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색은 매번 바뀐다, 컬러의 힘 [도서]

으엥? 검정색은 날씬해지는 효과 없어.
글 입력 2020.01.2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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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손등에 립 몇 개를 발라놓고 뭐가 어울리는지 물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미묘한 색 차이를 구분 못하고 한참 생각한다. 혹시 어떤 색을 점찍어놓고 물어본 건지, 고민하다가 결국 아무거나 골라본다. 이런 난처한 에피소드가 종종 있을 정도로, 색은 내게 어려운 존재였다.

 
어려웠을 뿐이지 관심은 많았다. 쨍한 색감도 파스텔 톤도 좋아한다. 색을 잘 활용해 스타일링하는 사람에게 눈길이 한 번 더 가기도 한다. 퍼스널 컬러도 꼭 진단해보고 싶었다. 잘 어울리는 색을 입는 사람을 선망했던 것처럼  본능적으로 컬러의 힘에 대해 깨달았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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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웠던 색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해봤었다. 가장 직관적이고 밀접했던 패션에 대해서다. 내게 어울리는 색인지,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주는지 꼼꼼하게 살펴봤다. 실제 색과 비슷한지, 갖고 있던 옷 색과 어울리는지 가늠했다. 옷 구매 기준 1순위가 컬러였다.
 
내 외양과 배합을 고려해서 색을 입는 건, 어려웠지만 재밌는 과정이었다. 혼자 애쓰면서 실패도 많이 했을 무렵, 패션 교양 강의에서 색채 개념을 배웠다. 물론 전문적인 컬러 개념을 배우진 않았지만 TPO와 색, 스타일과 컬러, 컬러의 상징 등을 알게 됐다. 색채에 관한 보편적 인식을 배웠달까? 유익한 과정이었지만 색에 대한 수업이 아닌 만큼 색을 어려워했던 건 그대로였다.
 
문득 궁금해졌다. 색 구분에서부터 배합까지, 색이 어려운 이유는 뭘까? 나를 포함한 주변 친구들도 색을 어려워한다. 나처럼 색 구분부터, 배합까지 어려워한다. 이러다가 죽을 때까지 색을 어려워할 것 같다는 생각이 죽 들었다. 마침 눈에 들어온 「컬러의 힘」이 좀 더 근본적인 이유에 닿게 해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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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고 느낀 건, 내가 색에 대해 피상적으로만 생각했다는 것이다. 여름이라고 하면 청량하고 매우 강한 색들로만 생각했었다. 봄 계통 색에 회색을 더한다면 가을 계통의 색과 비슷해진다는 사실도, 검은색은 사실 없는 색이나 마찬가지고 날씬해 보이는 효과는 없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나야말로 색에 대해 얼마나 가볍게 생각했는지 조금 부끄러웠다.
     
그럼에도 보통 책을 읽을 때 들었던 독자를 가르치거나 다그치는 듯한 위화감 들지 않아 편히 읽었다. 내용 전반을 관통하는 저자의 가치관 덕분이다. 저자는 색이 모두에게 상대적이며 정해져있지 않다는 걸 강조한다. 한 가지 색이 있더라도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색으로 인식할 수도 있으며,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다는 것이다. 누구의 선택이든 정답이 될 수 있다는 것.
 
챕터 하나하나마다 색을 인간의 입장에서 풀어준다. 맞장구치면서 읽었다. 좋고 싫은 색이 뭔지, 외양이 아니라 성격에 따라 색 계통을 배정해준다든지 다른 방식으로 색에 접근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컬러의 힘은 결국 사람이 사용하는 것이라는 걸 말이다.
 
머리를 세게 친 챕터도 있다. 바로 좋아하는 색이나 싫어하는 색이 자신의 경험이나 심리상태에 따라 정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싫어하지 않아도 특정한 기억 때문에 싫어한다는 사실이다. 나도 저자를 따라서 좋아하고 싫어하는 색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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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색은 밝은 파란색이며 싫어하는 색은 어두운 파란색이었다. 색은 비교적 쉽게 꼽을 수 있었지만 그 배경을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이전의 챕터, 색의 장점이나 단점 어떤 느낌을 주는지 다시 한번 읽어보고 정리해봤다.
 
난 항상 나 스스로 잘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집에서 부여받는 기대도 영향이 있다. 나 스스로도 알면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게다가 따라가지 못하는 체력과 능력에서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을 내기도 할 때면 기분이 바닥을 친다. 밝은 파랑을 예부터 좋아하게 된 건 압박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 게 아닐까?
 
반대로 어렸을 때 물에 빠진 것 때문에, 탁하거나 어두운 계열의 파랑을 싫어한다. 평소 가위를 자주 눌리는데 내가 심해 한가운데에 있는 가위를 자주 눌린다. 다른 종류의 가위와 다르게 금방 헤어 나올 수 없어 애를 먹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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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밝은 파랑을 좋아하고 어두운 파랑을 싫어한다. 파랑은 하늘과 바다의 색이라고 한다. 각각, 속박이 없고 자유를상징하는 하늘과 내가 생각하는 깊은 바다의 색이라고 생각해서 본능적으로 그렇게 여길 수도 있었다. 

 

이렇게 써놓고 나니까 뭔가 퍽이나 우습다. 주변 색과 일조량, 환경에 따라서 색이 어둡거나 밝게 보이기도 하는데 과장하면 시간 시간마다 좋고 싫어하는 색으로 왔다 갔다 할 수 있다. 심리가 색에도 영향을 끼치긴 끼치겠거니 생각하고 말았는데, 생각보다도 더 많이 끼쳤다. 

 

결국 책은 색에 대해 좀 더 입체적으로 다가서게 해준다. 색인식에 '나'를 더한 것이다. 한 가지 색은 어느 누구에게 나 경험에 따라 다른 색으로 여겨질 수 있으며 틀린 답도 아니다. 컬러 테스트를 내주지만 무조건 한 계통의 색들만 배정하지 않는다. 사람은 저마다 다 다른 성격인 것처럼 기존 계통에 보조 계통의 색도 추가되는 게 당연하다고 말해준다. 

 

저자가 현명하다고 느껴진 게, 결국 컬러의 힘을 설명해주며 모든 요소를 다 아울러서 독자에게 적합한 색을 정해준다. 정해준다기보단 컬러의 힘을 가르쳐주며 스스로 사용할 수 있게끔 방향을 잡아준다.


저자의 이정표를 따라가면서 의문이 해소됐다. 색에 대해 어려웠던 이유는, 색인식에 있어 절대적인 기준이 없으며 자신에게 맞는 색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성격, 기분, 환경, 외양 등에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컬러의 힘」이 짚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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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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