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래도, 엄마는 너를 포기할 수가 없어 사마. - 영화 "사마에게" 리뷰

모든 아이들의 순수한 일상을 바라며
글 입력 2020.01.16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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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음속에 무거운 응어리가 너무 많아서 눈물이 고인다. 시리아의 내전이 심각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냥 알고만 있었다. 다가오는 1월 23일 개봉이 확정된 영화 <사마에게>는 그 참상을 있는 그대로 전하며 그 심각성과 간절함을 전 세계인들에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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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자유를 꿈꿨지만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나의 도시 알레포
 
사마, 이 곳에서
네가 첫 울음을 터뜨렸단다
 
이런 세상에 눈 뜨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엄마는 카메라를 놓을 수 없었어
 
사마, 왜 엄마와 아빠가 여기 남았는지,
우리가 뭘 위해 싸웠는지,
이제 그 이야기를 들려주려 해
 
사마, 이 영화를 네게 바친다
 



그들의 상황은 이렇다.

중동에서 일어난 아랍의 봄의 연장선으로, 시리아에서 40년 넘게 독재정치를 이어온 알아사드 정권에 저항하며 2011년 3월 15일부터 시위를 벌였다. 이에 알아사드가 군대를 동원해 이 시위를 유혈 진압하며 내전이 시작된다.

이 내전은 시리아 내에서도 여러 성격을 띠는 세력으로 나뉘어 복잡하게 전개되며 그 심각성이 깊어졌다. 특히나 영화 <사마에게>의 배경인 알레포는 시리아 내전의 최대 격전지로 2012년부터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내전이 이어졌는데, 영화 <사마에게>는 이 모든 시간들을 영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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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없다면, 나의 삶은 이어질 수 있을까.

우리 모두 ‘워라밸‘(워킹 라이프 밸런스)을 찾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일상’이란 그만큼 지켜내고 싶어 하는 중요한 삶의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전쟁에서의 ‘일상‘이란 하루에도 50회가 넘는 폭격에 건물이 무너지며, 사람들이 죽는다. 다큐멘터리 영화 <사마에게>는 시리아 알레포의 주민이자 사마의 엄마인 ‘와드’가 직접 촬영한 영상으로 진행되는데, 와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이 길 끝에는 자유가 있어.”
 
오랜 시간 이어져온 내전에 시리아 시민들의 의지는 정부에 대한 증오와 자유에 대한 갈망으로 불타오른다. 독재를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 투쟁하며 내전이 일어나는 고향에 남는다. ‘남는다‘는 것은, 저항이며 굳은 의지를 표한다. 그토록 간절한 시리아 시민들에게, 정부는 어째서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으로 답하는가.
 
사람의 생명은 고귀하며 경이롭다. 이 사실이 전쟁 통에도 당연하다는 것이 슬프다. 그 소중한 생명이 처참히 사라지며 하루에도 몇백 명, 몇천 명이 그 고귀한 모든 것을 짓밟힐 수밖에 없으니까. 의사인 남편은 모든 사람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본인의 사명을 다한다. 병원이 폭격 당해 무너져도 다른 건물에 병원을 세우고, 병원이 넘쳐날 정도의 부상자와 사상자들을 받는다. 와드의 영상에는 이 모든 ‘실제 상황’이 꾸밈없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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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영화관에 있던 모두를 숨 막히게 한 건 ‘아이들‘이었다. 형제를 잃은 아이, 아이를 잃은 부모, 아이를 임신한 부모, 부모를 잃은 아이. 그 어떤 단어로도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아이들이 어째서 폭격에 익숙해지며 자신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잃어가야 하는가. 더 이상 폭격에 놀라지도 않는 아이들을 보며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 없었다. 놀라지는 않아도, 두려움은 감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마는 정말이지 사랑스러웠다. 물론 그 자체도 사랑스러웠지만, 사마가 만들어내는 모든 상황들과 분위기까지 사랑스러웠다. 내전에 지치고 두려움에 지친 어른들은 사마 덕분에 웃고, 사마 덕분에 농담을 던진다. 폭격으로 지하에 급히 몸을 숨길 때도 놀란 사마를 위해 여느 아빠들처럼 재밌는 표정으로 달래주며 다시 그 순수한 미소를 끄집어낸다. 그게 어른들이 지켜주고 싶어 하는 아이의 모습이며,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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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사람들을 울린 시리아 내전 피해자 아이의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얼굴이 온통 피와 먼지로 가득 한데도, 울고 있지 않았다. 아무 표정이 없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맞겠다. 얼마나 놀랐으면, 얼마나 두려웠으면 아이의 표정까지 지워버렸을까. 성인인 본인은 상상만 해도 두려워서 마음까지 일그러지는데, 이래서 현실이 훨씬 무서운 것이다. 진짜는 사람을 속수무책으로 도망가지도 못하게 만들어버리고 그 두려움을 일상으로 바꾸어버리니까. 그 일상이 아이들까지 아무렇지 않게 삼켜버린다는 게, 그게 참 비통하다.
 
