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는 그림으로 자유로워졌다. -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展

글 입력 2020.01.28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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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그는 그림으로 자유로워졌다.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展



"언제 어디서나 추함은

또한 아름다운 면을 지니고 있다.

아무도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 곳에서

그것들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짜릿하다."


- 툴루즈 로트렉


 

Le Jockey.jpg

 



캔버스는 그가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툴루즈 로트렉은 귀족 출신이었지만, 유전병과 함께 어릴 적 부러진 다리로 신장 역시 작았던 기존 사회 기준에 맞지 않는 소수자였다. 그런 그가 화가가 되겠다고 하는 것에도 아버지의 반대가 극심했다고 한다. 간신히 얻어낸 허락으로 그리게 된 그림 역시 사회 하층민 매춘부들을 소재로 한 그림만을 그리고 그 당시 사창가에서만 산다고 하니 아버지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가 남긴 말을 보면 그 그림들을 또한 이해가 된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추함은 또한 아름다운 면을 지니고 있다. 아무도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 곳에서 그것들을 발견하는 것은 매우 짜릿하다.'라는 말을 전했다. 그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캔버스에 그리며 희열을 느꼈다. 또한 그가 알코올중독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했을 때, 의사들은 그의 드로잉을 보고 그의 병세를 확인했고, 멋진 말 그림을 그리는 것을 보고 상태가 호전되었다고 여겨 그를 병원에서 퇴원 조치했다.


정말 그의 말대로 연필로 자유를 사게 된 셈이다. 사실 본 전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그림을 말하라고 한다면, 단연 그가 그린 말들이었다. 그는 경주를 그리기도 했고, 말의 얼굴을 그리기도 했고, 그저 말의 형체만 남은 그림들도 있다. 그런데 그가 그린 말들로만 한 섹션을 채울 수 있었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는 캔버스 속에서 본인이 열망하는 무언가를 그려냈다. 그는 신체적 조건 때문에 말을 탈 수는 없었지만, 말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한 그의 순수한 사랑, 열망이 가득했다. 말의 작은 부분들, 그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말을 그렸다. 그가 그렇게 그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캔버스 속 그림 내에서는 말을 탈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렇게 그가 이 세상에서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들을 그리던 캔버스 위에 그려진 여성들은 어떤 의미였을까.


본 전시에는 유화 작품이 많지는 않지만 그가 모델로 그렸던 여성들은 대부분 그 당시 물랑루즈의 매춘부들이거나, 댄서들이었다. 그들은 화려한 조명 아래에 있었으나, 동시에 사람들의 유희거리로 전락되던 사회 하층민이었다. 사람들은 그들은 추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그리고 툴루즈 로트렉은 그녀들 안에서 아름다움을 봤다. 무대 위 아름다움, 단순한 유희의 대상이 아닌, 그 이상의 뮤즈들이었다.


우리들은 어쩌면 쉽게 누군가를 판단하며, 그 판단 속에 그들의 위에 자기 자신이 서 있다는 생각을 할지 모른다. 툴루즈 로트렉은 그녀들의 위에 있다고 생각하면서 결국 그녀들을 찾아오는 위선자들을 같이 그려냈다. 그가 보는 아름다움 위에, 현실을 담아 그는 그렇게 그림으로 말하고 있었다. 'Le Rire', 우습다고 말이다. 그는 현실 속 장면들을 캔버스에 옮겨냈고, 이를 인기 많은 풍자 잡지 의 삽화로 남겼다. 그가 그렇게 많은 삽화를 남긴 것은 그는 현실 속 위선적이며 가식적인 사람들의 이면을 드러내며 말하고 있었다. 다 똑같은 사람들일 뿐이라고 말이다.

 


Moulin Rouge, La Goulue.jpg

 

 

 

미술작품에서 대중들의 소비를 이끌어내다!



'툴루즈 로트렉'이 없었다면 '앤디워홀'도 없을 것이다는 말이 있다. 이는 툴루즈 로트렉이 현대미술에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는데 본 전시에 대부분은 석판화로 그가 그린 삽화와 포스터들로 이뤄져 있었다. 즉 미술작품이지만 그의 작품들은 판화 작품으로 대중들이 소비하여 소장하려 했다.


도슨트 분의 설명에 따르면 그가 그린 포스터가 있으면 떼어서 가져가기 위해 사람들이 다툴 정도였다고 하며, 미술 평론가들 역시 그의 그림을 어서 가져가야만 한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고 한다. 그 당시 미술에 관심 없던 대중들에게도 그의 포스터는 하나의 예술작품이자 소비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그것은 가격의 문제가 아니라 그만큼 포스터라는 일종의 홍보수단 그 자체를 어떠한 작품의 창구로 만들어버린 것이 그의 대단함이다.


그는 단순하고 직관적으로 인물을 묘사했고, 그가 사용하는 색감은 눈에 확실히 새겨진다. 현대에 봐도 촌스럽지 않은 색 조합이었다. 더불어 그가 모델로 삼은 사람들은 일약 스타덤에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은 무대에 오르는 댄서나 음악가, 물랑루즈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그는 포스터를 통해 쇼비즈니스의 일조한 셈이다. 그의 매력적인 그림은 그의 그림 자체의 소장 가치를 높이는 것과 동시에 미술작품이 대중들의 소비를 이끌어냈다는 그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전시에서 그의 유화 작품들은 비디오 아트들로만 만나볼 수 있는데, 그것이 참 아쉽다. 이토록 매력적인 색감을 쓰는 화가의 유화 작품은 더욱 영감을 주는 작품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가 다른 이들을 보며 수많은 영감을 얻었던 것처럼, 그의 태도와 그의 삶, 그리고 그의 그림은 내게도 또 다른 영감이 되었다. 사실 그의 이름을 잘 몰랐지만 본 전시를 통해 툴루즈 로트렉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깊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37년이라는 짧은 생동안 5000여 점의 작품을 남긴 화가, 사창가에 살았던 그의 그림 수를 보면 그가 얼마나 그의 삶에 성실했는지 알 수 있다. 그는 매일 그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찾아다닌 셈이다.

 


 

고혜원.jpg

 


[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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