수많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어떠한 분위기 속에서 감상을 할지는 각자의 선택이겠으나, 칼더의 회화 작품이 모빌 못지않게 매력이 있었다는 것만은 꼭 이야기해주고 싶다.

 

*

 

나는 나 자신을 현실주의자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보는 것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것은 보는 것의 문제일 뿐이다.

당신이 뭔가를 상상하고 만들 수 있다면,

그 즉시 당신은 현실주의자가 되는 것이다.

우주는 존재하지만, 당신은 우주를 볼 수 없다.

당신은 그것을 상상해야만 한다.

무언가를 상상하기 시작한다면,

당신은 그 무언가를

현실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을 것이다.


- 칼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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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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