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번 여행의 수확은

겨울 제주도 여행을 통해
글 입력 2020.01.18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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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다를 왠지 무서워한다. 문장이 조금 이상한 것 같지만, 항상 무서워 하기보다는 때때로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사라질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초등학교 때 일본으로 가족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늦은 밤에 숙소 근처의 바다를 보러 나갔다가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유독 비도 오고 바람도 심하게 부는 날이었던 탓에 마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파도에 공포심을 느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나는 왠지 탁 트인 바다를 오래 보고 있으면 무서움을 종종 느끼곤 한다. 끝도 없이 넓어 보이는 파도가 치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면 꼭 이 넓은 바다 한가운데에 홀로 남겨진 기분이 드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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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다. 어디서든지 발길을 조금만 옮기면 바다를 볼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공항 근처의 해변으로 향했다. 아쉽게도 이번 여행내내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았다. 바람도 세차게 불고, 흐린 날씨에 파도도 꽤 강하게 쳤다.


해변에서 잠시동안 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보고 있었는데, 꼭 속이 뻥 뚫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멋지고 탁 트인 자연풍광을 보고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은 이미 있지만, 나에게 무서운 존재였던 파도치는 바다를 보고 그런 기분이 들었다는 것이 나에게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갑자기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난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더니, 친구는 그 동안 어지간히 답답했나 보지 뭐.” 라고 말해주었다. 잘 모르겠지만 어찌됐든 별 노력 없이 내 안의 공포심을 물리친 것 같아 왠지 모를 뿌듯함마저 들었던 것 같다.


광활한 바다를 바라보고 있을 때마다 느껴지는 내가 어쩌지 못하는 그 공포감이 너무 싫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공포심이 말끔히 사라진 듯한 희한한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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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내내 날씨도 별로 좋지 않았고, 가려던 식당은 우리가 방문한 날만 휴무일이었고 택시에 짐을 몽땅 두고 내리기도 했다. 날씨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여행을 꽤 자주 다니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실수 투성이었던 여행에 돌아오는 날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돌아온 지금 생각해보니 별로이기만 한 여행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왠지 모르게 내 속에 있던 공포심이 사라졌다는 것은 굉장한 수확이고, 다사다난했던 여행 속에서 친구와 수도없이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올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여행은 무조건 무언가를 남기는 것 같다. 지난 여름, 터키와 그리스로 여행을 가서 더위와 싸우며 한껏 고생을 하고 돌아왔다. 함께 갔던 사촌동생과 다시는 더운 곳으로는 여행가지 말자, 당분간 여행은 안 가고 싶을 것 같다고 말하며 돌아왔다.


그렇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 힘들고 지칠 때마다 여행지에서 내가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을 복기하며 잠시나마 행복을 느꼈던 것 같다. 너무 힘든 여행이었지만, 다녀와서 찬찬히 생각해보니 가지 않았다면 보지 못했을 것들, 알지 못했을 것들도 너무나 많은 값진 시간임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제주도 여행도 생각치 못한 역경(?)들이 꽤 많았지만 예상치 못했던 개인적인 수확도 있었다. 힘들었지만 역시나 좋은 기억만 남은 여행이었다. 여행만큼 몸과 마음을 이토록 풍요롭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또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이 시점에서, 지치는 일이 생기면 아마 나는 또 여행 사진을 찾아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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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길리의 까페에서 만난 강아지 모모

 

 

[김현송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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