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모델] 임소연

글 입력 2020.01.2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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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친구. '세상은 참 불공평해. 이렇게 이쁘고 성격 좋고 똑똑하고 착한 사람이 어딨어? 여기 있잖아.' 생각하게 만든 사람들 중 하나이다. 매번 한번 대화를 하면 길게 이어지고, 또 대화하면서 차이점으로 인해 나를 깨닫게 하고, 상대도 스스로를 깨닫게 된다. 서로를 알아가기 적합하고 좋은 대화 상대이다. 대화할 때마다 너무나 생산적이어서 항상 기쁘다.


진로 고민을 꺼냈더니 자신의 성향은 군인이나 교수를 추천받았다고 한다. 세상에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정말 찰떡이었다. 그래 그 기묘한 느낌은 카리스마였어. 너에게 카리스마가 있어서 내가 끌린듯. 내가 좋아하는 언니들도 그렇고 힘을 동경하는 건 공통점인가.



임소연1.jpg



그리려고 보니 채색이나 볼펜 선이 어울리지는 않았다. 드로잉 선이 어울리구나. 고개 숙인 모습을 그렸다. 무채색 그래프트지에 콩테 선은 너무나 잘 어울렸다. 자주 쓰는 컨투어드로잉기법. 손을 떼지 않고 화지를 많이 보지 않고 시선을 따라서 이어그렸다. 내 시선을 그대로 담기에, 그리는 시간이 그대로 같이 그려진다. 이목구비를 그리고 왼쪽을 그려나갔다. 내려온 머리카락과 어깨 선, 접힌 팔과 펜을 쥔 손까지. 예전에도 지금에도 늘 여백을 생각한다.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부분은 생략하도록.


친한 사람은 너무 심적으로 가까워서 (자화상처럼) 그리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특징 잡기가 편했다. 왜 이번에는 다른거지? 강약을 줄 수 있는 선도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분위기도 왜 잘 잡을 수 있는 거지. 차이는 모르겠지만 뚜렷해서 좋았다.


*


그림 하나 더 그리려는데 어떻게 그려야할지 모르겠어. 채색은 안 어울리는데. 다른 선도 안어울리고. 너는 무조건 콩테인데.


-그래? 어려우면 도전해야지! 채색 도전!



임소연2.jpg



그래 도전.. 했는데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하하. 그냥 내 직감을 따르는 것으로 하자. 아까보다 좀 더 거칠게 선을 그리고 넘겼다. 아쉬운 마음에 많이 생략하지는 못했다. 색을 들어가려니 화지가 너무 작았다. 색을 덮도 덮었다. 조금만 덜 그릴걸. 적은 여백을 어떻게든지 살려 보려고 색깔 칠한 부분을 더 강조했다. 까만선도 덮었다. 시선을 머리카락으로 보내서 좀 여유를 두어야지.


-언니 말대로 아닌 건 아닌가보다 하하. 그래도 이것도 마음에 들어!


너와 나는 겉으로는 비슷해도, 실상은 미묘하고 아주 미세한 차이로 엄청나게 다르다. 예를 들자면 둘 다 춤을 좋아하지만 한 명은 스트릿, 다른 한 명은 발레. 타인을 바라볼 때도 나는 '나는 이 사람을 이렇게 느껴'라고 보고 나에게 집중하지만, 너는 '나는 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식되는지'에 대해 타인에 대해 더 관심을 갖는다. 도전정신과 호기심은 같아도 방식은 전혀 다르다.

 

이렇게 다르고 이렇게 즐겁다. 살짝 어려워서 긴장하면서도 마음을 오히려 더 놓는 너와 함께할 수 있어서 항상 고맙다. 오늘도 그리면서 너를 알아간다.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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