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에디터와 평론가, 글쓰기에 대하여 [사람]

글 입력 2020.01.31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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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때 한창 글 쓰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교내 평론대회에 출품하기 위한 글을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A4 용지 10장 내외 분량으로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더 고생한 기억이다. 왜냐하면, 나는 A4 용지 10장이나 되는 글을 써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교양 과제로 3장 분량의 영화 감상문을 써본 게 최대치. 더욱이 고등학교 이과에 공대까지 나오면서 긴 글을 쓰는 데에는 어떤 연습도 경험도 없었다.


거기다 평론을 쓰라니…. 어디서 봤더라, 평론을 쓰기 위해서는 관련된 책을 10권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정말 책 한 권을 평하려고 하니 나의 지식이 너무나도 얕고 보잘것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억지로 억지로 관련된 책을 읽고, 해당 책을 평론한 책도 읽고, 평론 그 자체에 관한 책도 찾아 읽었더니 그나마 어떻게 진행을 해야 할지 줄기를 잡았다. 그렇게 찾아낸 방법이 바로 관점을 정해 그 방법대로 분석해보는 것이었다.

 



1. 관점의 세분화



예를 들어 밥 먹는 행위에 대해 논한다고 해보자.


첫 번째는 1차원적 관점. 먼저 순수하게 생리적으로 밥 먹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 음식에 포함된 영양분을 섭취하고 에너지로 전환하여 생명 활동을 유지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문화적 관점. 크게 봐도 동양의 식문화와 서양의 식문화를 구분 짓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좀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어떤 음식을 주로 먹느냐에 따라 구강 구조부터 시작해서 언어까지 차이가 난다.


이런 식으로 관점을 나누어서 살펴보고 분석하면 흐름이 깨지지 않고 보다 자연스러운 분석을 할 수 있게 된다. 추가로 각 관점에서 더 나아가 새로운 관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2. 글을 쓰는 이유



그렇다면 난 글을 왜 쓸까?

 

사실 이 주제에 관하여 쓰는 이유도 슬럼프가 왔기 때문이다. 평소 취미로 글을 써오다가 좋은 기회로 ‘아트인사이트’에서 기고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큰 부담 없이 글을 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감에 대한 압박이 찾아오고, 다른 에디터가 쓴 글에 담겨 있는 깊은 철학이 나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글을 보면 해당 현상을 분석하고 여러 가지 사례를 제시하며 어떻게 극복했는가, 우리는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글쓴이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 조리 있게 적어두었다.


책이나 연극을 두고 후기를 작성하는 글을 보면, 내가 봤을 때 느껴지지 않았던 부분을 글쓴이는 캐치하여 어떤 의미가 있는 장면인지, 어떤 의도로 해당 표현을 썼는지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두었다.


그것을 보며 나도 저런 분석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할 때 어떤 의도로 저런 장면을 만들었을까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다른 글에 나오는 것처럼 디테일한 근거를 들어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저 그렇게 느꼈을 뿐인데, 글을 쓰고 기고한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문장 하나를 쓰더라도 전문적인 지식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고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 그 자체에 부담을 느끼게 된 것이다.


글은 글쓴이의 모든 것이 드러나는 거울과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글쓴이가 글을 쓰는 시점에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그대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생각해보았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내 글’은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은 잘 모르겠다. 글을 많이 썼던 것도 아니고, 필요해 의해 썼거나 짧은 문장을 적었을 뿐이니까. 그러니 우선 지금은 많이 써보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3. 에디터와 평론가



지금 나는 에디터라는 타이틀을 달고 이 활동을 하고 있다. 문화 전반적인 분야에서 활동하고, 내가 느낀 것을 남에게 전달하는 역할이다. ‘Edit’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편집에 좀 더 가까운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내가 경험한 문화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읽기 좋게 편집하여 내 의견을 가미하는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처럼 100% 작가가 창작하는 것이 아니고 기존에 있던 창작물을 편집해 독자가 읽기 쉽게 정리하여 알짜 정보를 전달하고 거기에 내 의견을 살짝 첨부하면 되는 것이다.

 

반면 평론가는 창작물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어떤 의도를 가졌는지 파악해낸다. 그리고 이에 대해 비판하거나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이 과정이 논리적으로 타당해야 하며 근거가 확실하게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누군가의 글을 평가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평론에 반박하여 또 주장하는 경우가 나타난다. 이렇게 치열한 토론과 같이 공방을 거치는 것이 바로 평론이다.

 

 

 

4. 그래서?


 

나는 지금은 에디터로서, 창작하기보다는 글을 편집하고 있다. 아직은 지금 단계에서도 배울 점이 엄청나게 많다. 그렇게 차근차근 하나씩 밟아가서 나만의 글을 쓰고 싶다. 내 글을 통해 누군가가 변화되고 힘들고 지칠 때 내 글귀가 생각나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글을 읽는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실까라는 걱정이 든다. 그래도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적어나가고 있다.

 

지금은 비록 부족할지라도, '내 글'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꾸준히 글을 쓸 것이다.

 


 

아트인사이트 명함.jpg

 


[김상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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