"그래도, 엄마는 너를 포기할 수가 없어 사마."
 
부모님들의 만류에도, 심지어 남편의 만류에도 와드는 사마를 포기할 수 없었다. 가늠할 수 없는 크기의 사랑으로 사마를 지키며 그들의 의지를 다시금 새긴다. 영화를 보기 전 이렇게 생각했다. '아이도 있는데 그냥 빨리 도망가지,, 영상을 찍는 건 모두에게 더 위험했을 텐데.' 아, 참 안일했다. 역시 나는 이기적인 사람인지라 그저 평온한 일상 속에 살고 있는 ‘나‘의 시야에서만 바라보았다. 그들에게 영상을 찍는다는 것은, 그들의 뚜렷한 주장과 ‘사람’으로서의 보장받아야 할 존엄성 그 모든 것을 의미한다. 와드는 말한다.
 
“그냥 떠나는 건 비겁한 일입니다.”
 
그녀를 포함한 알레포에 남은 모든 사람들이 ‘사람‘으로서, 알레포의 주민으로서 지켜 나가야 할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단단한 사람들이 있기에, 현재 우리들이 누리고 있는 인간의 존엄성 또한 지켜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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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사마’는 그들의 사랑스러운 아기임과 동시에, 알레포의 시민으로서 나아감에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중요한 한 사람이 되어주기도 한다. 와드는 그들이 처한 상황과, 그에 맞선 그들의 행보를 현장감 있게 담으며 그녀의 딸 ‘사마’에게 이 영상을 전한다고 말한다. 그 안에는 그녀의 굳은 의지와 함께 당연한 불안함도 담겨있다.

“네가 나중에 이 영상을 보았을 때, 내 선택을 응원해줄 수 있을까, 아니면 위험한 이곳에 남았다고 원망할까.”

알레포는 위험하고도 위험한 도시인지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남는 것’으로 저항을 표하는 그들에게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요했고 소중했다. 와드와 그녀의 남편 함자 그리고 그들의 아이 사마까지 더욱 끈끈한 사랑으로 그들의 의지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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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마에게>는 우리 모두가,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봐야 할 영화이다. 알아야 생각할 수 있고, 생각해야 행동할 수 있다. 창피하게도 본인은 유니세프 광고가 나오면 그냥 넘기기만 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젠 그럴 수 없다. ‘사마'와 같은 순수한 눈망울에 허망함이 가득 차있는 아이들을 더 이상 지나칠 수 없다는 말이다.
 
전 세계의 모든 아이들의 일상이 폭격이 터지고 가족이 다치는 그런 전쟁이 아니라, 그래봤자 친구끼리 티격태격하고 삐지는, 그저 그 정도의 시간들로 채워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사마에게
- For Sama -


감독 : 와드 알-카팁, 에드워드 와츠
 

출연

와드 알-카팁,

사마 알-카팁, 함자 알-카팁


장르 : 다큐멘터리(영국)

개봉
2020년 01월 23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 9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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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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