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이들 - "얘 그런 애 아니야"

윤성현 감독 - <아이들> 리뷰
글 입력 2020.01.3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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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누구나 연을 날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연을 만들 때는 기대 반, 설렘 반으로 기분 좋은 상상을 했을 테고, 바람결을 따라 높이 날아오르는 연을 보며 미소를 머금었을 것이다. 어렸을 적 ‘하늘을 날아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했던 나는 연 또는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대리만족을 했었다. 이렇듯 연은 순수한 동심을 전해주고 작은 희망을 전달해준다. 영화 <아이들>에서 태준과 진욱이 함께 연을 만들어가며 친구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순수한 우정이 마음속 깊이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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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는 3명의 각양각색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친구도 많고 학교에서 소위 잘 나가는 아이로 분류되는 태준, 혼자 지내는 왕따 소년 진욱, 그리고 태준의 오른팔 친구 범석. 영화는 세 친구의 관계를 트라이앵글처럼 엇갈리게 그려놓았다. 실수로 진욱의 연을 밟은 것을 시작으로 태준과 진욱은 함께 연을 만드는 등 친해지지만, 범석은 그런 둘이 못마땅할 따름이다. 진욱은 태준에게 “범석이가 내 얘기 안 해?” 범석은 태준에게 “그 새끼 진짜 이상한 새끼라니까.” 라고 이야기 하는 등 태준은 두 친구 사이에 어중간하게 끼어있다. 하지만 태준은 친구의 험담이 돌 때 친구를 지켜주려 애쓰고, 왕따 진욱을 왕따 취급 하지 않는 의리 있는 인물로 등장한다.


친한 친구가 왕따가 되었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은 그 친구에게 기분 나쁜 별명을 지어 뒤에서 놀리고 험담을 했지만 나는 그 친구가 밉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주변 친구들 또한 잃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하여 나는 그 친구를 몰래 만나 함께 자전거를 타며 인적이 드문 동네를 돌아다니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따돌림을 시키던 친구들이 이를 알게 되었고 나는 그 친구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얘 그런 애 아니야.” 라는 한마디를 할 수도 있었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지켜주지 못한 마음이 들어서였을까. “야, 진욱이 그런 애 아니야.” 라고 말하는 태준을 보며 왠지 모르게 마음이 슬퍼졌다. “넌 부랄 친구고 뭐고 없다는 거지?” 라고 범석이 쏘아붙이듯이 얘기를 해도 태준은 그만하라며 제재한다. 남들은 다 no를 외치는데 혼자 yes를 외치는 태준을 보며 그의 용기와 의리가 마음에 와 닿았다. “재 가방 뒤져보면 나체 인형 있는 거 아니야?” 라는 놀림에도 불구하고 진욱과의 의리를 끝까지 지킨 태준이 소신 있고 멋있어 보였다. 태준을 보고서 느낀 건데 그 시절로 다시 되돌아 갈 수 있다면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얘 그런 애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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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준이 진욱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순수함.’ 이었다. 입에는 담배를, 밖에서는 비행을 저지르고 다녔던 태준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동심을 찾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진욱의 연은 아이다움을 나타내는 강한 요소이기도했고 각박한 현대사회에서 잘 찾아볼 수 없는 옛것이었다. 그 점에서 매력을 느껴 태준이 진욱에게 한 걸음씩 다가가게 된 것으로 보여 진다. 더불어 담배를 피워보고 싶어 하는 진욱에게 “너는 그러면 안돼.” 라고 얘기하는 등 진욱의 마음에 남아있는 순수함을 지켜주려는 모습이 간간히 보이기도 한다.


‘그때, 그런 일들이 있었지.’ 빛바랜 황토색 색감은 마치 낡은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과거를 회상시켜줄뿐더러 옛 기억의 감정들을 안겨주는 노란 색감. 아련하고, 행복했고, 또 슬프기도 한 그때 그 시절을 불러일으키는 복합적인 색감 인 듯하다. 이어지는 클로즈업 쇼트는 영화 속 사건과 상황들을 마치 진짜 인 것처럼 생생히 와 닿게 한다. 더불어 친한 친구와 대화를 할 때 말이 끊이지 않고 수다를 떨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사 연출로 <아이들>은 대중들에게 친숙함과 편안한 정서를 안겨준다. <아이들>은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기억의 일부를 떼온 것 같을 정도로 리얼리티적인 요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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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난다. 날아.” 마지막 장면, 태준은 진욱과 함께 연을 날리며 아이같이 활짝 웃는다. 진욱도 높이 훨훨 나는 연을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를 짓는다. 끝도 없이 풀려나가는 실타래처럼, 하늘 높이 뜬 연처럼, 진욱과 태준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진욱에게서 전해진 그 순수함이 태준의 마음속에도 깊이 물들기를 바라며.


영화 제목이 <아이들> 인 것처럼, 태준도, 진욱도, 이글을 읽는 독자들도 마음속에 남아있는 ‘아이다움’을 잊지 않은 채 살아갔으면 좋겠다.

 


[유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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