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저 나를 찾아오면 돼, 책 "파인드 미" 리뷰 [도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그 이후의 이야기, 책 <파인드 미>
글 입력 2020.01.13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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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작년 여름, 내겐 여름이 끝날 때 까지 여운을 남겼던 영화였다. 단순히 비주얼이 멋진 두 남자가 서로 애틋하게 사랑을 나누기 때문만은 아니었는데, 이들의 사랑을 극대화할 연출이 책 속의 분위기를 그 이상으로 끌어내지 않았을까.
 
여름 방학, 교수의 집에 찾아온 손님인 대학원생과 그 집의 아들이 서로 좋아하는 상황, 상황적인 특별함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인물들의 감정선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특유의 연출로 잘 살렸기 때문에 책의 내용과 시너지를 냈다고 본다. 그 외에도, 영화 배경지인 이탈리아 소도시 크레마가 아름답게 그려졌으며 배경음악마저 여름과 복숭아, 그들의 사랑을 묘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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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종합적으로 조화로울 때, 관객들은 그 감동을 배로 느끼게 된다. 그리고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은 많은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그렇다 보니 영화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의 원작 소설까지도 큰 인기를 얻었고, 드디어 후속편 이야기인 <파인드 미>가 한국판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콜미 바이 유어 네임>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를 더할 나위 없이 잘 마무리했다고 느낀다. 책의 이름 <파인드 미>에 담긴 이름의 이유까지도. 제목이 책의 내용을 충분히 함축해두어서인지 곱씹어볼수록 여운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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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전편에서 엘리오의 사랑을 아낌없이 지지해줬던 아빠 새뮤얼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왜 새뮤얼이 몇 번의 사랑을 놓치고 이제서야 인생의 소울메이트를 만나게 되는 걸까, 새뮤얼의 사랑이 이 책 속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내가 왜 새뮤얼의 이야기에 애착을 갖게 되었는지도 한참을 생각해봤는데, 엘리오나 올리버와는 달리 삶의 이유라고 할법한 사랑을 해보지 못했던 그가 이런 말을 한다.
 
 
여기 이렇게 돌아와 보니 그동안의 세월이 사소한 기쁨만 있을 뿐인 황무지이고 내 인생을 뒤덮은 녹처럼 느껴진다고, 정말 이상한 일이라고. (중략) 대신 대명사만 그녀에서 너로 바꿔 괴테의 작품을 인용했다. “너를 알기 전까지 내 인생의 모든 것은 단순한 서막이자 지연, 소일거리,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
 

너무나도 말이 잘 통하고, 매력적인 것은 물론 나의 모든 부분을 자기의 모양대로 채워줄 수 있는 상대와 사랑을 나누는 새뮤얼의 사랑은 엘리오나 올리버의 사랑과는 조금 다르다. 어쩌면 새뮤얼의 사랑은, 대부분의 사람이 바라는 이상에 가까운 사랑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비어있는 채로 지내다가 마침내 진정한 사랑을 찾는 사람의 이야기는 불가능하다고 느낄지라도, 우리가 끝끝내 닿아야 할 종착지인 것은 틀림없다. 그래서 어쩌면 엘리오와 올리버의 사랑을 그 누구보다 이해하고 지지했던 새뮤얼에게 이런 사랑을 할 수 있게 이끈 것도 이상할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 사람들과의 우정보다, 세상 그 누구보다도 아버지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어요. 아버지와 나는 비밀이 없었죠. 아버지는 나에 대해 다 알고 나는 아버지에 대해 다 알고. 그런 점에서 나는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아들이에요. 아버지는 내게 사랑하는 법을 알려 줬어요. 책, 음악, 아름다운 사상, 사람, 쾌락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법까지. 무엇보다도 인생은 오직 한 번뿐이고 시간은 늘 우리를 비껴간다는 걸 알려 주었죠. 아직 젊어도 이만큼이나 알아요. 가끔 가르침을 까먹어서 탈이지만.”
 
“왜 그런 말을 하는 거니?”
 
“지금은 아버지가 내 아버지가 아니라 사랑에 빠진 남자로 보여서요. 이런 모습은 처음 봐요. 나도 정말 행복하고 아버지가 부러울 정도예요. 갑자기 되게 젊어졌어요. 사랑 때문이겠죠.”
 

