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드래그 퀸(Drag Queen). They are not such a drag. [사람]

글 입력 2020.02.0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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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잡지 에디터를 지망하는 사람이자 패션 업계에 몸 담고 싶은 사람인지라 언제나 새로운 것에 목말라있다. 패션 자체가 트렌드에 민감하기도 하고 개성을 표현하는 것을 몹시 중요시하는 분야 중 하나인 탓도 크겠지만,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보다는 매일이 새롭게 달라지는 다채로운 삶을 원하는 성격 탓도 있다. 그렇다 보니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동경하게 되고 왠지 모를 매력에 끌려간다.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 지구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만큼 매일 새로운 것들이 태어나고 기존의 것들도 다른 모습으로 변해간다. 우리가 그 모든 것들을 다 아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에 잘 모르는 것들도 넘쳐나기 마련이다. 드랙퀸도 누군가에게는 생소한 것들 중 하나다.


 

 

WHO IS DRAG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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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CREDIT: HUFFPOST

 


드랙 퀸은 최근에 여러 매스컴과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서브컬처에서 태어난 문화예술 중에 하나다. 드랙(Drag) 혹은 드래그는 특정 사회나 문화가 은연중에 형성하여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진 성 역할과 그에 따른 복장 등 성에 관한 고정관념이 형성하는 행동과 양식을 반대의 성에 속하는 사람이 보여주는 행위다.


풀어 말하면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들었던 소위 ‘여성스럽다’라는 범주에 속하는 옷이나 행동을 남성이 보여주고, ‘남성스럽다’라는 범주에 속하는 차림이나 행동을 여성이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드랙을 통해 예술/공연의 목적으로 사회가 정한 여성성과 성 역할을 과장을 통한 풍자와 해학으로 보여주는 남성이 바로 드래그 퀸 또는 드랙 퀸이다.


꽤나 생소한 문화인만큼 드래그 퀸에 관한 여러 오해나 잘못된 해석도 많이 퍼져있다. 우선 드래그 퀸의 가장 큰 특징은 여성이 되고 싶다거나 여성으로서의 삶을 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들이 여성으로서 존재하는 것은 오직 드래그를 보여주는 그 순간뿐이며 일상에서는 본래의 성으로 살아가고 ‘풍자’와 ‘해학’을 통해 여성이라는 대상에 부여된 고정관념을 보여주기 위해 오직 무대 위에서만 여성으로서 존재한다.


여성으로서의 삶을 원해서 여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여주고 하는 모습과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여성의 형태로 보여줌과 동시에 사회적인 고정관념에서 비롯되는 성에 관한 억압을 돌려 까면서 웃음거리로서 소비하는 것이 드래그 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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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CREDIT: QUARTZ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가 점점 사회 전반에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마이너로 소외받던 드래그 퀸도 서서히 양지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여러 패션 잡지의 모델로 선택되기도 하고, 클럽이나 카바레에만 국한되던 활동 영역을 넓혀 다양한 행사에서 공개적으로 공연을 하기도 하고, ‘루 폴의 드래그 레이스’ 같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 오디션을 보이기도 하면서 이전보다는 많이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는 대중들에게 서서히 녹아들어 가며 하나의 주류 문화로 탈바꿈하기 위한 초석을 견실히 다지고 있다.

 


 

WHY DRAG QUEEN?


 

내가 패션을 좋아하게 된 이유도, 현재의 내가 삶에서 가장 중요시 생각하는 것도 나 자신을 알아가고 이해하는 것과 이를 바탕으로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개성을 표출하는 것이다. 여기까지만 서술해도 왜 드래그 퀸에게 끌리는지 알 수 있으리라고 본다. 드래그 퀸은 외모부터 거리를 돌아다니는 보통의 사람들과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드래그 퀸이 보여주는 여성의 모습은 불특정 다수의 여성이 아닌 자신이 정한 하나의 페르소나에 따라 연출된 여성의 모습이다. 소녀인지, 어엿한 어른이 된 여성인지, 혹은 어딘가에서 핍박을 받고 있는 여성인지는 아티스트에게 달려있으나 그게 무엇이건 드래그 퀸은 하나의 구체적인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 옷과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퍼포먼스를 기획하며 공연의 형태로 대중의 앞에 선다. 그리고 그 속에 본인이 세상에게 또는 누군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자신의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자아를 담는다.

 

나 스스로도 개성을 보여주고 싶고 나다운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꾸준히 외치면서도 아직은 은연중에 ‘남자’라는 성에 얽매여있다. 과감한 도전을 하고 새로운 패션을 시도하면서도 이런 과정의 가장 밑바닥은 남자라는 족쇄를 풀지 못했다. 그렇기에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나오는 구체적 페르소나에 남들과는 다른 패션, 거기에 성별까지 초월해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이 드래그 퀸이라는 아티스트들은 나에게 묘한 희열감을 안겨준다.

 

드래그 퀸은 패션계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남성이면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여성스러움을 대표하는 패션과 메이크업, 헤어스타일을 보여주는 앤드로지너스적인 모습은 성별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롭고 과감한 도전을 통한 새로운 패션 스타일이라는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패션은 늘 새로움을 원하고 이전과는 다른 디자인을 요구하는 분야이기에 성별의 장벽을 넘나드는 이들의 패션은 보다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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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CREDIT: 오디매거진

 


드래그 퀸은 사회가 요구하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과장이라는 형태의 풍자로 보여주기 때문에 주로 화려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빨강, 주황, 파랑 등등 시선을 사로잡는 강렬하고 화려한 색을 사용하고 일상적인 패션 스타일에서는 보기 힘든 전신 타이즈, 레오타드, 코르셋 등 과감한 아이템도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이런 참신하고도 새로운 조합은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인생을 패션계에 몸 담은 패션 디자이너들에게도 또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시야를 열어준다. 그런 탓에 드래그 퀸이 특정 패션 브랜드의 뮤즈가 되는 경우도 간혹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나나 영롱 킴이 샤넬의 뮤즈로 선택받기도 했다.

 

남들 눈에는 이해하기 힘들고 그저 부담스럽기만 한 화려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것은 화려한 외모가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시간과 노력이다. 드래그 퀸은 언제나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그 화려함은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중구난방으로 이리저리 따로 노는 모습이 아니다.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옷, 메이크업, 헤어스타일을 끊임없이 공부하고 탐구하고, 수도 없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자신에 맞춰 계량해 온 그들의 노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값싸고 속이 빈 겉치레가 아닌 시간과 노력으로 뒤범벅된 눈부신 화려함이 다른 이들의 눈에는 부담스럽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저 칙칙하고 무미건조한 차림의 보통의 사람들 속에서 더 강렬하게 빛나는 태양 같은 모습으로만 다가온다.


 

[김상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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