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고전 명작의 극적인 해석 "브라더스 카라마조프" [공연]

글 입력 2020.01.2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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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화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우연히 두 번이나 대학교에서 러시아 예술에 관한 교양 수업을 듣고 나서부터였다. 분명 지리적으로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가깝지만, 성인이 되기 전에는 차이코프스키와 러시아 발레 이외에는 이렇다 할 러시아 예술을 접해본 기억이 없다. 도스토옙스키의 소설도 명작이라는 이야기만 들어왔을 뿐, 직접 읽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수업시간에 접한 러시아의 미술, 오페라, 소설은 상당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포스터.jpg

 


오늘 소개할 뮤지컬 ‘브라더스 카라마조프’의 원작 소설인 도스토옙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1880년 쓰인 소설로 19세기 후반 제정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소설은 2부로 기획되었지만, 도스토옙스키의 사망으로 2부는 완성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프로이트, 헤르만 헤세 등 거장들은 물론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에게 최고의 소설로 꼽힌다.


이 뮤지컬을 보리라고 마음을 먹자마자 중고서점에서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을 샀다. 분량이 많은 것을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그것이 지금까지 읽기를 미루어 온 주된 이유였다), 직접 한 손에 잡히지도 않는 두꺼운 책 세 권을 마주하고 나니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책을 읽기 시작하자 재미없고 무겁기만 한 분위기의 책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내가, 즉 전기 작가 자신이 이런 보잘것없고 애매모호한 주인공을 위해서는 한 편의 소설도 과분하다고 생각한다면, 두 편의 소설을 갖고 뭘 어쩌겠으며 나 자신의 이러한 오만방자함을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고심하면서도 나는 구태여 어떤 해결책도 찾지 않고 그냥 넘어가기로 결심하는 바이다. (중략) 내가 실없는 말들을 늘어놓아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한 것은, 첫째 예의상, 둘째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 보느라 그런 것이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1>, 민음사, p.13



책은 도스토옙스키 자신이 아니라 알렉세이의 전기를 쓰는, 소설 속 화자가 쓴 것처럼 보이는 위와 같은 상당히 인간적인 서문으로 시작한다. 이후에는 각각의 인물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상황에 관한 생생한 묘사가 이어지며 독자들이 순식간에 페이지를 넘기게 한다. 아직 소설의 초반부밖에 읽지 못했지만, 공연 관람까지 남은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전편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잘 알려진 것처럼 존속살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다. 따라서 극화하기 쉬운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의 초반부를 읽은 결과, 단순히 줄거리를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인물들이 어떤 심리상태를 가지고 있었는지가 세세히 드러나기 때문에, 이를 관객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일이 관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음악을 통해 인물들의 감정이 어떻게 전해질지 기대가 된다.



캐릭터 포스터_취합본.jpg

 


또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종합 소설’이라고 평가한 것처럼,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은 뚜렷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을 통해 인간이 삶에서 경험하는 근원적인 감정과 갈등을 다룬다. 아버지인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는 돈을 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여색을 밝히고, 첫째 미챠는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후 방탕한 생활을 한다. 둘째 이반은 촉망받는 수재이며, 주인공인 알료샤는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수도사이다. 이외에도 긴 소설인 만큼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어떻게 이들의 구분되는 특성이 드러나는지를 중심으로 공연을 관람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인간에게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지만, 여전히 러시아적인 분위기를 주는 요소들도 분명 존재한다. 우선 수도사라는 알료샤의 직업을 비롯해 수도원의 승방, 악마 등 종교적인 요소들이 등장하고, ‘유로지비’라고 하여 제정신이 아닌 걸인이면서, 보통의 인간이 알 수 없는 것을 아는 지혜로운 존재라고 여겨지는 사람도 소설 속에서 여러 차례 언급된다. 이런 낯선 요소들이 어떻게 무대에서 구현될지도 기대해본다.


국내 뮤지컬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라이센스 뮤지컬이 아닌 창작 뮤지컬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미 2018년 초연 당시 호평을 받은 만큼 작품성은 입증되었고, 초연 당시 함께한 배우들에 실력파 신인 배우들이 더해졌다고 하니, 원작을 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듯하다.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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