나는 애초에 어떤 사람을 꽤 오래 봐야 그 사람을 제대로 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 데다가, 이야기가 너무 잘 통해서 만난 지 몇 시간 만에 인생의 소울메이트라고 느껴질 만한 상대를 만나본 적이 없어서일까. 엘리오의 아빠인 새뮤얼과 미란다, 엘리오와 미셸의 자연스럽고 조금은 급작스러워보이는 사랑이 진짜 사랑인걸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사랑이 나름대로 납득이 되었던 이유는, 이들이 행복한 상황에 그들 나름대로 두려워하고, 자신의 행복이 깨질까 봐 걱정하는 순간들의 심리가 공감이 갈 만큼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행복이 깨질까 봐 두려워하면서도 일단 끝까지 가보려고 하는 점이 부럽기도 했고. 내가 이 책에 애착이 가는 것도, 행복을 경험할 때 동시에 불안해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나약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책은 새뮤얼의 최종 종착지 이후 엘리오와 올리버 순서로 그들이 종착지로 향하기 전 어떤 시간이 흘렀는지 보여준다.

그런데 몇몇 사람들은 <콜미바이유어네임>,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올리버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준 나쁜 사람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나 또한 그들이 왜 올리버를 악역으로 말하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올리버 역시 온전하지 않은 사람임을 느꼈을 때, 그리고 어쩌면 엘리오가 보통 사람들보다 자신의 삶에 대해 훨씬 더 용기 있는 사람이었음을 알게 되었을 땐, 자연스럽게 각자의 입장이 이해 되었다.

특히 올리버가 바흐의 곡을 떠올리며 바흐와 대화하는 장면, 이 부분은 이 책에서 손꼽힐 만큼 좋았던 부분이다. 스스로 답을 알고 있지만 외면할 수밖에 없는 건, 책 속에 인물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답은 현실 속에서 더욱 묻히기 쉽다. 소중한 만큼 지키기가 어려운 가치 중 하나였던 사랑을 지켜낸 엘리오가 대단한 것이다.

 
천재는 음악이 인간을 크게 바꾸지 않는다고, 위대한 예술도 인간을 바꾸지 않는다고 말할지 모르네. 대신 아무리 부정해도 처음부터 늘 나였고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나일 수밖에 없도록 운명지어진 모습이 뭔지 일깨워 주지. 우리가 묻고 숨기고 결국 잃어버린 이정표, 아무리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소중한 게 무엇인지 적힌 이정표를 상기시켜 주지. 자네는 틀린 삶을 살았네, 친구여. 살라고 주어진 삶을 훼손하기도 했어.

난 무엇을 원할까요? 답을 압니까, 바흐 선생님? 맞고 틀린 삶이 있는 건가요?
 
난 예술가라네. 답을 알려 주지 않아. 예술가는 질문만 알 뿐이야. 그리고 자넨 이미 답을 알잖아.

 
넌 충실하지 못했다.
무엇에? 누구에게?
너 자신에게.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접하기 전에, 엘리오와 올리버가 어렸고,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그때의 겨울 이후 올리버가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있다는 내용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의 뒷이야기를 알 필요가 있나 싶기도 했고, 그다지 기대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역시 이 이야기는 나를 실망하게 하는 법이 없었다.
 
 
너무도 긴 세월이 흘렀고 헛된 낭비인 줄 알았던 그 많은 시간이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음을 누가 알까. (중략) 시간이라는 여정 표에서 우리가 떨어져 지낸 세월은 아주 사소한 차질에 불과했다. 기나긴 시간, 기나긴 세월 우리를 스치고 떠나보낸 모든 삶이 결코 쉽게 일어날 수 없었던 것처럼, 설령 그렇더라도 시간은, 우리가 껴안고 늦게 잠들기 전에 그가 한 말처럼 시간은 언제나 아직 살지 않은 삶에 치르는 대가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이 책이 내가 생각한 대로는 아니었지만 나도 모르는 또 다른 방식으로 그들의 사랑이 종착지에 닿아 있어서 영화만큼 한동안 또 여운이 남을 것 같다. 다만 이번 책을 엘리오와 올리버의 사랑 이야기로만 보기보단, 각자의 삶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좀 더 폭넓은 이야기로 보면 책의 내용이 더 깊게 다가오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면 단순히 이들의 종착지가 어디인지 궁금해하는 데 급급하지 않고, 책의 표현을 인용한 것처럼, 이들의 시간이 치르는 대가가 어떤 것들인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나간 나날의 유혹이 끝까지 떠나지 않았고 아무것도 잊지 않았으며 잊고 싶지도 않다는 것을, 나 또한 잊지 않았는지 전화나 편지를 할 수 없었지만 우리가 서로를 찾지 않는 이유는 애초에 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며, 어디에 있든 누구와 있든 무엇이 가로막던 때가 되었을 때 그저 나를 찾아오면 된다는 것을. 
 
 


[고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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