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삶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언어 : 컬러의 힘 [도서]

글 입력 2020.01.16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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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책의 제목은 참 중요하다. 컬러의 힘, 겨우 네 자로 책을 읽고 싶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매우 핵심적이고 간결하며 그만큼 강력한 힘을 가진 제목이다. 책을 받은 후 가만히 둘 겨를도 없이 얼른 자세를 잡고 책 표지를 넘겼고, 이틀 만에 모두 읽을 수 있었다. 그만큼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책의 초반에 나오는 과학적 원리들을 제외하고서는, 이 또한 이미 잘 알려진 것들이기는 하지만, 이해를 필요로 하는 책은 아니다.

 

디자인을 하기 때문에 색에 더 예민해진 것도 있지만 그냥 색이라는 것이 좋았다. 이상하게 보는 이들이 더 많았지만, 이야기를 나눌 때 'ㅇㅇ이는 빨간색 같지 않아?', '너는 초록색 같아'처럼 사람을 색으로 표현하는 것을 정말 좋아했다. 모든 것이 마음에 들어도 색이 맘에 들지 않아 물건을 사지 않는가 하면, 때로는 내가 좋아하는 색 그 자체가 되고 싶었다.

 

 

"색채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큰 선물이다."

- 45p

 

 

그래서 이 책에서 하는 말들이 더 크게 와닿았다. 기억에 남는 부분 중 하나는 세상이 흑백이라면 어떨지 상상해보는 것이었는데, 모습을 떠올리자마자 숨이 막히고 무미건조하고 또 지루하고 우울했다. 그렇게 색은 나의 삶에 이미 너무 큰 존재였다. 또한 이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정도의 차이만 존재할 뿐 대부분이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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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신기한 것은 내가 연필의 질감을 좋아하는 탓에 그림을 그릴 때에 10장 중 9장은 흑백 그림을 그린다는 것. 따지고 보면 연필 본연의 색은 완전한 흑색이 아니기 때문에 연필로만 그린 그림이라도 꼭 채도를 전부 빼고 SNS에 업로드한다.


또 내가 가진 옷은 검정의 비중이 크고, 거의 검은색에 가까운 무채색이다. (이상하게도 흰색은 거의 없다.) 색이 있는 옷을 입으면 불편하고 그 정도가 심한 날에는 무언가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한 적도 있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 이 색을 벗어던지고 싶었던 적이 있다.

 

왜 나는 검정을 좋아할까?라는 질문을 혼자 한 적이 있다. 그 이유는 참으로 다양하겠지만, 이 책을 통해 생각한 것은 검정이라는 '색이 나를 보호해준다고 느껴서'이다. 검정은 모든 빛을 흡수하고, 보호 장벽을 만들어 우리의 감정을 지켜주거나 아예 우리를 숨겨주기도 한다. 또 확고한 권위를 표현하기도 한다.

 

나는 겉으로는 활발하지만 사실 매우 소심하고 예민하다. 다른 이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아주 사소한 것에 온종일 정신을 뺏길 정도로. 그리고 이는 내 치부라고 생각해왔다. 그렇게 나는 나의 예민함을 닮은 수만 가지의 감정을 숨겨야 했고 검정이 이를 모두 안아주는 듯했다. 검정은 나에게 '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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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과 초록 또한 내가 사랑하는 색이다. 색 없는 옷장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두 가지 색. 파랑은 하늘과 바다를 닮았고 초록은 푸른 나무를 닮았다. 내가 사랑하는 색들은 내가 사랑하는 또 다른 것들을 닮았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그 색들을 더 좋아하는 게 더 그럴듯하긴 하지만. 나에게 파랑과 초록은 검정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안정감을 준다. 특히 톤 다운된 파랑은 검정보다 더욱 편안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전신에 착 달라붙어 부드럽게 감싸 안는 느낌.

 

물론 색은 매우 주관적인 것이라 해석하기 나름이며 같은 색일지라도 모두가 다르게 본다. '당신도 나와 똑같은 것을 보나요?'와 같은 흥미로운 소제목처럼 말이다. 하지만 색의 속성과 심리적 영향을 기반으로 나를 더 깊게 알 수 있다는 것 하나는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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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흥미로웠던 내용은 분홍과 파랑에 대한 통념을 다룬 것인데, 2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파랑은 섬세한 색이므로 여자아이들에게 적합하다고 간주되었다는 사실. ('섬세한'이라는 형용사가 왜 자연스럽게 여성에게 따라붙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후 1940년대 말 미국 어느 백화점의 캠페인에서 시작되어 여자아이 = 분홍색, 남자아이 = 파란색이라는 통념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았다는 설이 있다. 결국 파랑과 분홍 모두 처음부터 특정 성별의 성격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책을 통해 색채와 디자인 성격 테스트 또한 진행해볼 수 있다. 비교적 간단하고 직관적인 테스트이기 때문에 오래 걸려도 10분 내로 진행할 수 있는 테스트로, 테스트 후 네 가지 토널 배색 팔레트 중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테스트뿐 아니라 다양한 질문에 답하면서 나 자신을 찾아갈 수 있는 책이라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모든 색은 각자 신비로운 삶을 산다"

 

 

나는 나와 같이 디자인을 하는 언니와 테스트도 함께 해보고, 내용을 공유하며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기에 이 책을 읽는 시간이 더 의미 있었다. 혼자 조용히 읽어도 좋지만 색을 좋아하는 다른 누군가와 함께 읽어도 참 좋을 것 같은 책.

 

색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부터 시작해서 색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 색이 가지는 의미, 우리가 일상에서 색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들까지 깔끔하게 정리가 잘 되어 있는 책이었다. 다 읽은 후에는 색채 특강을 들은 기분이었다. 색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을만한 책이니 책의 제목이 눈에 들어온다면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정두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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