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언제나 진실을 향해 시선을 두었던, '툴루즈 로트렉' 展

글 입력 2020.01.26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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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ulin Rouge, La Goulue.jpg

 


반 고흐(1853~189) ,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 폴 고갱(1848~1903), 조르주 쇠라(1859~1891), 수잔 발라동(1865~1938), 바실리 칸딘스키(1866~1947). 이들은 모두 툴루즈 로트렉과 비슷한 시대에 활동한 화가들로 이름만 들어도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뿐더러, 각각의 유명작이 하나 이상 떠오를 만큼 인기가 있는 거장들이다.


그러나 고흐, 르누아르, 쇠라, 고갱, 칸딘스키 등이 국내에서 인기를 빨리 얻은 반면, 로트렉은 상대적으로 늦게 알려졌다. 당대의 유명 작가들과 로트렉이 가진 국제적인 명성, 그가 남긴 작품의 수와 정도를 보자면 의아한 부분이지만 국내에서의 로트렉 회고전은 현재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가 처음으로, 그런 만큼이나 전시장은 놀이동산을 방불케 할 만큼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번 로트렉 전에는 지난 데이비드 호크니 전(서울시립미술관 개최)을 떠올리게 할 만큼 굉장한 인파가 몰렸는데, 필자가 방문한 시기가 상대적으로 전시 초반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으나 향후에도 인파가 줄어들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티켓팅 현장은 물론이고, 전시장 안 역시 북적이는 사람들로 인해 작품들을 어쩔 수 없이 빠르게 살펴보며 지나쳐야 했는데, 그런 만큼이나 가까이 있는 타인들에게서 종종 아주 전문적인 이야기들이 들려온 것도 이번 전시의 또 다른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한켠에는 전시장 내에 마련되어 있는 곳곳의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며 인증샷을 올리기 바쁜 이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석판화의 석판과 그림을 비교하며 작품의 제작 과정에 대해 심도깊게 이야기하는 그룹이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드로잉의 필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등 같은 공간 내에서도 다양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어, 작품 감상에 더해 매번 전시 때마다 계속해서 진화하고 변화하고 있는 전시장 내의 관람객들의 풍경을 살펴보는 부가적인 재미가 있었다.


필자는 물랑루즈의 갖가지 장면을 포착한 컬러 포스터들은 익히 보아왔던 그림들이어서 새롭지는 않았지만, 실물을 직접 접하면서 로트렉의 컬러 감각과 드로잉 터치의 감각 같은 것들을 보다 정밀하게 살펴볼 수 있음에 의미가 있었다. 또한 방대하게 전시된 그의 연필 드로잉 작품들과 아이디어 스케치들은 컬러 포스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해본 적이 없었던 이미지들이 많아서, 그 자체로 신선했고 흥미로웠다.


초기 작품들이 주로 연필 드로잉과 모노톤의 석판화에 머물렀던 반면, 시간이 흐르면서 보다 다채로운 컬러의 석판화로 변화해가는 모습도 재미있는 지점이었는데, 지난 프리뷰때 기재한 바와 같이 비록 로트렉은 후천적으로 장애를 갖게 되어 그림 이외에는 별다른 할 수 있는게 것이 없게 된 상황이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화려해지는 그의 작품들로 예상해 보건데 그는 결코 자신의 생을 비관하거나 불행한 인물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행이라는 표현을 붙일 수는 없겠으나, 그의 인생에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주는 의미가 그에게 더욱 부각되도록 한 그의 장애가 상당히 드라마틱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겠다.

 

그가 집중했던 물랑루즈 안의 인물들, 또한 이상보다는 현실을 그리고자 했던 그 관점과 입장을 통해서도 로트렉이라는 인물을 이해할 수 있는데 로트렉 스스로도 언제나 자신은 어느 화파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했을 만큼 그는 독자적이었고, 독립적이었으며, 환상과 이상을 쫓는 대신 현실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사유하는 시간을 가졌던 듯 하다.


짧은 생애와는 대조적으로 수천 점을 남기고 떠난 노력형 천재 로트렉의 작품이 한국에서 끌고 있는 인기는 아직 시작도 안 된 듯하다. 때문에 이번 로트렉 회고전을 시작으로 앞으로 국내에서 수차례 다른 기획으로 로트렉을 만나볼 기회가 있으리라 짐작된다. 그 시작을 함께할 수 있음에 더욱 뜻깊다.

 


"I have tried to do what is true and not ideal."

나는 이상적인 것이 아닌

진실된 것을 하려고 노력해 왔다.


- 툴루즈 로트렉

 

 

포스터1.jpg

 

 

[김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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